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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참여, 정의선 불편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12-18 18: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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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타이어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참여, 정의선 불편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자동차에 들어가는 공조부품 제조사가 바뀔까? 현대자동차는 한앤컴퍼니의 한라비스테온 인수를 계기로 공조부품 회사를 설립할까?

한앤컴퍼니와 한국타이어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공동인수하면서 현대차의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

공기조절시스템은 자동차의 핵심적 기능이다. 그동안 한라비스테온공조는 현대자동차의 중요한 협력사 중 하나였다.

현대차는 사모펀드가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는 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차는 앞으로 한라비스테온공조의 부품공급 물량축소와 공급처 다변화는 물론이고 직접 공조부품제조 계열사를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 현대차, 한라비스테온공조와 찰떡궁합 과시했지만

현대차가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가 있다.

한라비스테온공조는 범현대가인 한라그룹이 모기업이다. 1999년 외환위기 이후 비스테온에 넘어갔지만 이후에도 끊임없이 한라그룹이나 현대차그룹이 한라공조를 인수할 것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한라비스테온공조가 한라그룹 계열사였던 만큼 현대차와 한라비스테온공조는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현대차는 공조부품 물량의 60~70%를 한라비스테온공조로부터 공급받았다.

비스테온에 한라공조가 넘어간 이후에도 양사의 협력관계는 굳건했다. 현대차가 2012년 수많은 협력사 중 한라비스테온공조에 최고 공급업체 상을 줄 정도였다.

두 회사는 단순히 부품을 납품하는 수준을 넘어 자동차에 탑재되는 공조시스템 모듈을 공동으로 연구하기도 했다. 현대차의 신차 개발 때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참여할 정도로 깊게 관여했다. 현대차가 해외기업에 한라비스테온공조가 넘어갈 경우 기술유출을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6월 현대차와 한라비스테온공조가 공동개발한 연료전지차용 공기압축기는 혁신기술로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로부터 장영실상을 받기도 했다. 현대차가 주목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인 연료전지차 부품을 함께 개발할 정도로 양사의 협력이 긴밀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 현대차,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물건너가

한앤컴퍼니가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몇 년 뒤 현대차그룹이나 한라그룹이 다시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현대차나 한라를 제외하면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인수할 기업이 국내에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지분을 취득하면서 한앤컴퍼니가 현대차에 한라비스테온공조를 재매각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한국타이어는 한앤컴퍼니 지분에 대해 우선매수권도 확보했다. 추가 지분인수를 염두에 둔 대목이다.

  한국타이어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참여, 정의선 불편  
▲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
업계 관계자는 “포드 계열사였던 비스테온이 여러 번 한라공조 매각을 추진했는데 사모펀드로 매각을 결정한 것은 가격도 가격이지만 경쟁사인 완성차 제조사로 주요 부품사가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섰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포드에 타이어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차나 한라그룹이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서 멀어진 이상 한라비스테온공조와 관계가 이전과 같을 수는 없다는 관측이 많다. 부품납품 가격 등 여러 부분에서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이전과 다른 태도를 취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로서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 현대차 “사모펀드 매각되면 부품 품질 떨어져”

현대차는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사모펀드에 매각되는 데 대해 우려한다.

현대차는 사모펀드가 투자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기적 경영성과에 집중하고 투자금 회수를 위해 높은 배당을 책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비싼 인수대금을 마련하기 위한 과도한 차입금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클 것으로 봤다.

현대차는 이런 점들이 한라비스테온공조에 부담을 줘 연구개발을 소홀히하고 부품 품질이 하락할 가능성을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자동차부품 제조사를 인수하면 부품 공급 안정성의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은 “한라공조를 세계 제1의 공조기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사장은 “인수금융을 한라비스테온공조에 떠넘기지 않을 것”이라면서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재무적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타이어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면서 단순히 투자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희생할 것이라는 우려도 줄어들었다. 오히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 현대차, 공조부품 다른 길 찾아 나서나

매각 차익 극대화를 위해 한라비스테온공조가 재무적 부담을 짊어질 것이라는 우려는 사그러들었지만 현대차는 여전히 한라비스테온공조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한라비스테온공조와 협력관계를 줄여갈 태세다. 현대차는 단계적으로 한라비스테온공조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처를 다변화할 뜻을 굳힌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현대차는 한라비스테온공조 의존도를 줄여가고 있었다.

현대차는 2012년 비스테온이 한라공조 상장폐지를 추진하자 이에 반대했다. 결과적으로 한라공조의 상장폐지는 백지화했지만 현대차는 공급선이 안정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공급처 다변화에 나섰다.

현대차는 2013년 초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만드는 쏘나타에 들어가는 공조시스템 납품사를 한라공조에서 일본 덴소로 교체했다. 덴소는 세계 1위 공조부품 제조사로 한라비스테온공조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다.

현대차는 공조기업을 인수해 직접 자동차 공조부품 생산에 나서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두원공조와 한국델파이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자동차 공조부품시장 점유율은 한라비스테온공조가 50%, 두원공조와 한국델파이가 각각 25%와 17%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해외기업도 인수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 현대모비스나 현대위아 등 부품계열사들이 자동차 공조부품 생산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타이어의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 참여, 정의선 불편  
▲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 한라비스테온공조, 현대차 없이 괜찮나

현대차가 직접 자동차 공조부품사를 운용할 경우 한라비스테온공조가 받을 영향은 적지 않다. 여전히 한라비스테온공조의 최대 고객사는 현대차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라비스테온공조는 모기업 비스테온의 공조 계열사를 인수하며 글로벌 거래처를 확대했다. 한라비스테온공조의 현대차 의존도는 55.8%에서 43.3%로 낮아지기는 했으나 여전히 작다고 할 수 없다.

한라비스테온공조 매출 가운데 두 번째를 차지하는 포드의 비중은 19.1%로 현대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현대차가 한라비스테온공조와 관계를 쉽사리 정리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미 양사가 공조 모듈을 함께 개발할 정도로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공조부문이 까다로운 기술로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당장 현대차가 인수할만한 두원공조나 델파이는 기술력에서 한라비스테온공조와 다소 차이를 보인다.

현대차가 지난해 한라비스테온공조 대신 손잡은 덴소는 업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역시 현대차 경쟁사인 도요타그룹에서 분리해 나온 기업이다. 덴소는 여전히 도요타자동차가 24.7%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어 현대차가 주력 부품공급사로 삼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당분간 한라비스테온공조와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체적으로 공조부품 제조역량을 갖출 때까지 차츰 의존도를 낮춰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 정의선-조현식-한상원, 공은 공 사는 사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이 경복초등학교 동기동창으로 사업과 관련해 서로 논의를 하는 등 각별한 관계를 이어왔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과 조 사장은 사업적으로도 협력관계에 있었으나 현대차와 한국타이어가 각각 공조부품 제조사를 거느리게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국내시장뿐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조현식 사장은 현대차와 협력관계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 사장은 인수 참여 사실이 알려진 뒤 반대의견을 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대해 “잘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 사장은 “현대차그룹과 최선의 협력관계를 구축해 안정적 부품공급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사장은 정 부회장과 인수와 관련해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으로서 현대차가 반대하는 인수에 초등학교 동기친구가 참여한 데 속이 쓰릴 수도 있다.

정 부회장은 조 사장은 물론이고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과도 인연이 있다.

한상원 한앤컴퍼니 사장도 정 부회장과 한 살 터울로 친밀한 관계로 알려졌다. 한 사장은 모건스탠리 시절 현대로템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현대차그룹의 재무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한 사장에게 “관계는 관계고 사업은 사업”이라며 한라비스테온공조 인수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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