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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액주주 신뢰 얻지 못하면 금융회사 노조의 이사회 진입도 없다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8-03-23 17:0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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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그룹 노동조합이 사외이사 선임에 쓴잔을 거듭 마시면서 금융회사 노조가 경영에 참여하려면 사외이사 추천을 뒷받침할 다른 방안들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는 앞으로도 주주제안을 통해 K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계속 추천할 뜻을 보였지만 언제쯤 이사회 진입이 성공할지는 불투명하다.
 
소액주주 신뢰 얻지 못하면 금융회사 노조의 이사회 진입도 없다
▲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이 23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이날 KB금융그룹 노조에서 추천한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의 사외이사 선임안은 부결됐다. 

금융회사 상당수는 '주인 없는 회사'라는 말을 듣는다. 따라서 사외이사들의 입김이 강하고 경영사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기도 한다. 노조가 회사의 경영에 참여하기 위한 효과적 방안으로 사외이사 추천을 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KB금융그룹 노조는 2017년 11월에 하승수 변호사, 2018년 3월에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를 주주제안을 통한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는 등 사외이사 선임을 계속 시도해 왔다.

그러나 KB금융지주 주주 상당수가 노조에서 추천한 사외이사를 선임해 주주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전제에 쉽게 동의하지 않으면서 두 차례의 시도가 모두 무산됐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뒤 금융위원회에서 근로자 추천 이사제의 도입을 논의할 정도로 노조에게 이전보다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됐는데도 사외이사 선임을 이끌어내려면 갈 길이 먼 셈이다.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에서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가 선임되면 하나금융지주나 우리은행 노조 등도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돼 왔지만 지금은 시도 여부 자체가 불투명하다. 

박홍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당장은 합법수단인 노사협의회를 통해 노동자의 뜻을 회사 경영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효력이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사외이사 추천을 계속 추진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KB금융그룹을 비롯한 금융권 노조가 사외이사 선임에 성공하려면 후보를 추천하는 단계부터 시민단체나 소액주주 등 다른 집단과 적극 연계해 찬성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대증권 이사회가 2004년 노조의 추천을 받은 하승수 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했을 때도 노조가 하 변호사를 추천하는 단계부터 다른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모았던 영향이 컸다.

KB금융그룹 노조도 이번에 사외이사 후보를 찾는 과정에서 우리사주조합 주주들의 주식을 위임받는 것 외에 시민단체와 연대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KB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지주회사 주주 대다수가 기관투자자와 외국계 주주인 점을 감안하면 시민단체나 소액주주와 연대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국민연금이 2017년 11월 하 변호사의 선임에 찬성했다가 이번에는 권 교수의 선임에 반대했듯 초대형 주주의 의견이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을 가로막을 가능성도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 주주들은 개인과 기관을 막론하고 대체로 보수적 경향을 보인다”며 “노조가 추천한 사외이사 선임을 통해 주주가치도 높아진다는 근거를 계속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금융회사 노조가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향성을 비교적 설명하기 쉬운 정관 개정 등에 실어 주주들의 신뢰를 점진적으로 얻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KB금융그룹 노조가 지주사 주주총회에 올린 안건들의 출석한 주식 대비 찬성률을 살펴보면 사외이사 추천은 4.23%에 머물렀지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구성원을 사외이사로 한정하는 방안은 31.11%에 이르렀다.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와 국내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등도 사외이사들만 사추위를 구성하는 안건에 찬성을 일제히 권고했다.
 
비록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사추위 구성원을 한정하는 안건도 부결됐지만 찬성률을 살펴보면 이 정관 개정안이 주주가치를 높인다고 생각한 주주들도 제법 많은 셈이다.

금융회사 노조가 회사 경영에 참여하려면 노조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전자투표제나 집중투표제 도입 등의 제도 개편도 뒷받침돼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총회 전에 안건을 전달받고 동의 여부를 온라인으로 투표하는 제도를 말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1주마다 선임할 사외이사 수와 같은 수의 의결권을 부여해 이를 사외이사 후보 1명이나 여러 명에게 집중적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제도를 뜻한다.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가 시행되면 소액주주들의 영향력도 높아져 노조와 소액주주의 연대를 통한 사외이사 선임도 이전보다 손쉬워질 수 있다.

법무부와 예탁결제원이 전자투표제와 집중투표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시행 가능성이 높은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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