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항공기 돌려세우기 파문에 대한 검찰 수사가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검찰은 대한항공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참여연대의 항공법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의 고발에 대해 곧바로 압수수색에 나섰다.
검찰은 또 조 전 부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취했다.
조 전 부사장은 국토교통부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한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뜻을 바꿔 출석하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국민적 질타가 계속되면서 대한항공 임직원들은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등 몸을 낮추고 있다.
◆ 검찰, 대한항공 본사 등 압수수색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대한항공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근수)는 11일 오후 2시부터 서울 강서구 공항동에 있는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출장사무소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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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
검찰은 조 전 부사장이 승무원의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사실과 관련해 기장의 권한을 침해하는 월권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항공운항기록 등을 압수했다.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려면 운항기록이 저장된 블랙박스와 JF케네디 공항 관제탑과 교신내용의 확보가 중요하다.
검찰 관계자는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며 증거조작 등의 우려도 있어 서둘러 압수수색을 하게 됐다”며 “압수한 자료를 분석해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소환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10일 조 전 부사장을 항공법 위반, 항공보안법 위반,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부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항공법 50조에 ‘항공기의 비행 안전에 대해 책임을 지는 기장이 승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 항공보안법 43조에 ‘폭행·협박 또는 위계(지위나 계층 따위의 등급)로써 기장 등의 정당한 직무집행을 방해해 운항중인 항공기와 승객의 안전을 해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 조현아, 국토부 조사 미뤘다가 응하기로 바꿔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교통부의 출석 요구를 받고 미뤘다가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애초 일정대로 출석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에게 12일 오전 출석할 것을 요구했다.
조 부사장은 “12일 출석은 어렵지만 국토부의 사실관계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항공법과 항공보안법 등의 위반사항이 있으면 법에 따라 처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조 전 부사장이 출석하지 않아도 국토부에서 강제출석을 명령할 권한은 없다.
조 전 부사장이 출석을 미뤘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다시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자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가 요청한대로 12일 출석해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번 사건이 알려진 뒤 조사팀을 구성하고 조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 기장, 사무장, 객실 승무원 등 10명을 상대로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국토부는 “승무원 간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객관적이고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당시 탑승객에 대한 참고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대한항공에 탑승객 명단과 연락처를 요청했다.
국토부는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규정에 위반된다고 판단할 경우 행정처분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또 형사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고발조치할 수도 있다.
◆ 다시 거세지는 비난여론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은 국토부의 사실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사건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조사는 필수적”이라며 “문을 닫고 출발한 비행기를 돌려 세운 과정과 정확한 이유, 이를 결정한 사람, 승객 안전을 책임지는 사무장이 비행기에서 내리게 된 이유와 과정, 또 이를 결정한 사람이 명백하게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조 전 부사장이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은 소란과 행패를 부렸다는 의혹이 있고, 기장과 협의해서 회항했다는 것도 조종사노조 등의 반박을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만큼 국토부는 이런 부분들까지도 철저히 조사를 진행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조 전 부사장이 도덕성과 투명성이 생명인 인하대학교와 항공대학교의 이사직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 몸 사리는 대한항공
대한항공은 모든 고위임원에게 외부행사를 자제할 것을 지시하는 등 비상이 걸렸다.
지창훈 대한항공 사장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한 '한-아세안 CEO 서밋'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외부 시선을 의식해 불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행사는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 회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등 한국기업 CEO 300여 명이 참석하는 자리였다.
지창훈 사장은 아세안 국가에 대한 항공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직접 참석하기로 했지만 이번 파문으로 참석하지 않았다.
지창훈 사장뿐 아니라 대한항공 임직원들에게 외부행사 자제령이 떨어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