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내릴 수 있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0월 이후 유럽경제 부진이 예상보다 심하고 중국경제도 성장세가 둔화한 것이 눈에 보인다"며 "두 달 동안 대내외적 변화를 보면 내년 경제성장률 3.9% 전망을 유지하기 힘들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가계부채는 급증하고 있고 경제성장과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둔화하고 있다. 어디에 중점을 더 두고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나.

"금리정책은 부정적 효과와 긍정적 효과가 모두 뒷따르게 된다. 금융안정 리스크와 실물경제 리스크를 균형있게 고루 고려하면서 운용하겠다."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도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금리를 추가적으로 내려야 한다는 주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디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중앙은행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과하다. 최근 나오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디플레이션의 원론적 정의에 가깝다기보다 저성장과 저물가의 고착을 우려하는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KDI도 내년 경제성장률 3.5%, 물가 1%, 근원인플레이션은 2%대라고 전망했다. 3%대 성장과 1~2%대 물가를 디플레이션 상태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저성장 저물가가 오래 되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가능성을 방치할 수 없다. 따라서 저성장과 저물가의 원인을 먼저 봐야 한다.

통화당국은 금리를 두 번 낮추고 대출제도(금융중개지원제도)를 통해 경기 모멘텀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정부도 다각적 정책을 내놨다. 하지만 실물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경기순환 요인보다 구조적 요인이 뿌리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구조적 문제를 치유하지 않고서 저성장 저물가를 탈피할 수 없다.“

- 한은이 10월에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9%로 발표했다. 달성할 수 있나.

"지난 10월 이후 두 달 동안의 변화를 보면 3.9% 전망을 유지하기 힘들다고 본다. 유럽경제 부진이 생각보다 심해 유럽중앙은행 (ECB)도 전망치를 낮췄다. 중국경제도 성장세 둔화가 눈에 띄게 보인다. 또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예상보다 부진하다. 내년 1월 전망치를 밝히겠다.“

- 한은이 판단하는 잠재성장률 수준이 이전보다 낮아지고 있는 것 아닌가.

"잠재성장률은 낮아지는 흐름은 불가피하다. 고령화 진전에 따른 노동력 문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의 투자부진이 이어져 온 것을 감안하면 방향 자체는 잠재성장률이 낮아지는 쪽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잠재성장률을 낮출 수 밖에 없는 경제구조와 발전단계에 와 있다.“

- 내년중 미국이 금리 인상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은이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예상하고 먼저 움직여야 한다고 보는가, 아니면 효과를 본 이후에 금리를 움직이는 게 맞나.

"정확히 어떤 시점에서 어떤 속도로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 예상하기 힘들다. 미리 예단해서 움직이는 것은 맞지 않다. 대신 미국 금리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신호는 계속 나올 것이다. 이런 것들을 지켜봐가면서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겠다.“

-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 한은의 물가 전망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게 되나.

"우리나라가 워낙 원유수입 규모가 크기 때문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물가 도입단가가 10% 떨어질 때마다 연간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2%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하반기 유가가 30% 이상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소비자 물가를 상당폭 낮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 유가하락으로 생산자 물가가 많이 낮아졌다. 2016년부터 새로 물가목표제 범위를 정해야 하는데 현재의 목표(2.5~3.5%)를 수정할 의향이 있나.

"최근 대외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에 단기 분석만으로 적정물가를 모색하기 어렵다. 현재 물가 목표기한이 한 해 남았다. 목표를 바꾸기보다 2016년 이후에 적용할 균형 물가상승률을 모색하는 작업을 좀 더 서두르겠다. 내년 상반기에라도 작업에 속도를 내겠다"

- 10월 가계부채 증가폭이 역대 최고인 데다 11월도 매우 크게 늘었다. 가계부채 문제에서 구조적 문제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가처분소득에 대한 부채비율이 160%를 넘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증가세가 빠르다. 가계부채는 중요한 문제이지만 성장모멘텀과 심리개선이 더 우선시 돼 금리를 내렸다. 이후 가계부채 문제는 거시건전성 차원에서 감독당국과 공조가 필요한 사안이다. 다만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중이다. 정확한 현황 파악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 물가전망은 하향하게 되는 건가.

"지난번 물가 전망치는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 유가 변동폭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원·달러가 상승한 것을 감안해도 지난번 내놨던 물가목표는 낮출 요인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민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