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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인수결정 삼성 계열사 한화로 통합할 수 있나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12-10 22:4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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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 인수결정 삼성 계열사 한화로 통합할 수 있나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은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 계열사 4곳을 인수하면서 한화생명 모델을 그대로 적용하기로 했다.

고용을 유지하고 기존 처우도 그대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 인수에 반발하고 있는 삼성그룹 4개 계열사 직원들에게 걱정말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는 김승연 회장의 고용에 대한 철학을 반영하는 방침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그동안 구조조정을 하면서 회사를 매각할 때도 고용보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매각가격에서 기꺼이 손해를 보기도 했다.

강기수 한화그룹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삼성그룹 계열사 직원들의 고용승계를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며 “고용을 보장하는 것은 신용과 의리를 중시하는 한화그룹의 경영철학”이라고 강조했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에 인수되면서 고용승계 원칙이 수년 동안 지켜졌다. 이를 통해 한화생명은 6년 만에 적자를 완전히 해소했다. 이제는 한화그룹의 현금창출원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한화그룹의 정체성이 그만큼 약하다는 말도 듣는다. 한화그룹 안에서 다른 회사 같다는 평가도 받는다.

삼성그룹 4개 계열사도 한화그룹에서 한화생명처럼 된다면 자칫 한화그룹의 정체성이 더욱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화생명의 임직원은 5천 명에 약간 못미친다. 그러나 삼성그룹 4개 계열사 임직원은 1만 명에 육박한다. 규모부터가 다르다. 이런 규모가 한화그룹 속에 녹아들어가지 못하다면 자칫 기존 한화그룹 계열사에서 불만의 싹이 틀 수 있다.

특히 한화생명은 금융회사라는 특수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그룹이고 금융 계열사는 나름대로 독립성이 유지된다. 그러나 삼성그룹 4개 계열사는 제조회사다.

한화그룹의 비슷한 성격의 계열사와 급여와 복지 등에서 차이가 생긴다면 한화그룹은 기존 한화그룹과 새로운 한화그룹으로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 수가 있다.

◆ 김승연이 지킨 한화생명 고용승계 원칙

한화그룹의 지주회사인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할 때 임직원들의 반발이 심했다. 인수 당시 한화생명 직원들의 평균연봉은 5천만 원이었지만 모회사가 될 한화의 평균연봉은 3700만 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이 흐른 지난해 한화생명 직원의 평균임금은 9천만 원, 한화의 평균임금은 5700만원으로 임금격차가 오히려 확대됐다.

한화그룹 고위 관계자는 “대한생명 인수 당시에 정한 고용승계 원칙을 올해까지 12년 동안 성공적으로 유지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화생명 인수 뒤에 철저하게 고용을 보장했다. 한화생명의 연봉은 물론이고 복리후생 비용과 경조사 비용 등도 다른 계열사에 비해 우대했다. 그 결과 한화생명은 그룹내 ‘역차별’이라는 말들이 나올 만큼 후한 대접을 받게 됐다.

대표적인 경우가 성과급이다. 한화생명은 2002년 12월 한화그룹에 인수된 뒤 한화그룹 창사 이래 처음으로 성과급을 도입했다. 한화생명 직원들은 2003년 5월 기본급의 550%에 이르는 성과급을 손에 쥐었고 그뒤 지금까지 매년 성과급을 받고 있다.

◆ 삼성그룹 계열사 4곳, 또 다른 한화그룹 되나

한화생명은 수입보험료와 총자산 등에서 보험업계 2위에 올라 있다. 한화생명은 한화그룹 전체 매출 가운데 50%를 차지한다.

한화생명 임직원들의 자부심도 다른 보험회사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한화생명 임직원들은 생명보험사 가운데 근속년수 1위다. 한화손해보험 등 다른 금융계열사와 임금격차도 점차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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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테크윈 비상대책위원회 임직원 800여 명이 지난 1일 경남 창원공장 앞에서 한화그룹 매각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의 한 관계자는 “같은 회사 내 금융권이지만 한화생명 임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다”며 “평소 패배의식도 거의 없는 당당한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이 조직문화 차원에서 한화그룹과 시너지를 발휘했는가 하는 점을 놓고 비판적 목소리가 나온다.

한화 관계자는 “대한생명 인수 뒤 모회사인 한화에서 그쪽으로 옮겨간 임직원은 열 명 남짓에 불과하다”며 “현재 한화생명 주요 부서장은 과거 대한생명으로 입사한 직원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4곳을 인수한 뒤 한화생명의 모델을 적용할 경우 같은 일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한화그룹 안팎에서 제기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한생명에 이어 몸집이 큰 삼성 계열사가 인수되면 계열사 간 이질적 기업문화가 더욱 심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화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삼성그룹 계열사 가운데 일부는 성과급을 받아 겉으로 임금격차가 큰 것처럼 보일 뿐 한화그룹의 기존 제조회사와 임금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다”며 “고용승계 원칙을 철저히 지켜온 만큼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를 믿어준다면 한화그룹으로 하나 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김승연, 한화그룹을 하나로 묶을 수 있나

한화그룹은 그동안 20여 차례가 넘는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탓에 계열사 사이에 이질적 문화가 뿌리깊게 존재한다.

또 모태사업인 화약업에서 비롯된 남성 중심적 분위기도 경직된 조직문화 조성에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최근 이런 조직문화를 바꾸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노력이 여성 친화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는 일이다. 김승연 회장은 2010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글로벌 인재 채용설명회에서 “한화는 화약업종에서 시작해 여성인력 채용이 부진했다”며 “앞으로 한화그룹에서 여성 CEO를 배출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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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그룹 계열사 여직원들과 경영진이 지난 10월 '2014 한화 위드(WITH) 컨퍼런스'에 참여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여성친화적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지난해 5월부터 가정 양립지원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핵심 여성인력으로 구성된 '위드(WITH)팀'을 운영하며 '워킹맘'을 위한 탄력근무제를 다른 대기업들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또 그룹의 정체성을 알리는 대외 홍보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웹드라마 형식으로 한화그룹의 화약사업을 홍보하는 ‘불꽃 드라마’를 내놓았다. 삼성그룹과 교보생명 등에 이어 대기업 가운데 발빠르게 기업홍보용 웹드라마를 제작했다.

한화그룹의 한 직원은 “이런 저런 행사들을 그룹에서 먼저 시도하는 모습이 놀랍다”며 “이전에 딱딱하고 무거웠던 회사 이미지를 벗고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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