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은행 새 총재로 외부인사를 고를까 내부인사를 선택할까?
지방선거를 3개월여 남긴 시점에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큰 잡음없이 통과할 수 있는 후보자를 고르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 장병화 전 한국은행 부총재(왼쪽)와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재임기간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 뒤 시장의 관심은 누가 차기 한국은행 총재에 오를 지로 옮겨가고 있다. 이 총재의 임기는 3월 말까지다.
한국은행 총재는 대통령이 임명한다. 먼저 청와대에서 후보자를 검증하고 국무회의 심의를 거친뒤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마친 다음에 대통령 임명이 이뤄진다.
청와대는 한국은행 차기 총재 후보군을 6명가량으로 좁혀 내부검증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내부인사로 장병화 전 한국은행 부총재와
김재천 전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 이광주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이 거명된다. 외부인사로 전성인 홍익대 교수와 김홍범 경상대 교수, 박상용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각각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출신 후보군에 전·현직 관료 출신 및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배제해 한국은행 독립성을 둘러싼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수 출신 인사가 한국은행 총재에 지명되면 학자 출신 인사들이
문재인 정부 ‘경제팀’의 주요 요직을 차지한 것과 비슷한 흐름으로 비춰지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장표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대학교수 출신이다. 특히 전성인 교수는 장 실장 및 김 위원장과 함께 경제민주화 논의를 주도한 인물로도 꼽힌다.
장 실장과 김 위원장을 놓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거세게 반발하며 자격시비를 따지고 들었던 만큼 비슷한 모양새가 반복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국민들에게 평가받는 첫 무대로 꼽히는 6월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상황에서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를 놓고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시끄러워지면 지방선거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5월 출범한 뒤 내각을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후보자들을 둘러싼 각종 비리 또는 도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곤혹을 치렀다.
이를 의식한 청와대가 엄격한 검증을 실시하면서 기존에 하마평에 오르내리던 외부 출신 후보자들이 검증을 넘지 못하거나 스스로 거절의사를 밝혔다는 말도 나돈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 내부인사에게 총재를 맡길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 주요 요직을 거친 만큼 전문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낮고 한국은행의 독립성을 더욱 굳건하게 다졌다는 명분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 등 주요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는 데다 미국 통상압력과 북핵 리스크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한 만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다뤄온 경험있는 인사가 필요한 시기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
문재인 정부가 관행을 뛰어넘는 파격 인사를 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깜짝지명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며 “이 총재의 임기를 감안하면 늦어도 3월 초에 후보자 지명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