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02-23 13: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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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이 한국GM 문제의 해결을 위해 GM과 협상물꼬를 텄지만 주도권 싸움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GM이 산업은행이 요구한 한국GM 경영실사에 합의하고 경영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기로 하는 등 한발 물러나면서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일반적으로 실사가 2~3개월여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GM이 처음 자금지원 결정시한으로 제시했던 2월 말까지 마무리되긴 어렵다.
GM의 3월 글로벌 신차 출시일정을 감안하면 산업은행과 GM은 3월이 지나기 전에 실사와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GM이 태도를 바꾸면서 한국 정부가 원칙으로 내세웠던 ‘선(先) 실사, 후(後) 지원’ 원칙을 수용하는 모양새가 됐다.
다만 GM이 명확한 경영 정상화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정부는 한국GM 문제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등이 공동으로 대응하고 대외창구는 산업부로 일원화했다.
현재 GM이 제시한 내용들은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국회와 기획재정부, 산업은행 등을 방문해 산발적으로 내놓은 내용을 종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각 부처들도 서로가 들은 엥글 사장의 발언을 짜집기해서 GM의 뜻을 파악하고 있는 정도다.
GM이 아직 공식적으로 서면으로 된 경영 정상화방안을 내놓지도 않은 만큼 엥글 사장의 발언만 믿고 한국 정부가 협상카드를 내놓기엔 부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통상현안 대책회의에서 “GM사태를 조속히 해결해야 하지만 현재까지 GM 본사의 사태 해결 의지가 눈에 띄지 않는다”며 “구체적 자구책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에 손 벌리는 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와 GM의 수싸움이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엥글 사장은 GM이 앞으로 10년 동안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28억 달러(3조200억 원)를 신규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극단적 태도를 보이던 GM이 이대로 결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GM은 한국 정부에 △산업은행이 지분율만큼 출자 전환과 신규 투자에 참여하고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대출금과 관련해 한국GM 부평공장 담보설정을 허용하고 △외국인투자기업 지정을 통한 세제지원 등을 요구했는데 이를 신규 투자의 선행조건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GM은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요구사항 가운데 일부를 철회하는 대신 산업은행의 자금지원을 더욱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실사에 적극 협력하기로 한 점도 GM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한국GM을 둘러싼 각종 부실경영 의혹이 제기됐지만 이 의혹들을 규명할 뾰족한 근거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실사를 한 뒤에도 GM의 경영상 책임을 물을 요인을 잡아내지 못하면 오히려 GM에게 협상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GM은 GM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제시했지만 한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명분도 만들어 책임의 공을 한국쪽으로 던지려는 의도도 점쳐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GM이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본격적 협상이 시작되면서 협상력을 확보하기 위한 산업은행의 역할이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