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현 춘천지검 검사는 4일 MBC뉴스데스크에서 지난해 2월 강원랜드의 채용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권 의원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사건을 인수인계 받은 뒤 두 달 만에 윗선에서 갑자기 사건종결을 지시했는데 그 배경에 권 의원과 윗선이 상당한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있고 수사과정에서도 권 의원의 이름이 나오는 증거목록을 삭제하라는 상관의 압력을 수차례 받았다는 것이다.
춘천지검은 실제 2016년부터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1년 넘게 수사했는데 지난해 4월 최흥집 전 사장과 인사팀장 등 2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추 대표는 “강원랜드 사건의 담당검사였던 안 검사는 당시 춘천지검장의 외압이 있었다는 사실을 또렷히 폭로했다”며 “이제 강원랜드 채용비리는 단순한 채용비리를 넘어 검찰 수사과정에서 은폐, 축소, 권력형 외압과 관련한 진상조사로까지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현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5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현직 검사의 용기있는 폭로는 다시 한 번 온 국민을 분노하게 하고 있다”며 “검찰이 국민 앞에 떳떳하려면 외압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내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의원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권 의원은 5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수사과정에 압력을 행사한 사실은 전혀 없다”며 “안 검사가 어떤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참으로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의 배경에는 최근 춘천지검에서 의정부지검으로 발령 난 안 검사의 인사 불만도 있지 않을까 짐작하고 있다”며 “수사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법적 조치를 취하려고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권 의원이 관련 의혹을 정면으로 부인했지만 서지현 검사의 내부고발에 이어 또 다시 불거져 나온 현직 검사의 내부고발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수사를 피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최고의원은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군사문화에 버금가는 검찰의 철저한 위계질서 속에서 나온 폭로인 만큼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지만 안 검사 진술의 신빙성은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서 검사 폭로 이후 갑횡포 성범죄 근절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또 다른 내부고발인 안 검사의 폭로에서 권 의원을 비호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박완주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5일 “자유한국당은 이번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과 관련해 공당으로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야할 것”이라며 “만약 자유한국당이 법 질서를 유린한 ‘권 의원 구하기’에 나선다면 스스로 ‘적폐 중의 적폐임’을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 ‘무관용 원칙’을 강조하는 점도 권 의원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최근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관련해 전수조사를 마치고 채용비리 연루자들을 즉각 업무에서 배제하고 퇴출하는 방침을 세우는 등 강도 높은 제재를 가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5일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강원랜드의 수사 외압 의혹을 놓고 “사실관계를 좀 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문 총장이 권 의원의 외압 의혹에 따라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은 현재 춘천지검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문 총장은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춘천지검이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별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내부고발을 통해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에 수사를 맡길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추 대표는 “이번 사건은 국회 법사위원장, 전직 검찰총장과 지검장 등이 연루된 권력형 외압 의혹이기 때문에 검찰 자체의 진상조사에 기대할 것이 없다”며 “1차적으로 법무부의 신속하고 철저한 진상조사와 함께 국회 국정조사와 특검을 통해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