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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의 결자해지, 코엑스 면세점 증자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3-07 20: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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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MB정부 시절 인수한 ‘코엑스 면세점’이 자본잠식 상태에 빠지자 결자해지에 나섰다. 유상증자로 자금의 숨통을 터주면서 시내 면세점사업에 대해 더 고삐를 죄고 있다.

  신동빈의 결자해지, 코엑스 면세점 증자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호텔롯데는 지난 5일 자회사인 롯데디에프글로벌에 300억 원을 증자하기로 했다. 동시에 손회사인 롯데디에프리테일도 유상증자를 실시해 디에프글로벌이 291억 원을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디에프글로벌은 롯데면세점 인천공항점의 화장품 판매법인이고, 디에프리테일은 ‘코엑스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법인이다.

두 곳 모두 2010년 호텔롯데가 AK면세점을 800억 원에 인수하면서 맡게 됐다. 당시 인수는 123층 롯데월드타워 건축허가와 함께 ‘MB정부의 혜택’으로 꼽히기도 했다. 공정위가 인수를 허가해주면서 롯데면세점은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섰다. 이로써 독과점 시장을 형성하게 됐다는 것이 논란의 주된 내용이었다. 특히 신라호텔의 파라다이스면세점 인수 불허와 비교되며 특혜 시비를 불렀다.

하지만 AK면세점은 호텔롯데로 넘어갔고, 그 덕분에 롯데는 국내 면세점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신 회장은 2004년 취임 후 10년 동안 M&A을 주도해 롯데그룹 자산을 3.5배나 불렸다. 굵직한 인수 건만 30개가 넘는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이 경영전면에 나서면서 활발한 M&A를 통해 그룹이 크게 성장했다”며 “특히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면서도 무리한 사업 확장을 하지 않는 것이 롯데그룹 M&A의 기본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신 회장이 공들여 인수한 여러 곳 가운데 한 곳인 코엑스 롯데면세점이 자본잠식에 빠져버렸다. 신 회장으로서는 마음이 불편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인수 이후 코엑스 면세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고공행진이다. 매출은 2011년 912억 원으로 늘었고 2012년에는 1110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최초로 매출규모 1000억 원을 넘어선 것이다. 인수 2년 만에 영업이익도 9억 원을 돌파하며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인수하기 바로 전 해인 2009년 영업손실이 18억 원이었다. 이런 흑자전환은 롯데면세점의 브랜드 파워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문제는 ‘5년 연속 누적 순손실’이다. 코엑스 면세점은 한 해도 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다. 영업손실도 누적됐지만 인수로 인한 이자비용 등 영업외비용이 자꾸 늘어난 탓이다. 이에 따라 결손금도 쌓여 2012년 기준 374억 원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재무구조가 악화되다 2012년에는 완전 자본잠식에 빠지고 말았다. 계속된 순손실로 자본금을 까먹어 현재 자본금 499억 원에 자본총계가 -7억3400만원이다. 증자가 불가피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번 자금수혈로 시내 면세점사업에 대한 신 회장의 강한 의지가 드러났다. 최근 대기업이 면세점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여론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규제가 거세졌다. 롯데, 신라 등 대기업이 공항 면세점사업에 제동이 걸린 이유다.

지난해 국내 주요공항 면세점 입찰에는 중소기업 기준을 강화해 아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입찰이 어려워진 공항면세점보다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시내면세점으로 눈을 돌릴 이유가 충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반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바람이 불고 한화갤러리아, 신세계 등 신규 사업자들이 진출하면서 기존에 면세점사업을 해온 대기업들의 고민이 크다"며 "면세점업계 1위인 롯데가 앞으로 시내면세점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특히 신 회장은 최근 롯데쇼핑의 과도한 해외투자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상보다 저조한 롯데쇼핑의 해외실적에 비하면 면세점사업은 한마디로 ‘노다지’다. ‘한류열풍’을 타고 들어오는 중국관광객 덕분이다. 지난해 11월까지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405만 명으로 2012년 같은 기간보다 53%나 늘었다.


최근 시내면세점의 중국관광객 매출 비중은 계속 커지고 있다. 시내면세점은 중국관광객 쇼핑장소 1순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국관광객의 국내 총지출액은 2007년 6000억 원에서 2012년 4조5천억 원으로 7배 이상 급증했다. 2012년 전체 외국관광객은 총지출 경비 중 43%인 640달러를 쇼핑비용으로 썼다.

그런데 중국관광객의 평균 쇼핑비용은 1410 달러로 총경비 중 61%나 쇼핑으로 지출했다. 중국관광객이 확실한 ‘큰손’인 셈이다. 또 중국관광객은 한국 방문 이유로 쇼핑(32%)을 가장 많이 꼽았다.


호텔롯데는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최상위 회사다. 호텔롯데는 롯데건설 지분 34.8%, 롯데쇼핑 지분 8.8% 뿐만 아니라 30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호텔롯데의 최대 주주는 일본 롯데홀딩스(19.2%)다. 따라서 호텔롯데를 장악하면 상대적으로 손쉽게 그룹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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