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율주행차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으로 거듭난 블랙베리 지분을 인수할 유력한 후보로 꼽혔다.
손영권 삼성전자 최고전략책임 사장이 전장부품사업 성장목표를 내놓으며 예고한 대규모 인수합병 대상이 블랙베리가 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블랙베리는 신사업인 자율주행차 관련 소프트웨어에 인력과 연구개발투자를 대폭 확대해 공격적으로 키워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블랙베리는 휴대폰사업에서 부진이 계속되자 최근 중국 TCL에 휴대폰사업과 브랜드 사용권을 모두 넘기는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기업용 보안솔루션과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소프트웨어 등 전망이 밝은 사업분야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의 고성능화와 자율주행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블랙베리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사업은 성장 가능성을 주목받고 있다.
블랙베리는 자회사인 QNX를 통해 자율주행차 이용자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보안결함을 방지하는 솔루션과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 등을 주력으로 한다.
QNX의 소프트웨어는 이미 GM과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기업에 공급되고 있다.
블랙베리는 장기적으로 자체 자율주행 기술 개발 등으로 소프트웨어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대규모 투자계획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수년 동안 휴대폰사업의 부진으로 경영난이 계속됐던 만큼 자금 확보가 쉽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베리는 QNX의 성장에 힘입어 매력적 인수대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며 “블랙베리 최대주주인 투자기관들이 지분 매각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렇게 될 경우 삼성전자가 블랙베리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부품과 자율주행차에서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관계자를 인용해 삼성전자와 오라클이 최근 블랙베리와 QNX의 기술력에 관심을 보이며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의 블랙베리 인수설은 약 3년 전부터 제기됐다. 당시 두 회사가 모두 이런 내용을 부인하고 삼성전자가 인수로 얻을 효과도 크지 않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며 상황이 마무리됐다.
하지만 블랙베리 지분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이 나오는 데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로 전장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상황이 이전과 달라진 만큼 충분히 인수논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
블랙베리 시가총액은 현재 6조 원 안팎으로 추정돼 삼성전자 입장에서 부담도 그리 크지 않다.
삼성전자는 구글과 애플, 테슬라 등 경쟁사보다 자율주행 기술개발에 뒤늦게 뛰어들었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블랙베리를 인수할 경우 소프트웨어 경쟁력 확보를 앞당길 수 있다.
더구나 QNX는 블랙베리가 2010년 하만에서 인수한 자회사인 만큼 삼성전자와 하만이 QNX의 기술을 되찾아올 경우 전장부품과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 블랙베리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안내. |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과 자율주행분야에서 적극적 투자와 인수합병을 예고하고 있다.
손영권 사장은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인수합병을 사업확대와 성장에 중요한 도구로 인식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에 성공하며 대규모 빅딜에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또 전장부품 관련기업을 내년 투자계획에서 우선순위로 두겠다며 총수공백 사태의 삼성전자에서도 새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손 사장은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합병을 주도한 만큼 블랙베리 인수를 추진할 경우에도 전면에 나서 이를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경제분석지 인베스터플레이스는 “블랙베리는 글로벌 기업의 인수합병 대상에 가장 우선순위로 꼽히고 있다”며 애플과 구글, 인텔과 테슬라 등을 인수에 나설 유력한 후보자로 꼽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