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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들은 어떻게 실리콘밸리를 장악했나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11-17 20: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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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인들은 어떻게 실리콘밸리를 장악했나  
▲ 마이크로소프트(MS)가 공개한 전현직 이사회 의장과 최고경영자(CEO) 4명의 기념 사진. 왼쪽부터 차례로 존 톰슨 신임 이사회 의장, 사티아 나델라 신임 CEO, 빌 게이츠 창립자 겸 기술고문(초대 CEO, 전 이사회 의장), 스티브 발머 이사(제2대 CEO).

‘인도인이 없으면 실리콘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순다르 피차이 수석부사장이 구글의 새로운 얼굴로 떠오르면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인도인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은 거의 인도 출신들이 주도하고 있다.

MS의 소프트웨어 인력 중 인도 출신은 7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글의 개발자회의도 인도 출신 개발자들이 주축이 돼 발표를 진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구글의 핵심업무를 총괄하며 부사장을 지낸 사람 중 인도 출신이 많다. 최근 구글의 핵심업무를 맡게 된 순다르 피차이와 소셜 서비스를 담당했던 빅 군도트라, 구글 초기부터 검색을 주도해온 아밋 싱할 등도 모두 인도출신이다.

어도비 CEO인 샨타누 나라옌 역시 인도계다.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는 기업의 30% 이상이 인도인이 주축이 된 기업이다.

전문가들은 인도인이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기술과 언어, 그리고 교육열을 꼽는다.

어렸을 때부터 수학과 과학에 대한 탄탄한 교육이 이뤄지는 데다 영어를 자신있게 구사할 수 있으며 엔지니어가 계급(카스트)의 한계를 뛰어넘는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우수인재들이 이공계로 몰린다는 것이다.

◆ 탄탄한 수학, 과학적 기초

인도학생들은 수학시간에 구구단이 아니라 19단을 외우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과학, 기술에 대한 교육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인도인들은 수학에 강하다. 숫자 0을 발명한 것도 인도인이다. 미적분학의 기초인 무한급수 개념도 인도인들이 먼저 썼다.

인도인들은 매년 미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전미 우수학생 선발대회에서 상위권을 대부분 휩쓸고 있다.

미국의 MIT나 캘리포니아공대 등 유명 공대들 역시 인도인들이 장악하고 있다. 수학은 모든 공학의 기초학문인 만큼 소프트웨어 개발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도인들은 공학은 물론 회계와 통계, 재무 등 숫자와 관련된 대부분의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인다.

인도정부의 정책도 전문인력 양성에 한몫했다. 매년 2천 개에 가까운 공대에서 7~8만 명, 압테크와 N2T 등 민간교육기관에서 연간 90만 명의 인력이 배출되고 있다.

인도에서 공대가 모든 과를 통틀어 가장 인기가 높다. 많은 기술자를 배출한 최고의 명문인 인도공과대학(IIT)에 들어가려면 전국에서 상위 1% 이내에 들어야 한다.

피차이 부사장 역시 이 학교 출신이다. 인도학생들의 가장 큰 목표는 공대를 나와 외국기업에 기술자로 취업하는 것이다.

인도정부는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 하이데라버드 등 20개 지역에 테크노파크를 조성했다.

수입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세를 폐지하고 소프트웨어 수출로 얻은 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전액 감면하고 있다. 저작권법과 불법 복제에 대한 단속도 철저하게 이뤄지고 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은 산업구조, 인력양성, 법과 제도 개선 등 오랜 기간 동안 사회 전반에 걸친 노력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인도인들은 어떻게 실리콘밸리를 장악했나  
▲ 순다르 피차이 구글 수석부사장

◆ 영어와 교육열


인도인들은 영국 식민지 생활을 거쳐 영어에 능통하다.

전문가들은 언어에 능통하다는 사실이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단순히 의사소통에 능한 것이 아니라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장도 당당히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실리콘밸리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언어장벽이 꼽힌다. 한국인들은 미국인이 아니고 영어를 잘 못한다는 사실에 위축되는 반면 인도인들은 자신감에 넘쳐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의 상류층들은 영국의 상류문화까지 그대로 익혔다. 영어권 국가에서 유학을 마친 인도인들이 그 나라의 상류층에 편입되며 성장하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

인도인들의 뜨거운 교육열도 전문인력 양성의 비결로 꼽힌다.

인도 중산층의 교육열은 한국에 필적할 정도다. 이들은 대학생이나 현직 교사를 가정교사로 채용해 아이들을 가르친다. 학교 주변에 학원도 많다.

특히 인도사회에서 점차 자본주의 논리가 강해지면서 상위 카스트가 아니더라도 대학에서 교육을 받으면 높은 사회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게 되자 교육열이 모든 계급으로 확산됐다.

◆ 새롭게 떠오르는 인도인의 힘, 네트워크

실리콘밸리로 인도인이 몰리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 이른바 밀레니엄 버그 사건 이후부터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기업들이 인력이 풍부한 인도에 눈길을 돌렸다.

당시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인재들이 지금 실리콘밸리의 주축으로 성장했다. 실리콘밸리에서 이들을 ‘인디언 마피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들을 통해 미국의 첨단정보와 노하우가 곧바로 IT기업 집적도시인 벵갈루루에 전해진다.

이렇게 형성된 네트워크를 활용하기 위해 세계 유명 IT기업들이 인도출신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구글과 MS, 페이스북 등이 벵갈루루에서 졸업생을 유치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실리콘밸리로 진출한 인도인들은 20년째 ‘타이콘’이라는 네트워크를 결성해 인도 IT인들의 결속을 다지고 인도의 IT기술도 널리 알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싱귤래러티 대학 연구혁신부회장인 비벡 와드화는 ‘인도계 미국인이 실리콘밸리를 지배할 것’이라는 제목의 인도 현지 이코노믹타임스 기고문에서 실리콘밸리에서 인도계가 두각을 보이는 이유를 “카스트와 종교, 지역에 관계없이 서로를 돕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인도계 실리콘밸리 창업 1세대는 후속세대가 실리콘밸리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자금도 지원한다. 2005년 실리콘밸리 기업의 25.8%가 인도인이 창업했다. 그 비중은 2012년 33.2%까지 증가했다.

업계에서 수년 내에 인도가 미국을 제치고 세계 IT권력의 중심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MS와 구글을 대표하는 인물로 인도 출신이 떠오른 지금 벵갈루루에서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시장조사업체 에반스데이터는 ‘세계개발자인구통계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2017년 말 인도의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520만 명으로 현재 275만 명보다 90%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무섭 동아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12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 최고의 인재들이 중산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로 IT를 택하면서 인도의 인재 경쟁력은 점점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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