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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엔저로 기업 경쟁력 떨어질까 우려"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11-13 18: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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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열 "엔저로 기업 경쟁력 떨어질까 우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엔화약세 현상으로 국내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났다.

이 총재는 13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엔화약세가 장기간 이어지면 일본 기업이 엔저를 기반으로 단가를 인하할 것”이라며 “국내기업이 가격경쟁력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그러나 “원화도 달러화에 대해 상당히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 가격경쟁에서 불리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이다.

- 지난달 은행의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증가폭이 한국은행의 예상경로를 따라가고 있는가. 또 앞으로 더 늘어날 전망인가.

“지난달 주택거래량이 증가해 은행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늘어났다. 가계대출은 주택경기 상황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현재 주택수급과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보면 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이 증가하는 현상은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 두 번이나 기준금리를 내렸는데 파급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기준금리를 내린 뒤 시중은행의 여신과 수신 금리인하, 신용공급 상황을 보면 금리정책의 파급경로가 원활하게 작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정책의 파급효과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글로벌 경기부진과 구조적 경직성 및 규제가 파급효과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조개선 노력을 병행해야 경기 모멘텀이 살아날 수 있다.”

- 수출호조가 소득에 비해 내수가 활성화되지 못해 생긴 흑자라는 지적이 있다. 수출구조가 이전과 달라졌는가.

“우리나라 수출은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3%가량 성장했다. 그러나 지역별로 보면 차이가 크다.  일본, 유럽, 중국의 경우 경기가 좋지 않아 수출이 부진하다. 반면 미국의 경우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이 12%나 성장했다.


다만 중국에 대한 수출은 구조적 변화로 설명하기 힘들다. 대중국 수출의 70%를 중간재와 자본재가 차지한다. 중국의 최종적 수요는 상당 부분 미국에 의존하기 때문에 미국경기가 여전히 중요하다.”

- 3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 당시 수출이 지난 2분기보다 감소했다. 이번에 수출이 양호하다는 말을 듣는데 종합적으로 평가해 달라.

“수출은 괜찮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계 주요국에 따라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전체적 숫자가 높지 않으나 양호한 상태다.”

- 정부에서 엔화와 원화가 같이 움직이도록 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원화가 엔화와 같이 움직이는 게 경제에 긍정적인가.

“원화약세가 엔저 룸과 100% 동조화되지 않아 국내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다. 일본과 경쟁이 심한 기계 및 철강업종은 경쟁력이 크게 약화했을 수 있다. 다만 달러화 대비 원화가 약세를 보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가격경쟁력이 불리한 것은 아니다.”

- 엔화약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견해에 변화가 있나.

“엔화약세가 더욱 빠르게 깊어지면 우려할 만한 상황이 올 수 있다. 오랫동안 엔화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 기업은 수익성을 개선했다.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일본기업들이 이를 바탕으로 단가를 인하하면 우리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 엔화가치가 계속 떨어진다면 원화도 어느 정도까지 따라갈 수 있는가.

“엔화가 어느 정도까지 약세를 띄는지에 따라 원화의 동조화를 판단해야 한다. 일본의 추가적 완화조치에 따른 엔화약세는 한계가 있다. 지나친 엔화약세는 물가에도 문제가 되며 수입기업의 비용 부담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본 중앙은행도 지난달 31일 추가 양적완화를 결정할 때 표가 5대 4로 갈렸다. 추가완화에 대한 부정적 견해가 있는 셈이다.”

- 국내 설비투자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금리인하에도 효과가 없는 것인가.

“투자결정에 금리보다 경기전망과 투자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한다. 금리인하도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투자를 둘러싼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시장에서 미국이 2015년 중순에 금리를 정상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에도 우리가 버틸 여력은 있는가.

“미국이 양적완화를 종료했으나 당분간 완화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은 변화하지 않았다. 미국의 금리정책은 지표를 보고 판단하겠다. 혹여 금리를 조정하더라도 시장과 소통해 예측가능하고 점진적으로 진행하겠다. 그래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큰 충격이 되지 않을 것이다.”

- 한국은행은 지난달 물가전망에서 올해 유가를 105달러, 2015년 90달러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재 두바이 브렌트유 국제유가가 80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물가 하방압력에 대한 우려를 보였다. 한국은행은 물가목표를 달성할 수 있나.

“현재 물가수준은 목표치인 2.5~3.5%를 밑돌고 있다. 물가목표를 정할 때보다 적정 인플레이션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그때 감지하지 못했던 성장잠재력 저하가 드러났다. 또 글로벌 경기의 하방위험 및 성장과 물가간 연계성 약화도 나타난 상태다.

사실상 물가목표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경우 물가상승률 목표치 2%를 3년간 이루지 못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경기가 수시로 바뀌는 상황에서 중장기 물가경로 예측은 쉽지 않다.

현재 물가상승률 목표기간이 1년 남았다. 서둘러 종료하는 대신 구조적 변화를 고려해 깊이 있게 내놓은 중장기 전망을 2016년 물가목표에 반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 금리조정 폭을 0.25%포인트가 아니라 0.10~0.20%포인트로 조정할 생각은 없는가.

“지금은 0.25%포인트 폭이 타당하다. 금리인하 효과를 계산하고 측정할 수 있는 정도가 0.25%포인트라 지금까지 그렇게 했다. 다른 포인트로 금리를 조정하면 시장에 불확실성이 생긴다. 시장이 금리방향뿐 아니라 얼마나 조정할 것인지도 예측해야 하기 때문이다.”

- 경제주체 심리를 계속 강조하고 있는데, 소비자심리지수(CSI)나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수치가 크게 떨어졌다. 지난달 발표 당시 현재 금리수준이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기 부족하다고 밝혔는데 그 견해는 변화가 없나.

“현재 금리가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 경제주체의 심리부진은 대외적 여건에 영향을 받은 것도 있다. 유럽경기를 뒷받침하던 독일조차 경기가 나빠져 전망이 밝지 않다. 또 지난 8월부터 엔화약세가 진전된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면서 경제주체 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지금은 유럽경제와 엔화약세 현상이 불러올 부정적 영향이 실제보다 더 크게 부각된 상태다. 정부와 함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좁히도록 노력하겠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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