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이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계기로 미래에셋을 향한 ‘편법적 지배구조’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회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을 앞두고 선제적으로 지배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박 회장이 법 테두리 안에서 허용되는 범위에서 경영하겠다는 뜻이 확고한 만큼 금융그룹 통합감독에 걸맞은 지배구조를 갖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 박현주 , 선제적으로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개인 소유를 넘어 경쟁력있는 지배구조를 만들고 전문가가 꿈을 구현하는 투자의 야성을 갖는 조직을 만드는 것은 미래에셋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며 “은행 중심의 한국 금융산업에서 미래에셋은 새로운 길을 개척해 주주들 기대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겸 미래에셋대우 회장.
박 회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을 전후로 사실상 미래에셋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의 덩치를 불리고 본업인 여신금융업을 강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올해 회사채를 발행해 3700억 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한 데 이어 올해 말에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규모를 더욱 늘리기로 했다.
여신전문금융업법과 금융지주사법 등 현행법에 따른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캐피탈은 사실상 미래에셋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회사다.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는 미래에셋캐피탈을 중심으로 계열사 사이에 복잡한 출자관계가 얽혀있다.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살펴보면 박 회장이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을 통해 미래에셋캐피탈을 지배하고 미래에셋캐피탈이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박 회장은 미래에셋그룹의 또 다른 문제로 꼽혔던 ‘내부 일감몰아주기’도 일부 해소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7월 블루마운틴 컨트리클럽(CC) 운영권을 자회사인 와이케이디벨롭먼트에 넘겨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벗어났다. 미래에셋컨설팅은 박 회장 일가가 지분 91.86%를 보유한 가족회사다.
공정거래법상 오너일가 지분이 상장사의 경우 30%, 비상장사의 경우 20%를 넘는 계열사와 거래하는 경우에만 일감 몰아주기로 규제하고 있다. 와이케이디벨로먼트는 미래에셋컨설틸이 지분 66.67%를 소유하고 있는데 박 회장 일가의 지분은 없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도입을 계기로 지주사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낮아질 수 있다.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아도 그에 준하는 감독규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 네이버 자사주 맞교환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산 넘어 산
다만 미래에셋그룹을 향한 비판의 눈초리는 잦아들지 않은 만큼 여전히 지배구조 개편은 박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지분맞교환이 박 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한 ‘파킹딜’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킹딜이란 기업의 경영권을 처분하는 것처럼 위장한 뒤 일정기간이 지나 지분을 다시 되사는 계약을 말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콜옵션, 우선매수권 보유 등 여러 조건을 붙인 주식거래가 ‘꼼수’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보통 그런 의도로 택하는 방법”이라며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될 경우 박 회장이 추진하고 있는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금융지주사법은 특정 기업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가치를 장부가액으로 평가해 자산의 50%를 넘으면 지주사로 강제전환되는데 공정거래법 개정안에는 평가기준을 공정가액으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미래에셋대우와 미래에셋생명 등의 지분가치가 최근 크게 치솟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공정가액으로 평가할 경우 미래에셋캐피탈의 덩치를 더욱 크게 불려야하는 상황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은 오너가 간접적으로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도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내놓았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미래에셋컨설팅의 ‘일감 몰아주기’가 또 다시 이슈로 떠오르게 되는 만큼 또 다시 손질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