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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현대차 미국서 연비과장 수천억 벌금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11-04 21: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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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 미국서 연비과장 수천억 벌금  
▲ 정몽구(오른쪽)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1월 충남 당진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초고장력강판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국에서 현대기아차 연비 과장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을 물게 됐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1년 동안 연비과장 문제로 들인 돈은 미국에서만 7천억 원이 넘는다.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해 연비측정의 절차상 오류일 뿐 법규위반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현대기아차는 초고장력강판 적용을 통해 안전성을 강화하면서 중량이 늘지 않도록 설계기술을 보완해 연비를 개선해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 연비과장의 대가, 미국에서만 1년 7천억 원 지불

현대기아차는 3일 미국에서 연비과장에 대한 행정절차를 마무리 짓기 위해 1억 달러의 벌금을 물고, 2억 달러 상당의 온실가스 적립금을 삭감당했으며, 5천만 달러의 연비 인증시스템 개선 투자금을 출연하게 됐다.

모두 3억5천만 달러로 우리나라 돈으로 따지면 3700억 원이 넘는다.

현대기아차는 “2012년 연비 조정문제와 관련한 미국정부의 후속 행정절차를 종결하기 위해 해당기관인 미국 환경청 및 캘리포니아 대기국과 합의했다”며 “합의의 일환으로 사회적 배상금을 두 회사가 각각 납부하고 연비조정 전후의 차이 만큼에 해당하는 온실가스 적립금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미국환경청의 권고에 따라 연비 인증시스템 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에 자발적으로 5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가 이번에 물게 된 벌금 1억 달러는 1990년 제정된 미국 청정대기법에 의해 부과된 벌금 가운데 최대 규모다.

에릭 홀더 미국 법무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이번 합의는 미국정부가 소비자들의 안전과 공정한 시장경쟁 그리고 법을 위반한 기업들을 얼마나 집요하게 추궁하는가를 보여줬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2월에도 연비과장과 관련한 집단소송에서 패소해 피해 소비자들에게 모두 3억900만 달러를 지급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최근 1년 사이에 연비 문제로 6억5천만 달러(한화 약 7천억 원)가 넘는 돈을 쓴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중국에서도 연비문제로 고민이 깊다.

중국정부는 연비기준을 점차 강화하면서 내년부터 연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완성차기업을 공개하고 이들 기업에 생산제한 등의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중국정부가 지난해 제시한 연비기준도 충족하지 못한 현대차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 현대기아차 “연비측정의 절차상 오류일 뿐”

현대기아차는 이번 사안이 법규위반이 아닌 연비측정의 절차상 오류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2011년 11월 자동차 딜러 전시장에 부착된 스티커에 연비를 과장해 표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미국 환경청의 조사를 받은 게 이번 사안의 발단이다.

미국 환경청은 2010년 말부터 판매한 현대차의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 쏘나타 하이브리드, 엑센트, 아제라(그랜저), 제네시스, 투싼, 벨로스터와 기아차의 쏘렌토, 리오, 쏘울, 스포티지, 옵티마 하이브리드(K5 하이브리드) 등 모두 13개 차량의 연비가 부풀려졌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는 자체 조사결과 미국 환경청의 측정치와 회사가 표기한 연비가 차이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 자발적으로 연비를 하향조정했다.

현대기아차는 “연비변경은 미국 연비시험 절차상의 규정해석과 시험환경 및 방법의 차이로 발생했던 사안”이라며 “법규위반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지만 기술개발 및 판매활동에 회사역량을 집중하고자 미국정부와 화해하기로 결정했고 그 결과 이번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환경청의 발표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자체 연비실험에서 평균치가 아니라 유리한 수치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연비를 과장했다.

현대차는 국내에서도 신형 쏘나타 출시를 앞두고 유리한 수치를 사용하면서 연비과장 논란을 일으켰다.
현대차는 자체실험 결과 신형 쏘나타 복합연비를 12.6㎞/ℓ라고 밝혔는데 이 연비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석유관리원이 측정한 연비(12.1㎞/ℓ)에서 오차 허용범위인 3%를 벗어나는 수치였다.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 연비과장 논란이 가열되자 사과문을 내고 “신형 쏘나타의 연비가 기존 모델에 비해 향상된 점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인증이 안 된 수치를 서둘러 발표해 혼란을 일으켰다”며 “신중하게 제대로 된 수치를 발표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한다”고 해명했다.

현대차는 싼타페 연비과장과 관련해 자발적 보상에 나서긴 했지만 보상과 연비과장 인정은 별개라는 입장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투부와 산업부 연비조사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국토부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 미국서 연비과장 수천억 벌금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연비 하락의 주범’ 초고장력강판의 한계 뛰어넘을까


현대기아차가 올해 내놓은 신차의 연비개선 정도는 시장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현대차의 신형 제네시스 연비는 3.3모델 9.0~9.4㎞/ℓ, 3.8모델 9.0㎞/ℓ 로 구형보다 최대 0.6k㎞/ℓ 떨어졌다. 신형 쏘나타 연비는 구형보다 0.2㎞/ℓ 밖에 개선되지 않았다. 기아차 올뉴 쏘렌토 연비는 13.5㎞/ℓ로 2세대 쏘렌토 연비(14.4㎞/ℓ)보다 0.9㎞/ℓ 낮았다.

현대차가 지난달 말 출시한 준대형 세단 아슬란 연비는 3.0과 3.3모델 모두 9.5㎞/ℓ로 대형 세단 신형 제네시스 3.3모델(9.4㎞/ℓ)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현대기아차 신차의 연비개선 정도가 실망스러운 이유는 초고장력강판 적용 비중을 늘렸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초고장력강판을 차량 경량화 소재라고 강조하면서 신차에 적용 비중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초고장력강판을 확대 적용한 신차 무게가 오히려 늘면서 연비개선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최근 몇년 동안 신형 엔진을 공개하지 못한 점도 연비개선에 소홀히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했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사장)은 지난달 실적발표회에서 신차 연비하락에 대해 해명하면서 향후 연비 개선 대책을 설명했다.

이 사장은 초고장력강판 적용 확대에 따른 연비하락에 대해 “초고장력 간판을 많이 쓰고 있는데 초고장력 간판은 고장력임에도 무게가 가볍다”고 일축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초고장력강판 적용 확대로 공차중량이 늘었지만 그 대신 안전성이 강화됐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신형 제네시스는 지난 5월 미국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의 충돌평가에서 스몰오버랩 충돌테스트를 포함해 모든 항목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스몰오버랩 테스트는 미국 내 충돌테스트 중 가장 까다로운 테스트로 꼽힌다.

이 사장은 “최근 스몰오버랩에 대한 안전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스몰오버랩에 대한 보강이 기본 설계부터 많이 들어가고 있다”며 “신형 제네시스가 모든 항목에서 최고 안전등급을 받은 것처럼 스몰오버랩에 대응하기 위해 중량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량하고 연비는 트레이드오프(상호대체) 관계”라며 “안전도를 강화하기 위해 중량을 늘리다 보니 연비가 안 좋았던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애초 초고장력강판을 통해 차량 경량화와 안정성 강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공언하던 데서 한 발짝 물러선 셈이다.

이 사장은 “앞으로 안전을 신경 쓰면서도 중량이 늘지 않도록 설계해 연비를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는 설계부문에서 엔진 다운사이징, 터보 및 GDI엔진 확대 적용 등을 통해 연비를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또 차세대 파워트레인도 조만간 선보인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사장은 “차세대 파워트레인이 장착되면 연비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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