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철수설이 KDB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산업은행에서 출자했던 금액이 고스란히 손실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 혈세투입 논란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3일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로부터 한국GM의 철수설과 관련된 사안들을 질문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이 GM홀딩스의 한국GM 지분매각을 막을 수 있는 비토권(거부권)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17일자로 이 권리가 해제됐다. 현재는 한국GM 지분 17.02%만 보유하고 있다.

GM홀딩스가 소유한 한국GM 지분을 매각하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려고 시도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카허 카젬 한국GM 사장도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했다. 카젬 사장은 그동안 한국에서 철수하지 않겠다고 거듭 밝혔다. 하지만 그가 GM의 인도법인 철수를 주도해 의구심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지상욱 의원실 관계자는 “지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의 비토권이 사라진 뒤 한국GM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취할지 알아보려고 한다”며 “한국GM이 본사인 GM홀딩스에 고금리로 돈을 빌렸던 것 등에 관련된 의문점도 질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의 2013~2016년 연결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GM이 GM홀딩스로부터 빌린 2조4033억 원 가운데 1조8875억 원에 이자율 5.3%, 5158억 원에 4.8%가 적용됐다. 

현대자동차가 1.49~2.26%, 기아자동차가 0.19~2.5%가량을 차입금 이자율로 적용받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과도하게 높다는 것이다.  

한국GM이 2014~2016년 동안 GM홀딩스로부터 재무와 자금, 회계 등을 지원받는 대가로 1297억 원을 지급한 것도 지나치게 많은 수준이라고 지적됐다. 

지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상대로 한국GM이 GM홀딩스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는 동안 산업은행에서 취한 조치와 책임 문제도 질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은 현재 보유한 한국GM 지분의 장부가액을 0원으로 평가했다. 한국GM이 이대로 문을 닫을 경우 2002년에 출자한 2100억 원을 전액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셈이다.

8월 지 의원에게 제출한 ‘한국GM 사후관리 현황’ 보고서에서 산업은행은 "소수주주인 데다 정보제약으로 실태 파악이 어렵고 대주주인 GM홀딩스가 지분매각이나 공장폐쇄 등을 통해 철수를 실행해도 저지할 수단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산업은행은 3월에 주주간계약서를 근거로 주주감사권 행사를 결정하고 삼일회계법인과 함께 감사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한국GM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무산됐다.  

지 의원은 국정감사에 김영식 삼일회계법인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한국GM의 비협조 여부와 산업은행의 관련 조치 등도 함께 들여다 본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상욱 의원실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고 하지만 (그전에) 최소한의 주주권이라도 행사해야 했다”며 “GM홀딩스가 한국GM에서 자금을 사실상 빼간 것으로 보이는데 산업은행이 그동안 방조나 직무유기를 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한국GM 지분의 매각을 추진할지 여부도 국정감사에서 질의될 수 있다. 한국GM 노동조합은 산업은행에서 보유한 한국GM 지분을 매각하는 데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산업은행에서 보유한 한국GM 지분의 매각이 추진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