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공기업이 최근 5년 동안 발주한 사업에서 대규모 입찰담합이 적발됐으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에너지공기업 6곳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에너지공기업 6곳에서 발주한 사업 가운데 14건에서 입찰담합이 적발됐다.
 
에너지공기업 사업에서 입찰담합 만연해도 처벌은 솜방망이

▲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적발규모는 5조3099억 원, 적발된 기업 수는 109곳에 이른다.

한국가스공사에서 가장 많은 입찰담합이 적발됐다.

가스공사가 발주한 사업 가운데 입찰담합이 적발된 규모는 4조7750억 원으로 전체 적발규모의 90%를 차지했다.

한국전력공사가 3832억 원, 한국수력원자력이 1490억 원, 한전KDN이 18억7900만 원, 한국광해관리공단이 5억4100만 원, 한국가스기술공사가 2억91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담합으로 적발된 기업수도 가스공사가 발주한 사업에서 가장 많았다.

가스공사는 4개 사업에서 51개 기업이 담합으로 적발됐다. 한국전력은 2개 사업에서 27곳, 한수원은 5개 사업에서 25곳, 한전KDN과 광해관리공단, 가스기술공사는 각각 1개 사업에서 2곳씩 적발됐다.

109개의 기업 가운데 2회 이상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기업은 21곳, 3회에 걸쳐 상습적으로 입찰담합에 가담한 기업들도 4곳인 것으로 파악됐다.

한전KDN은 직접 입찰담합에 가담하기도 했다. 한전KDN은 한국전력에서 발주한 전력량계입찰사업에서 담합한 사실이 2015년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900만 원과 한국전력 입찰참가자격 3개월 제한처분을 받았다.

이 의원은 “2회 이상 상습적으로 담합을 벌인 기업들이 있고 공기업인 한전KDN이 담합에 참여하는 등 어이없는 담합행태가 만연해왔다”며 “공기업 발주사업에서 입찰담합이 끊임없이 이뤄졌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공기업의 주인인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발주사업에서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기업들은 낮은 수위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스공사의 경우 적발된 기업들에 부과된 과징금은 모두 5344억 원으로 적발 담합규모의 11%에 그쳤다. 가스기술공사도 적발된 2개 기업과 관련한 과징금이 1800만 원에 그쳐 적발 담합규모의 6%에 불과했다.

광해관리공단과 한전KDN의 발주사업에서 적발된 기업들에는 입찰참가자격제한 조치가 내려졌는데 기간이 최대 1년, 짧을 경우 3개월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력의 사업에서 적발된 기업들은 부정당제재 조치가 받았지만 6개월에 불과했고 가스공사와 한수원의 일부 사업에서 적발된 42개 기업은 광복절특사를 통해 부정당제재를 면제받기도 했다.

이 의원은 “공기업 발주사업에서 천문학적인 규모의 입찰담합이 발생했는데 처벌수준은 솜방망이에 그쳤다”며 “앞으로 담합의 처벌수준을 제도적으로 대폭 강화해 담합을 근본적으로 근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