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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규, 1위 NH투자증권 어떻게 운항할까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4-10-30 18: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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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규, 1위 NH투자증권 어떻게 운항할까  
▲ 김원규 NH투자증권 신임 사장 내정자 

김원규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가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통합법인인 NH투자증권의 첫 사장으로 내정됐다.

NH농협금융지주는 김 내정자가 통합법인 조직을 빠르게 안정화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그는 평사원 출신으로 처음 우리투자증권 사장에 올라 NH농협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을 잘 마무리했다.

김 내정자는 자기자본 4조 원대에 이르는 증권업계 1위 증권사를 이끌게 됐다. NH투자증권은 방대한 자산과 영업망 및 투자은행(IB) 부문의 강점을 바탕으로 증권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다만 NH투자증권이 증권시장 불황 및 조직문화 차이로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도 제기된다.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화학적 결합을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 NH금융, 조직안정화 위해 김원규 선택

NH금융은 29일 자회사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열어 김 내정자를 통합증권사 사장후보로 선임했다고 30일 밝혔다.

김 내정자는 다음달 4일 열리는 두 증권사 이사회 및 오는 12월17일로 예정된 주주총회를 거쳐 12월31일 통합증권사 출범과 함께 사장으로 취임한다. 임기는 2017년 3월까지다.

농협중앙회도 이날 브랜드위원회를 열어 통합증권사 이름을 NH투자증권으로 확정했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8월부터 고객과 농협 임직원 등 여러 계층의 의견을 들은 결과 NH투자증권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NH금융은 통합법인의 빠른 안정화를 위해 김 내정자를 NH투자증권 사장으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내정자는 우리투자증권에서 29년 동안 일하면서 조직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통합법인의 화학적 결합을 잘 이끌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김 내정자는 우리투자증권의 전신인 LG증권에 입사한 뒤 약 30년 동안 경력을 쌓은 증권통이다. 평사원에서 증권사 사장까지 오르며 그만큼 우리투자증권에 관해 잘 알고 있다는 평가를 들었다.

NH금융 자추위는 “통합증권사 경영을 빨리 안정시키고 1위로 성장시킬 인물을 고르겠다는 원칙 아래 후보들을 평가했다”며 “대형 증권사 최고경영자 경험과 높은 조직이해도 및 내부직원들의 신뢰 등을 고려해 김 내정자가 적합하다고 봤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는 증권업계 불황에도 불구하고 기업금융 및 트레이딩과 법인영업 등을 통해 최근 우리투자증권 실적을 개선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기준으로 순이익 611억을 냈다. 금융권이 추정한 누적기준 순이익 354억 원보다 훨씬 많다.

김 내정자는 지난 4월 NH금융이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확정한 뒤 우리투자증권 구조조정을 무난하게 진행하기도 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지난 5월 시행한 희망퇴직 등을 통해 1년 동안 전체 직원의 11%를 차지하는 직원 350여 명을 줄였다.

당시 우리투자증권 노동조합이 총파업을 결의하자 김 내정자는 근속 20년차 이상 부장급 직원 기준으로 퇴직금 2억4300만 원을 제시해 노조의 구조조정 동의를 이끌어냈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가장 많은 수준의 금액이다.

김 내정자는 NH금융에 편입된 지난 6월 이후 각 지역본부를 방문했다. 그는 지역본부 직원들을 상대로 통합법인에 대한 정보와 경영전략을 직접 설명하며 신뢰를 쌓았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이 통합법인 출범에 앞서 조직을 일부 개편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회사 내부 분위기를 잘 아는 사장이 선임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도 지난 6월 김 내정자를 우리투자증권 사장에 유임하면서 “김 내정자는 취임 이후 우리투자증권을 원활하게 경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경쟁력과 전문성을 지속하려면 현재 경영진이 계속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1960년 태생으로 대구상업고등학교와 경북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85년 우리투자증권 전신인 LG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뒤 30년 가까이 증권 현장에서 일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우리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선출되면서 창사 이후 최초의 평사원 출신 사장이 됐다. 당시 김 내정자가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의 형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눈길을 끌었다.

  김원규, 1위 NH투자증권 어떻게 운항할까  
▲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오른쪽)과 김원규 NH투자증권 신임 사장 내정자가 지난 6월12일 서울 NH농협 본사에서 열린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합병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뉴시스>

◆ ‘증권업계 1위’ NH투자증권


NH금융이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할 때부터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NH투자증권이 증권업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기자본 기준으로 증권업계 1위 기업인 데다 농협의 영업망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은 오는 12월 말 출범하자마자 총자산 42조5820억 원에 자기자본 4조2925억 원으로 증권업계 1위에 등극한다. 원래 선두였던 대우증권은 총자산 28조2028억 원에 자기자본 4조208억 원으로 2위로 밀려난다.

NH투자증권은 이번 통합으로 NH금융의 방대한 영업망과 고객도 확보했다. NH금융은 농협은행과 직판장 등을 합쳐 현재 전국에 약 5700개의 영업지점을 보유했으며 금융거래 고객도 2800만 명에 이른다.

원재웅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통합법인은 자산관리 부문에서 강점을 보유한다”며 “독립법인체제인 지역농협이 개별적으로 자금운용을 담당해 통합증권사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NH투자증권은 투자은행(IB) 부문에서 특히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은 자금이 필요한 기업과 투자자 사이를 중개하는 기업금융을 가리킨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투자은행부문 수수료 205억 원을 얻어 증권업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업공개(IPO) 회사채 인수 규모와 대표주관 및 인수실적도 모두 1위다.

NH농협증권은 우리투자증권보다 규모는 작으나 채권자본시장(DCM) 부문에 강점을 지녔다. 국내채권 발행 및 인수에 집중해 채권자본시장 부문에서 2012년 26위에서 지난해 13위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8월 “우리투자증권이 본래 강점을 지닌 기업금융에 NH농협증권의 채권자본시장 강점이 더해질 것”이라며 “두 증권사의 통합법인은 투자은행시장에서 압도적 강자의 위치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내정자도 “전통적 투자은행 명가인 우리투자증권에 구조화거래 등 새로운 투자은행사업을 하는 NH농협증권이 합쳐지면 투자은행부문에서 경쟁자가 없다”고 말했다.

◆ NH투자증권, 증권업계에 인수합병 바람 불러올까

NH투자증권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다른 증권사들도 규모를 키우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시장에 나온 대형증권사 매물을 중심으로 인수합병이 진행되고 있다.

동양증권은 대만 금융그룹 유안타파이낸셜홀딩스에 인수돼 지난 1일 유안타증권으로 이름을 바꾸고 공식 출범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중국 정부가 상하이증시와 홍콩증시 투자자들의 교차거래를 허용하는 ‘후강퉁’ 제도 시행을 검토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메리츠종합금융증권은 지난 15일 아이엠투자증권 지분 52.08%를 1710억 원에 인수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두 증권사의 통합이 승인될 경우 자기자본 1조1313억 원으로 증권업계 10위권에 들어가게 된다.

대우증권도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가 통합하는 2015년 7월 이후 매각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우리투자증권 인수를 시도했던 KB금융이 대우증권에도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다.

현대증권은 현재 경영권을 놓고 국내 사모펀드 파인스트리트와 일본 금융그룹 오릭스 및 중국 푸싱그룹이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다만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은 최근 현대그룹의 요청으로 매각진행을 2015년으로 미루겠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업계가 불황에 빠진 상황에서 난립한 증권사들은 어떤 방법으로든 정리가 필요하다”며 “NH투자증권 출범에 따라 앞으로 증권사들간 인수합병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규, 1위 NH투자증권 어떻게 운항할까  
▲ 우리투자증권 남자 직원들과 NH농협증권 여자 직원들이 지난 7월5일 임종룡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주선한 단체미팅 행사에 참여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NH투자증권 앞날에 놓인 과제는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NH투자증권이 예상보다 통합 시너지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한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증권사가 몸집을 키우면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며 “국내 증권사들은 수익사업이 많이 겹치는 데다 아직 증권시장이 침체에 빠진 상태라 시너지가 크게 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이 구조조정의 딜레마에 휩싸일 수도 있다. 현재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은 영업지점이 총합 131개나 되며 임직원 수도 2700여 명에 이른다.

김 내정자는 “두 증권사가 모두 희망퇴직을 시행했기 때문에 추가 인력 구조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업지점을 대형화해 80여 개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함께 내놓으면서 여전히 구조조정 가능성이 남은 상태다.

NH금융은 특히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직원들이 불화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 내정자도 “NH투자증권의 최우선 과제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의 화학적 결합”이라며 “서로 조화를 이룬다면 시너지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강조했다.

두 증권사는 기업문화에서 차이가 많다. 성과중심 대규모 조직인 우리투자증권과 달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NH농협증권은 개인적이고 안정적 조직으로 알려져 있다.

NH농협증권은 지난 8월 NH금융의 승인없이 투자은행부문 인력을 충원했다가 경고를 받았다. NH금융은 두 증권사가 희망퇴직을 시행한 뒤 한 쪽이 사람을 늘리면 다른 쪽이 반발할 것을 우려해 신규인력을 뽑을 경우 지주사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NH농협증권 관계자들은 규모가 훨씬 크고 투자은행부문의 강자인 우리투자증권에게 NH투자증권 내부의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걱정했다. 한 관계자는 “NH투자증권이 지금 이대로 출범할 경우 투자은행부문의 실권은 우리투자증권에게 간다”고 말했다.

NH금융은 지난 1월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통합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이후 두 증권사 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행사를 여러 차례 열면서 화학적 결합을 유도하고 있다.

임 회장은 지난 7월 직접 우리투자증권 남자직원들과 NH투자증권 여자직원들의 단체미팅을 주선하기도 했다. 임 회장은 지난달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경영진과 함께 1박2일 워크숍도 열었다.

임 회장은 “통합의 성패는 물리적 합병보다 합병 후 조직문화 결합에 달렸다”며 “조직문화를 성공적으로 합쳐 압도적 1등 증권사로서 다른 곳과 차별화된 문화를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김 내정자도 두 증권사의 사업부가 체육대회와 벽화 그리기 봉사 등을 함께 진행하도록 지시했다. 또 각 지역별로 임직원들이 모여 단합대회를 가지거나 동호회를 조직하는 것도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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