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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가 모바일사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모바일사업 전체를 놓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사업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실적부진에 빠지자 결국 이런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전자의 현금 창출원이었던 IT모바일 부문은 3분기 2조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영업이익을 냈다. 실적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애플에 맞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시장에서 확실한 위상을 다지기도 전에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에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중국업체의 거센 추격을 허용한 탓이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사업에서 두분기 연속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은 결과적으로 신종균 사장의 오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동안의 성장에 안주해 스마트폰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주목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매우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에서 연간 10조 원 영업이익을 내기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스마트폰사업을 비롯해 모바일사업을 놓고 어떻게 체질을 바꿔나갈까?
◆ 스마트폰 영업이익 2조원 무너져
삼성전자는 3분기에 IT모바일(IM)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7500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30일 밝혔다.
IM부문의 분기 영업이익이 2조 원대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11년 2분기(1조7천억 원) 이후 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3분기 IM부문 실적은 사상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던 지난해 3분기(6조7천억 원)와 비교하면 무려 73.9%나 줄어든 것이다. 직전분기와 비교해도 60.4% 감소했다.
매출액은 24조5800억 원이다. 지난해 3분기보다 32.8%, 직전분기 대비 13.6% 줄었다.
IM부문 영업이익률은 7.1%를 기록하며 직전분기 15.6%와 비교해 반토막났다. 삼성전자가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기 전인 2010년 2분기(7.2%)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스마트폰사업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대표하는 ‘간판’이자 전체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이었다. 올해 1분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IM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5%를 넘었다.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2분에도 비중은 절반 이상이었다.
하지만 3분기 IM부문 비중은 43.1%에 그치며 3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3분기 전체 영업이익은 4조600억 원이었다.
◆ 판매는 늘었지만 이익은 줄어
이명진 삼성전자 IR담당 전무는 이날 “3분기 휴대전화 판매량은 총 1억200만 대”라며 “이 가운데 스마트폰 비중은 70% 후반대”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9500만대의 휴대전화를 팔았다. 당시 스마트폰 비중은 이번 분기와 비슷했다.
이를 종합하면 삼성전자는 전분기보다 더 많은 스마트폰을 팔고도 덜 남긴 것이다.
삼성전자는 중저가제품 중심으로 판매량이 소폭 증가했지만 가격이 비싼 프리미엄제품 비중이 줄어들고 여기에 기존모델 가격이 내려가면서 평균판매단가(ASP)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3분기 평균판매단가가 190달러라고 밝혔다. 2분기는 230달러 후반이었다. 한 분기 만에 40달러 이상 줄어들었다.
이 전무는 태블릿PC의 경우 3분기 판매량이 1천만 대라고 밝혔다. 2분기와 비교해 25.0%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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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종균 삼성전자 IT모바일 부문 사장이 2월24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4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갤럭시S5'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
◆ 신종균의 오판은 무엇인가
평균판매단가가 하락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2011년 약 330달러 수준이던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단가는 지난해 270달러로 떨어졌다. 최근 230~240달러까지 낮아졌다.
평균판매단가 하락은 세계 스마트폰시장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마트폰시장의 중심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아시아와 남미 등 신흥국으로 옮겨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고가 프리미엄제품에서 중저가제품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게 됐고 이 때문에 평균판매단가가 낮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후발주자였던 샤오미와 레노버,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은 프리미엄급 성능을 지닌 스마트폰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공격적 전략을 앞세워 중저가시장을 공략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프리미엄시장에서 애플과 경쟁하는 데 집중했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그동안 누려온 ‘하드웨어 프리미엄’이 사라졌지만 중저가제품도 높은 가격에 파는 전략을 크게 바꾸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이런 전략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들이 성능이 좋고 가격이 싼 스마트폰을 원하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이런 시장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갤럭시신화에 안주하는 오판을 범한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중국시장에서 레노버와 화웨이, 샤오미 등 현지업체들에 밀려 4위를 기록했다. 샤오미는 올해 3분기 세계 3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됐고 레노버는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던 세계 저가 스마트폰 1위 자리를 빼앗았다.
중저가시장에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삼성전자에 큰 타격이다. 삼성전자의 전체 스마트폰 매출 가운데 중저가 스마트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나 된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에 이런 점을 이미 여러 차례 경고했다.
톰 캉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부문장은 “삼성전자는 이제 고가시장에서 애플에 패배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중저가시장에 주력해야 할 때”라며 “중저가 스마트폰 가격을 다시 책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마크 뉴먼 번스타인 리서치 애널리스트도 “삼성전자의 문제는 보급형 스마트폰에서 마진을 고집스럽게 지키려고 하는 것”이라며 “중국업체들에 점유율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더 싸게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삼성전자 역시 시장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음을 시인하고 있다.
이 전무는 “업체 사이에 차별화가 줄어들면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이 감소하고 가격 중심으로 경쟁구도가 변화했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에 우리는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 4분기 실적도 불투명하다
이 전무는 “4분기 휴대전화 판매량은 3분기와 비슷할 것”이라며 “다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비중이 늘면서 평균판매단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4분기 실적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도 비쳤다.
이 전무는 “연말 성수기를 맞아 제품 수요가 예상되지만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마케팅비 증가 가능성도 있어 실적개선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역시 당분간 스마트폰사업의 부진을 예상한다. 스마트폰 사업에서만 연간 10조 원 이상씩 이익을 냈던 예전 수준을 단기간 내에 회복하기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 IM부문의 올해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10조 원이나 감소한 15조 원 정도로 전망된다”며 “내년에 10조 원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하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향후 스마트폰만으로 두 자릿수 수익성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삼성전자는 중저가폰에 대한 전략을 전면 재정비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연간 3억 대 이상, 하루 100만 대의 스마트폰을 생산하는 거함인 만큼 전략 수정 뒤 정상궤도에 오르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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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돈주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략마케팅담당 사장이 9월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갤럭시노트4'를 공개하고 있다. <뉴시스> |
◆ 체질개선 시급해진 모바일사업
삼성전자는 앞으로 중저가시장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김현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전무는 “중저가 스마트폰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이는 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며 “소비자들이 보다 나은 사용자경험(UX)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무는 “중저가제품에서도 프리미엄제품처럼 디스플레이와 소재 등의 차별화를 이루고 카메라 기능도 강화할 것”이라며 “모델을 좀 더 효율적으로 운용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가격 경쟁력도 높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저가제품을 강화할 경우 프리미엄제품 판매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한 번 프리미엄폰을 구매한 소비자는 중저가폰으로 눈높이를 낮추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중저가폰이 프리미엄폰 시장을 잠식하는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콘퍼런스콜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삼성전자 스스로 체질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는 점이다.
이 전무는 “스마트폰사업이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으로 사업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시장에서 애플의 장악력이 높아지고 있고 중저가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공세가 계속 이어지면서 삼성전자는 더 이상 스마트폰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모바일사업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느끼게 됐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이 전무는 “모바일시장은 사물인터넷(IoT)과 스마트홈, 스마트헬스, 웨어러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고 있다”며 “관건은 이러한 환경에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그동안 삼성전자가 IT모바일사업 부문 중심으로만 성장하면서 다른 사업 부문과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데 실패했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사물인터넷이나 스마트홈 같은 사업들은 결국 IT모바일사업 부문뿐 아니라 가전사업 쪽에서도 공동대응을 할 때 비로소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앞으로 IM부문 중심에서 벗어나 모바일사업 전체를 놓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경우 자연스럽게 신종균 사장이 이끄는 IM부문의 위상이 예전보다 못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가 체질개선을 언급함에 따라 IM부문의 비대해진 몸집을 줄이기 위한 조직개편도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무선사업부 소속 소프트웨어 개발인력 500명을 소프트웨어센터와 네트워크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등으로 재배치한 적이 있다.
이 전무는 “체질개선 과정에서 단기적 실적악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 사업기반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민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