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실형선고를 받은 데 책임을 지고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삼성전자 주주들의 요구가 높아질 것이란 외국언론 보도가 계속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사에서 물러날 경우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업을 총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강화하거나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사를 영입해 경영공백을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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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니혼게이자이는 31일 “이재용 부회장은 뇌물죄 등으로 5년의 실형선고를 받은 뒤에도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유지하고 있다”며 “이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위평량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니혼게이자이를 통해 이 부회장이 형기를 마칠 때까지 삼성전자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상식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말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자 처음으로 등기이사에 올랐다. 오너가 전면에 나서며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이제는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오히려 삼성전자에 ‘오너리스크’가 부각해 기업가치 상승의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삼성전자의 주주정책 강화를 강력히 요구하던 투자자들은 이 부회장의 이사 사임을 압박할 것”며 “엘리엇매니지먼트 등 외국인주주의 대응도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의 공백에도 지난 수개월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만큼 전문경영인의 리더십을 중심으로 충분히 성공적 사업운영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적극적인 주가부양정책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계속 제자리걸음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적호조에도 주가흐름이 부진할 경우 변화를 요구하는 삼성전자 주주들의 목소리는 더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전부터 삼성그룹을 겨냥해 공세를 이어왔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 부회장을 대체할 삼성전자 이사회 구성원을 선임하라는 요구를 내놓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이 부회장의 유죄판결로 이전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입은 손해배상소송을 청구하기 유리한 입장에 놓인 만큼 다시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내 지배력 강화에 도움을 줬다고 판단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전부터 이런 주장을 내놓으며 합병에 반대하는 입장을 지켜왔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개별 투자자의 요구사항은 회사 차원에서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이 부회장의 등기이사과 관련해 언급할 내용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실형선고와 관련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하지만 비상경영체제 가동 등 다양한 대응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재판이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이어지며 공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결국 이사회를 중심으로 삼성전자에 대규모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의 대외행사에 이 부회장을 대신해 참석하는 등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권오현 부회장이 사업을 총괄하며 투자와 인수합병 등 주요 결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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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
권 부회장이 현재 삼성전자 부품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과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까지 겸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역할을 다른 전문경영인에 물려줄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이전부터 추진해온 글로벌기업 출신의 사외이사 선임 등 사업운영과 인수합병에 전문성을 갖춘 외부인재 영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도 “외국인 주주들은 직접 삼성전자에 사외이사로 적합한 인물을 추천해 선임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며 권리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이 부회장의 실형선고에 대응해 근본적인 사업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중국 반도체공장에 대규모 증설계획을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로이터는 “이 부회장의 실형선고는 삼성전자가 이사회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주주들의 요구가 높아질수록 지금보다 더 규모가 크거나 강력하고 다양성을 갖춘 이사회 설립이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