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체개발한 인공지능서비스 ‘빅스비’의 기술발전에 드디어 자신감을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이어 웨어러블과 스마트홈 가전, 인공지능스피커까지 출시영역이 확대되며 빅스비는 삼성전자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중심에 굳건히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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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
미국 CNBC는 24일 “삼성전자가 스마트홈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야심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며 “인공지능서비스 빅스비가 이런 전략의 중심에 당당히 자리잡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CNBC와 인터뷰에서 인공지능 스피커를 개발중이라고 최초로 밝히며 삼성전자 제품 사용자들에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스피커를 출시하며 사물인터넷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은 그동안 계속 나왔다. 구글과 아마존에 이어 애플, 네이버 등 글로벌 IT기업의 흐름에 동참하는 것이다.
하지만 핵심기술로 꼽히는 빅스비 음성인식서비스의 성능이 갤럭시S8에서 처음 공개된 뒤 거센 혹평을 받아 삼성전자의 시장진출이 늦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계속 나왔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부사장이 최근 와이어드와 인터뷰에서 “빅스비 초기 버전은 완성도가 떨어져 발전하려면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8을 출시하며 선보인 빅스비 새 버전으로 활용성과 시장확대 가능성에 충분한 자신감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출시행사에서 사용자가 갤럭시노트8 에 “음식 사진”이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최적화된 색감의 사진을 자동으로 찍어 스마트폰의 ‘음식’ 폴더에 분류해 저장하는 새 기능을 시연했다.
“잘자”라는 명령을 내리면 자동으로 알람을 설정한 뒤 화면을 야간모드로 변경한다. 기존에 여러 동작이 필요했던 기능들을 음성으로 통합해 실행할 수 있도록 연계기능을 강화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빅스비가 단순한 음성인식기능이 아니라 완전히 새 방식의 인터페이스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이전부터 강조해왔다. 기술발전으로 한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CNBC는 “빅스비는 기대 이하의 기능과 늦은 출시 등으로 초반부터 여러 문제를 겪었지만 구글과 아마존, 애플 등 경쟁사들은 결국 삼성전자의 위협에 촉각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인공지능 스피커에 이런 방식의 편의기능이 적용되면 빅스비의 활용성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TV와 가전제품 등 연동기기를 모두 다양한 방식으로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약점으로 꼽히던 콘텐츠 확보에도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연말부터 빅스비를 통해 글로벌 최대 음악업체인 스포티파이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협력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에서 점유율 1위로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한 만큼 스마트폰을 사물인터넷 전략의 중심에 둘 것으로 예상됐는데 점차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인공지능 스피커 출시는 삼성전자가 빅스비의 영역을 스마트폰 외에 TV와 생활가전까지 확대할 계획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변화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모든 기기를 하나의 플랫폼에 연결하겠다는 전략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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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갤럭시노트8에 적용된 음성서비스 '빅스비'의 편의기능. |
삼성전자는 9월 열리는 독일 가전전시회 IFA2017에서 미래 사물인터넷 전략을 상세히 소개한다. 10월에는 빅스비 전용 개발자회의를 개최에 본격적으로 생태계 확대에 나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고 사장은 CNBC를 통해 “빅스비의 시작은 삼성전자 제품이겠지만 나중에는 외부 제품까지도 확대될 수 있다”며 “과거 모바일결제 ‘삼성페이’와 같은 소프트웨어 성공을 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C는 삼성전자의 빅스비가 문호를 개방한 뒤 기술력을 인정받아 다른 제조사에도 공급되는 등 영향력이 넓어진다면 라이선스비를 벌어들이는 새 수익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삼성전자의 플랫폼 생태계가 확대되면 이와 연동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가전제품과 스마트폰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빅스비는 전 세계 200여개 국가에 출시됐지만 아직 한국어와 영어밖에 지원하지 못한다. 하지만 미국 외 시장에서는 인공지능스피커 경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지 않아 서두를 이유가 적다.
고 사장은 “삼성전자는 음성서비스가 낳을 변화에 갈수록 무게를 싣고 있다”며 “예상보다 이른 시일 안에 확실한 발표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