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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총수'라는 굴레 벗어날 수 있을까

이승용 기자 romancer@businesspost.co.kr 2017-08-16 18:5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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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진, '네이버 총수'라는 굴레 벗어날 수 있을까  
▲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016년10월24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네이버 주최 개발자 컨퍼런스 'DEVIEW 2016'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뉴시스>

네이버 창업자이자 최대 개인주주인 이해진 전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네이버의 ‘총수(동일인)’로 지정을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 지분율이 적은데다 네이버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 창업자의 주장을 인정할지 주목된다.

◆ 이해진, 동일인 지정 제외요청

네이버는 16일 “동일인은 ‘일가친척으로 구성된 자본가 집단’이란 의미의 재벌 규제를 위한 잣대”라며 “국내에서 찾기 힘든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춘 네이버에 이를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이해진 전 의장과 정연아 네이버 법무담당임원, 박상진 네이버 재무담당임원 등은 14일 정부세종청사에 있는 공정거래위원회를 방문해 네이버의 동일인을 이 전 의장이 아닌 ‘네이버법인’으로 지정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동일인은 ‘기업집단의 사업내용을 사실상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으로 법인과 자연인 모두 가능하다. 그러나 동일인을 핵심 축으로 기업집단의 범위, 즉 계열사 여부를 판단하기 때문에 포스코나 KT처럼 주인이 없어 사실상 정부가 수장을 임명하는 회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돼 왔다.

이 전 의장의 공정거래위원회 방문은 기업집단 분류와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9월1일 발표하는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과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 선정과 관련이 깊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은 국내자산 총액이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이고 공시대상기업집단은 5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는 상호 순환출자와 채무보증이 금지되며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총수 사익편취 규제, 동일인 등과 관련한 공시의무 등이 적용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는 총수의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규제와 동일인 등과 관련한 공시의무 등이 부여된다.

네이버는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될 것이 아주 유력하다. 네이버의 국내자산총액은 지난해 4조8천억 원이었는데 올해 5조 원을 넘었을 것이 확실시된다.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포함되면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누구냐를 알려주는 ‘동일인’이 지정된다. 동일인이 누구냐에 따라 기업집단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어 동일인 지정은 기업집단 지정의 핵심절차로 여겨진다.

동일인은 허위자료 제출 등 회사의 잘못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고 본인과 친인척(6촌 이내)이 회사와 거래할 경우 이를 모두 공시해야 한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9월 계열사 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는 이유로 롯데그룹의 동일인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을 고발했다.

◆동일인 지정제외 요청 근거는?

네이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경우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으로 규정되면서 해외사업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는 최근 유럽 등 해외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데 해외 언론에 굳어져 있는 기존 국내 대기업 ‘총수’들의 이미지에 이 전 의장이 덧씌워지면 각종 사업 추진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지배구조가 다른 대기업들과 차별화됐다고 주장한다.

이 전 의장은 6월 말 기준 네이버 지분 4.64%를 보유하고 있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공단(10.61%), 에버딘애셋매니지먼트(5.04%), 블랙록펀드어드바이저스(5.03%)에 이은 4대 주주로 개인주주 가운데는 가장 많다.

이 전 의장은 네이버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고 이 전 의장의 가족이나 친족들도 네이버나 네이버 계열사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 네이버는 순환출자구조와도 무관하다.

네이버는 “네이버의 경영진은 모두 전문경영인이며 이들의 경영권은 주주들의 신임에서 나오고 지분소유에 의해 뒷받침되는 그룹총수의 지배력과는 다르다”며 “네이버는 순환출자 등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특정 개인, 혹은 그 일가가 그룹을 소유하며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는 재벌그룹들과는 지배구조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 공정위, 주장 받아들일까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네이버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을 경우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위가 5월 지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31개 가운데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은 KT·포스코·KT&G·에쓰오일·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농협 등 7개 집단이다.

KT·포스코·KT&G는 민영화된 공기업이고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은 사실상 정부가 수장을 임명하고 있다. 농협은 농협중앙회가 지배하고 있으며 에쓰오일은 해외자본이 지배하고 있다.

공정위가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전례를 찾기 힘든 결정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전 의장이 네이버에 영향력을 끼치지 않고 있다는 네이버의 주장과는 반대로 이 전 의장의 영향력이 전혀 없지는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의장은 여전히 네이버에서 글로벌투자책임자(GIO)란 직함을 가지고 있으며 유럽진출을 이끌고 있다.

올해 3월 선출된 변대규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나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이 전 의장과 전혀 무관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이 전 의장의 동일인 지정 제외 요청이 정부의 포털 압박 혹은 규제 가능성과 관련해 법적 책임으로 엮여질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말도 업계 일부에서 나온다.

네이버는 “기존 재벌의 틀을 벗어난 기업들이 낡은 과거의 유산을 딛고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신중한 결정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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