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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재 1천억 원 출연을 약속했지만 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은 사재출연을 약속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채권단은 동부제철이 경영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김 회장에게 우선매수협상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김 회장이 사재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경영권을 다시 되찾을 기회를 줄 경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1일 산업은행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 동부그룹, 한진그룹, 현대그룹 등 3개 그룹의 자구계획 이행 실태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산업은행의 적극적 대응을 요구했다.
◆ 동부그룹 재무구조개선 위한 자구계획 이행률 13.8%
김 의원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사재출연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데도 산업은행이 동부제철 자율협약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과정에서 김 회장에게 우선매수협상권을 부여할 수도 있다고 한 대목을 문제삼았다.
동부제철과 채권단은 현재 양해각서 체결을 위해 막판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권단은 동부제철이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을 받아들이면 김 회장에게 자율협약 종료 이후 우선매수협상권을 부여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경영정상화 방안에 차등 무상감자(대주주 100대 1, 일반주주 4대 1) 안이 담겨 있어 이를 받아들일 경우 김 회장은 동부제철 경영권을 잃게 된다. 그러나 김 회장이 우선매수협상권을 부여받게 되면 동부제철 경영권을 되찾을 기회를 얻게 된다.
김 의원은 “일년 동안 김준기 회장이 주도한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김준기 회장의 사재출연도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구권을 주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2015년까지 2조6569억 원의 자금을 마련한다는 자구계획안을 내놓았다. 이와 함께 김준기 회장은 동부화재 지분 5%와 동부건설 지분 20% 등 모두 1천억 원을 사재출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동부그룹의 자구계획 이행률은 13.7%(3645억 원)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동부특수강 매각금액인 1100억 원은 KDB시그마 기업재무안정사모투자전문회사로부터 받은 것이어서 사실상 산업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김 의원은 동부그룹뿐 아니라 한진그룹과 현대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진그룹의 경우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유상증자를 통해 4천억 원을 출자한 것은 이사들의 배임 또는 상법상 신용공여 위반 소지가 있다고 김 의원은 말했다. 현대그룹의 경우 자구계획 이행성과가 부풀려졌고 현대증권 매각의지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 사재출연 약속 안 지킨 김준기, 경영참여 자격 있나
김 회장은 사재출연을 약속한 1천억 원 가운데 800억 원을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사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동부제철과 동부건설이 지난 4월 단행한 700억 원 상당의 유상증자에 임직원들만 직급별로 증자액수를 할당받아 참여했을 뿐 김 회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당시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은 사재출연 시기를 산업은행과 조율중”이라며 “다음번 유상증자 때 사재출연을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식 의원은 “기본적으로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경영자에게 우선매수청구권을 주면 워크아웃제도가 경영권 유지의 도구로 이용될 뿐”이라며 “산업은행이 경영진과 지배주주의 책임을 엄격하게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이 향후 1천억 원 사재출연 약속을 지킬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사재출연을 약속했을 때와 지금의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며 “사재출연 가운데 대부분이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쓰이는 것이었는데 동부제철은 지금 자율협약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이 동부제철 차입금 1조3000억원에 보증과 자택 등 전재산을 담보로 제공 상태”라며 “담보가 풀려야 사재출연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부제철 임직원들은 최근 자율협약 종료 이후 김 회장의 경영참여를 요구하는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채권단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 임직원들은 호소문에서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 김준기 회장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과 노조화합이 중요하다”며 “안정된 조직운영을 위해서 경영의 연속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부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재출연을 약속했다가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김 회장에 대한 자격 논란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