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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오른쪽)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단통법 관련 간담회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
“단말기 유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정부 입장에서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구체적 얘기는 없었다.”(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특단의 대책 관련 질문에) 정부쪽에서 할 것.”(하성민 SK텔레콤 사장)
“특단의 대책이 나올 수 있겠나? 쉽지 않을 것 같다.”(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
“소비자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겠다. 요금인하 계획은 생각해 보겠다.”(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분리공시가 된다고 (단통법 부작용)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이 아니다.”(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간담회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최양희 장관이 이야기할 것.”(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
17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 긴급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이동통신사와 제조업체 대표들을 긴급호출해 마련됐다. 간담회는 아침 7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단통법이 시행된 지 보름 만에 정부와 업계가 단통법 시행 이후 터져나오는 반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그러나 뚜렷한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다. 서로 원론만 거듭 강조하다 자리를 끝냈다. ‘그들만의 단통법 리그’만 벌였다는 비판만 확대됐다.
최 장관, 최 위원장을 비롯해 이동통신사 및 단말기 대표들의 말은 오히려 단통법에 대한 여론과 괴리된 인식을 품고 있다는 것을 확인해 줬다.
◆ 최양희 ‘특단의 대책’ 으름장
단통법 후폭풍이 이토록 커진 것은 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탓이다. 그런데도 최 장관은 이날 이동통신사와 제조업체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며 으름장을 놓는 데만 급급했다.
최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단말기 유통법의 취지와 다르게 소비자가 아닌 기업 이익만을 위해 이 법을 이용한다면 정부 입장에서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 장관은 “단통법과 관련해 국민들의 기대가 컸다”면서 “하지만 여전히 가계 부담이 높고 통신사와 제조사의 이익은 지나치게 많다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 장관은 “단통법은 이통사나 제조사를 위한 법이 아닌 소비자를 위한 법이라는 인식을 주려면 소비자 혜택이 있어야 한다”며 “단통법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이통사와 제조사가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최 장관은 특단의 대책 내용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최 장관은 “앞으로 단통법이 잘 안착되고 국민들에게 걱정 끼쳐드리는 것을 해소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는 원론만 되풀이했다.
최 장관이 아침 7시부터 업계 대표들을 불러들인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단통법 주무부서인 미래창조과학부 수장으로서 위기의식을 그만큼 크게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긴급간담회 소집이 알려지자 최 장관이 이통사와 제조사에 요금인하와 출고가 인하를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이라는 기대도 낳았다. 그러나 단말기가격 인하, 보조금 상향조정, 통신요금 인하 등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최 장관이 말한 특단의 대책이 과연 무엇인지도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규정 위반업체에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일정기간 영업정지를 내리는 것 외에 정부가 취할 별다른 방안은 없어 보인다.
특단의 대책에 대해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정부쪽에서 할 것”이라고 했고, 남규택 KT 마케팅부문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이 밝힌 특단의 대책은 으름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처럼 돼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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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17일 열린 간담회에서 단통법 시행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
◆ 최성준, 발등의 불부터 끄려고 하나
단통법이 국민 대다수를 ‘호갱’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는 이 법이 시장자율경쟁에 역행하는 정부의 잘못된 발상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를 외면한 채 이제 와서 기업에 협조하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발등에 불을 끄는 데 급급한 꼴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태도는 단통법 주무부서의 또 다른 축인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최 위원장은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던 입장을 바꿔 업계에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최 위원장은 간담회에서 “단통법 시행 보름 남짓 지났지만 소비자들과 판매점 상인들의 불만이 점점 커지고 있다”면서 “소비자들로서 단말기를 더 비싸게 구입하게 됐고 그 때문에 이동통신사만 이득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은 “우리나라 제조사나 이통사들이 오늘날 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 애정이 컸기 때문이지만 지금은 그 국민들이 외산폰을 쓰겠다는 말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며 “법 시행으로 효과가 있다면 이는 소비자들의 혜택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최 위원장은 또 “기업은 이윤추구가 당연히 목적이지만 국민의 신뢰나 지지 없으면 더 발전할 수 없다”면서 “잘못하다가 이번 기회에 국민들이 우리나라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에게 등을 돌리게 된다면 기업은 물론 소비자까지 손해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기본적 상황인식과 문제해결을 위해 개략적인 것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단말기 가격인하와 관련된 논의는 없었다고 확인했다. 그는 “중소상인 대책에 대한 논의는 있었다”며 “구체적 대책이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단통법의 분리공시고시 개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를 묻는 질문에 “분리공시 문제는 오늘 안 나왔다”고 답변했다.
최 위원장은 단통법 시행 직후 줄곧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여야가 한 목소리로 단통법을 질타하고 소비자들과 대리점 등 불만이 쏟아져 나오자 최 장관과 마찬가지로 업계를 압박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 위원장은 “각 회사들이 입장을 정리해 마련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의 공을 업계 쪽으로 떠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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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오른쪽)과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이 17일 열린 간담회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
◆ 단통법 기업 5곳, 24일 어떤 대안을 내놓을까
이통3사와 제조업체 대표들은 정부의 연이은 호통에 굳은 표정으로 말을 아꼈다.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간담회가 끝난 뒤 다음 회의가 열릴 것인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다음 회의는 또 안 하는 게 좋겠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 사장은 분리공시 문제와 관련해 “분리공시가 되더라도 이러한 문제가 안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영업비밀 누설을 이유로 단통법의 핵심인 분리공시안을 무산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삼성 휴대전화의 출고가가 나라마다 다르다는 비판에 대해 “실제로 차이가 없다”며 “출고가가 얼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이를 얼마에 사느냐가 중요한데 그것이 높아져 비판하는 듯 하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대답했다.
삼성전자는 정부의 으름장에 단말기 제조회사를 대표해 무엇인가 방안을 내놓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단말기 출고가를 낮추든가, 그렇지 않다면 이통사와 협의해 제조사의 단말기 지원금을 높여야 한다. 선택의 폭이 그렇게 넓지 않다. 이 사장의 발언에 이런 삼성전자의 처지에 대한 답답함이 묻어났다.
박종석 LG전자 사장은 간담회 관련한 질문에 말을 아끼며 “최양희 장관이 이야기할 것”이라고만 짧게 답변했다.
LG전자는 단통법 대란에서 한 발 떨어져 있는 입장이다. 단말기 가격에 대한 불만은 삼성전자에게 쏠리고 있다. 그런 만큼 굳이 여러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처럼 보였다. 삼성전자의 조치에 보조를 맞추기만 해도 된다는 얘기다.
이통3사 수장들도 굳은 표정이긴 마찬가지였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지원금 확대와 대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려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짧게 말했다.
SK텔레콤은 단통법 사태 이후 최대의 수혜자로 꼽히고 있다. 단통법으로 이동통신시장이 고착화되면서 마케팅 비용이 대폭 줄어들어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온다. 그러다 보니 단통법안이 만들어질 때 SK텔레콤의 이해관계가 많이 반영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SK텔레콤은 통신요금을 낮추든 보조금 상한선까지 보조금을 올리든 하는 방법 외에 선택지가 없다. 단통법으로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통신요금을 낮추는 문제는 수익성과 직결된다. 보조금을 올리는 문제는 삼성전자 등 단말기 제조사와 머리를 맞댈 수 밖에 없다.
하성민 사장으로서 좀 더 지켜보자는 말이 현재 상태에서 최선인 셈이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여러 가지 오해와 진실이 섞여 있다”며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했으니 깊게 고민하고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휴대폰 제조사의 출고가 인하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자 “삼성전자도 많이 고민할 것”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이동통신3사와 단말기 제조사 2곳이 대책을 내놓도록 요구받은 시한은 오는 24일까지다. 불과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