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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딜로이트안진 좌초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김현정 기자 hyunjung@businesspost.co.kr 2017-06-06 09: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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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이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사태로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이정희 새 대표이사를 선임하고 비감사부문을 강화하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거액의 손해배상까지 물게 되면 회생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 손해배상소송까지 가나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딜로이트안진은 9일 대우조선해양 사태와 관련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의 1심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좌초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대표이사.
검찰은 5월1일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를 묵인한 혐의로 딜로이트안진에 5천만 원의 벌금과 관련 회계사들에게 징역 3~5년을 구형했다.

법원의 선고에 따라 대우조선해양 투자자들이 내는 손해배상소송의 무게가 달라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딜로이트안진은 또 다른 위기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손해배상소송의 부담은 금융당국의 영업정지처분보다 더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딜로이트안진이 1년 동안 영업정지로 받을 피해액은 대략 30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데 비해 대우조선해양에 투자했던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나 소액투자자들이 딜로이트안진에 걸 손해배상액은 15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딜로이트안진이 과실을 인정한데다 금융당국이 영업정지처분까지 확정하면서 딜로이트안진이 고의·중과실로 분식회계를 눈감았다는 것이 어느 정도 인정된 셈이기 때문에 딜로이트안진이 법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검찰도 금융위원회의 업무정지 1년 중징계처분 자체를 딜로이트안진의 유죄를 입증할 유력한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선물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대우조선해양은 딜로이트안진이 대우조선해양의 감사를 맡았던 2008년부터 2016년 1분기까지의 사업보고서를 모두 조사·감리 후 재작성했는데 2012년과 2008년 순이익이 흑자에서 적자로 바뀌었다.

이 때문에 딜로이트안진의 부실회계 책임은 한층 더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됐다.

딜로이트안진은 그동안 회생절차에 있는 기업의 재무상태를 조사·평가해 법원의 판단을 돕는 조사위원을 맡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도 퇴출당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올해 1월 1건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안진에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있다. 법원은 아예 딜로이트안진을 조사위원에서 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딜로이트글로벌 지원 이어갈까

딜로이트안진이 거액의 손해배상금을 떠안게 된다면 딜로이트글로벌이 지금과 같은 지원을 이어갈지 의문이 제기된다.

딜로이트글로벌과 제휴관계가 중단되면 사실상 딜로이트안진은 회생이 어렵다고 업계는 바라본다.

외국계 법인과 제휴가 끊기는 것은 명성의 큰 흠집을 의미하기 때문에 딜로이트안진은 사면초가에 처하는 셈이다.

게다가 국내 대형 상장사 대부분이 해외에 진출하고 있기 때문에 딜로이트글로벌의 이름이 함께 나가는 딜로이트안진의 감사보고서가 실질적으로 영업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딜로이트글로벌이 딜로이트안진에 현재까지 220억 원을 지원했고 추가로 더 충분한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손해배상액이 커지면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있다”면서 “딜로이트안진은 딜로이트글로벌 없이 버티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위기 어떻게 극복하나

딜로이트안진은 새 대표이사에 이정희 세무본부장을 세우며 심기일전하고 있다.

이 대표이사는 딜로이트안진의 세무자문본부의 성장을 일궈낸 경험과 정관계에 발이 넓은 점을 높이 평가받아 수장 자리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희, 딜로이트안진 좌초위기 어떻게 극복할까  
▲ 푸닛 렌젠 딜로이트글로벌 최고경영자(CEO).
딜로이트안진이 300여 곳에 이르는 고객사를 잃은 가운데 아직 여러 소송을 앞두고 있고 언제 인력 유출이 본격화될지 모르는 만큼 이 대표는 조직통합 및 위기극복 능력을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4대 회계법인과 그 뒤를 잇는 로컬 회계법인 사이의 매출격차가 워낙 크기 때문에 기존 4대 회계법인체제의 큰 틀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딜로이트안진의 위상과 신뢰도가 크게 떨어진 만큼 딜로이트안진이 4대 회계법인체제에서 언제 이탈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망가진 기반을 추스르는데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딜로이트안진의 감사부문에서 입은 큰 손실을 비감사용역으로 메꾸는 전략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비감사용역은 세무자문과 경영전략 컨설팅, 자산매수를 위한 실사, 가치평가 등 경영전반에 걸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회계법인의 중요한 수익원 가운데 하나이다.

딜로이트안진은 지난해 말부터 이미 감사부문과 비감사부문을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하반기 비감사부문 분사를 완료하고 독립법인을 설립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딜로이트안진이 경영자문부문에 대우조선해양 리스크를 최대한 피하면서 비감사부문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딜로이트안진은 나머지 3대 회계법인과 감사계약을 맺고 있는 고객사들과 비감사용역을 체결하는데 주력해 영업정지의 충격을 줄이는데 나설 가능성이 높다.

비감사용역 가운데 특히 재무제표 작성업무, 자산매도를 위한 실사업무 등 몇 가지 비감사용역은 감사용역과 함께 제공할 수 없다.

딜로이트안진은 최근 삼성전자가 하만을 9조3384억 원에 인수하는 거래에서 회계자문 용역을 맡아 높은 보수를 챙기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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