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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외국인주주 비중 급증, 경영권 위협받을 수도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7-05-29 14: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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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외국인주주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다. 앞으로 자사주 소각과 경제민주화법안 등의 영향으로 우호지분이 더 줄어들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능성에 대응해 삼성전자가 당분간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해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한 뒤 장기적으로 다시 인적분할 등 조직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 외국인주주 비중 급증, 경영권 위협받을 수도  
▲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외국인주주 비중이 54%에 이른다. 지난해부터 50~51% 사이를 유지해 왔는데 최근들어 빠르게 늘며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 우선주의 외국인주주 비중도 계속 70% 후반대를 유지하다 최근 84% 정도로 급증했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현금배당 등에 더 우선순위를 확보하고 있는 주식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28% 가까이 급등하며 신고가 행진을 이어왔다. 최근 역대 최고가인 235만1천 원(종가 기준)을 기록한 뒤 230만 원 안팎으로 거래되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최대 300만 원으로 내놓은 반면 노무라증권 등 외국 투자기관들은 330만 원까지 제시하며 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하고 있다. 외국인 매수행렬이 더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다.

외국인주주들이 주가상승을 이끌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삼성전자는 한편으로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우호지분이 적어질 경우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자사주 소각과 경제민주화법안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주주의 비중이 더 높아지는 효과가 예상돼 삼성전자는 이런 가능성에 더 촉각을 기울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 지주사 전환계획을 철회하는 동시에 약 13% 정도의 자사주를 내년까지 모두 소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사주를 추가로 매입해 소각하는 주주환원정책도 별도로 진행하고 있어 우호지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말 기준으로 자사주를 제외한 삼성그룹 계열사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삼성전자 우호지분은 18.46%에 그친다. 국민연금공단도 9.24%를 확보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재벌개혁을 중점과제로 추진하며 국회에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 논의가 활발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삼성전자의 우호지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등이 발의한 지주회사 요건강화 법안이 입법되면 삼성물산은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가 높아 지주사로 강제지정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의 지분을 추가로 15% 가까이 확보해 자회사로 편입해야 한다.

자회사 지분율 요건을 강화하는 법안도 통과될 경우 삼성물산이 확보해야 하는 삼성전자 지분은 25% 정도에 이르게 된다. 현재 주가 기준으로 최대 74조 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한 쪽에 가깝다.

때문에 삼성물산이 지주회사 요건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재 4.25%인 삼성전자 지분의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금산분리 규제가 강화되면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삼성전자 지분 가운데 일부를 처분해야 한다. 순환출자 규제로 다른 계열사가 이를 넘겨받기도 어렵다.

상속세율을 높이는 법안도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 등이 물려받을 때 부담이 더 커져 지분을 모두 물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 외국인주주 비중 급증, 경영권 위협받을 수도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에 따라 한국경제연구원 등 일부 단체는 경제민주화법안이 통과될 경우 외국인주주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등이 우호지분을 거의 확보하지 못해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투기자본이 국내기업의 경영권에 우위를 점할 경우 장기적 발전보다 단기적 차익 중심의 경영을 추진할 수 있다는 주장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을 싣게 한다”고 파악했다.

삼성그룹은 이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거센 공격을 받으며 곤혹을 치렀다. 외국계 대주주가 다시 경영권을 노려 비슷한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최근 미국 더캐피털그룹컴퍼니스가 삼성전자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며 이런 위협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더캐피털 측은 경영참여 목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당분간 약속한 대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하며 최대한 외국투자자들의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수준의 주주환원을 목표로 현금배당을 늘리고 이사회의 역할과 투명성도 더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최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승계에 삼성전자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삼성전자가 장기적으로 다시 자사주를 10% 이상 매입한 뒤 인적분할 등 조직개편작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지주회사와 삼성물산을 합병할 경우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있어 경영권을 공격받을 우려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높은 주가를 유지하는 것은 지배력 유지의 관점에서도 필수적인 일”이라며 “주가부양정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인적분할을 추진할 가능성은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의 주주환원 강화정책은 기존 주주들의 우호적인 여론을 확보하고 주가를 끌어올려 외국 투자자들의 경영권 공격을 위한 주식 대량매입도 더 어렵게 하는 ‘일석이조’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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