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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
현대차그룹이 문재인 정부 들어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작 현대차그룹은 이런 전망을 놓고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배구조개편의 물꼬가 터지면 경영권 승계 논의로 확산될 수밖에 없는데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데다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계획도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6일 “문재인 정부 들어 4대재벌 가운데 지주회사체제가 아닌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라며 “지배구조 규제환경이 달라지고 자산소득 과세규정이 강화하면서 상속세 부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20대 국회에서 이미 발의된 경제민주화법안들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과 접점이 있는 소액주주권 강화, 지주회사 요건 강화,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 기존 순환출자 해소, 자사주 및 계열 공익법인 활용 차단, 금산분리 원칙 준수 등의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순환출자고리가 꼽힌다. 이 순환출자고리에 엮인 계열사들의 자사주 지분율이 낮아 자사주 활용 금지에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기존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개편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이런 분석들에 대해 유보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지주회사체제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보도를 놓고 “사실이 아니다”라며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이런 입장을 보이는 데에 지배구조개편 논의가 곧바로 경영권 승계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건희 회장의 와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현실적 과제가 돼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사정이 다르다.
현대차그룹에서 정의선 부회장이 경영의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정몽구 회장이 건재한 채 경영전반을 챙기고 있는 만큼 경영권 승계 논의는 여전히 금기시되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건강하고 현대차그룹 경영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적으로 경영권 승계 이야기를 꺼내기는 쉽지 않을 일”이라며 “정 부회장도 역시 승계 얘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경우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구체적 계획도 마련돼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의 경우 미래전략실이라는 컨트롤타워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밑그림을 완성해 이를 실행에 옮겼다면 현대차그룹은 아직 그런 총체적 계획이 준비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정 부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주요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들 회사의 지분율은 낮다.
현대모비스 지분구조를 보면 정몽구 회장은 6.95%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만 정 부회장은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차 지분율도 정 회장이 5.17%인데 반해 정 부회장은 2.28%에 그치고 있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으로 2조 원 가까운 현금을 확보해 놓고 있다.그러나 지주회사체제 전환과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이 지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놓고 구체방안은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여전히 해법을 모색하고 있는 단계에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