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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회, 한국씨티은행 노사갈등 풀어낼 수 있을까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7-05-17 16: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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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이 영업점 통폐합을 놓고 불거진 노사갈등을 정면으로 돌파하려한다.

하지만 노조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전략과 관련된 여론도 악화하고 있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 노사갈등 풀어낼 수 있을까  
▲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행장은 노조가 영업점 통폐합에 반발해 태업을 비롯한 단체 쟁의행위를 시작했음에도 영업점 통폐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 행장은 전날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디지털을 포함한 새로운 소비자금융전략은 우리에게 골리앗을 쓰러뜨렸던 다윗의 돌팔매와 같다”며 “영업점 숫자가 시장점유율을 결정하는 전통적인 사업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혔다.

박 행장은 기존 은행업무를 비대면채널을 중심으로 펼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차세대 소비자 금융전략’을 내놓고 전국 영업점을 133곳에서 32곳으로 대폭 줄이기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008년 300명, 2014년 650명을 희망퇴직시키고 같은 기간에 영업점 100여 곳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실시해 소매영업규모를 축소해왔다.

한국씨티은행은 씨티그룹에 인수된 2004년 영업점 237곳에서 올해 133곳으로 줄었는데 그 규모를 더욱 줄이려는 것이다.

한국씨티은행 노조는 대규모 영업점 통폐합은 사실상 소매영업(리테일)을 포기하는 것인 데다 또 다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기 위한 사전포석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 행장은 인력 구조조정은 전혀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박 행장은 한국씨티은행의 비정규직 3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특별퇴직금 제도를 정비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노조의 반발이 거센 상황에서 영업점 통폐합을 강행하는 대신 정규직 전환과 처우 개선이라는 협상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대치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조 관계자는 “해당 내용은 11일 대표단 교섭에서 이미 합의된 내용으로 이와 별개로 영업점 통폐합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오래동안 영업점에서 일한 직원을 콜센터 등으로 옮기는 것은 사실상 부당 인사조치에 해당하며 매주 단계별로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의 영업전략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한국씨티은행은 3월 계좌유지수수료를 시중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도입해 고객의 반발을 샀다. 

여기에 영업점을 축소해 고객자산가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할 것이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자산관리 및 기업금융에만 집중하고 소매영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한국씨티은행은 고액자산가 중심 자산관리를 핵심사업으로 삼아왔던 만큼 일반 소매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영업점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도 소매영업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줄이고 핵심사업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박진회, 한국씨티은행 노사갈등 풀어낼 수 있을까  
▲ 폐점이 예정된 한국씨티은행 점포 앞에서 노조원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하지만 영업점이 전국에 32곳으로 줄어들 경우 모바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나 정보화 소외계층은 사실상 한국씨티은행의 금융서비스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영업점 32곳은 지방은행과 비교해도 적은 규모인 만큼 시중은행으로서 위상도 더 떨어질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이 한국에 맞는 영업전략을 펼치기보다는 모회사인 씨티그룹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에서 시중은행으로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보다는 단기간 수익을 얻으려 한다는 것이다.

한국씨티은행은 실적부진에도 씨티그룹에 거액의 배당을 실시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순이익 2121억 원을 냈는데 2015년보다 6% 줄었다. 그런데도 한국씨티은행은 배당성향을 시중은행 평균치인 32.5%(연결기준)의 두 배를 넘는 73.1%(연결기준)로 결정했다.

올해 초 정보유출사고에 뒤늦게 대응해 해외계좌에서 고객 모르게 돈이 빠져나가는 금융사고가 벌어진 것 역시 해외에 있는 씨티그룹 고객들의 편의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의 지침을 제대로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씨티은행은 매년 수익성 악화와 영업점 축소 등으로 한국 철수설에 시달려왔다”며 “이번 영업점 통폐합에 따른 노사갈등이 여론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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