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중소형 올레드패널사업에 본격적인 진출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지게 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에 최대 16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며 시장에서 ‘절대강자’로 거듭나기 위해 공세를 더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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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겸 삼성디스플레이 대표. |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 중소형 올레드에서 격차를 좁히기 점점 어려워지는 만큼 사업진출을 포기하고 LCD패널 또는 대형 올레드패널에 투자를 더 집중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정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1일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 신규투자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수요가 급증하는 환경에 맞춰 시장지위를 더욱 강화시키는 효과를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충남 아산공장에 신규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부지를 마련하고 있다. 생산라인을 확보할 때까지 최대 16조 원에 이르는 시설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들어 LCD패널 생산라인도 모두 중소형 올레드로 전환하는 체질개선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신규 생산시설도 모두 중소형 올레드 전용으로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고 연구원은 이르면 내년까지 신규 생산공장이 모두 완공돼 삼성디스플레이의 올레드패널 생산능력이 현재보다 50% 이상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아직 부지를 확보하고 있는 극히 초기단계로 구체적인 공장 건설시기와 양산할 제품의 종류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올레드패널의 수요를 볼 때 삼성디스플레이가 최대한 이른 시일에 중소형 올레드 생산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유안타증권은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수요가 올해 6세대 원판 기준 6만8천 장에서 내년 13만1천 장으로 두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빠르게 급증하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의 수요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나 중국 패널업체의 생산능력이 상대적으로 매우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금처럼 경쟁사를 크게 뛰어넘는 수준의 생산투자를 이어갈 경우 디스플레이사업 특성상 규모의 경제효과로 생산원가도 대폭 낮출 수 있어 시장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다.
유일한 경쟁사로 꼽히는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패널의 수요증가에 맞춰 사업진출을 본격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이미 생산시설 일부 증설에 나선 데 이어 추가 투자여부도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르면 내년부터 애플 등 글로벌 고객사에 중소형 올레드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예정대로 내년까지 신규 생산시설을 완공할 경우 시장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올레드패널 기술력을 이미 주요 고객사들에 검증받은 데다 생산원가도 LG디스플레이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추정돼 가격경쟁에서 확실한 주도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상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사가 중소형 올레드시장에 진입을 시도할 경우 공급가격을 대폭 낮추며 원가경쟁력을 앞세운 점유율 방어전을 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가 이런 상황에서 격차를 좁히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중소형 올레드 사업진출을 포기하고 이미 시장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대형 LCD패널 또는 대형 올레드패널에 더 집중하는 전략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에 투자를 ‘올인’하고 있는 반면 LG디스플레이는 대형 LCD와 대형 올레드, 중소형 올레드에 모두 주력하고 있어 역량이 분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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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
LG디스플레이가 대형 LCD에 투자할 집중할 경우 원가경쟁력을 강화해 중국 패널업체들의 공세를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다. 대형 올레드에 투자할 경우 LCD와 가격격차를 낮춰 시장확대를 더욱 앞당길 수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중소형 올레드에서 삼성디스플레이를 따라잡지 못하면 투자효과를 보기 어렵고 LCD나 대형 올레드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득도 기회비용으로 놓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올레드 투자계획을 본격화하며 이런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어 LG디스플레이의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사업 확대의지를 분명히 했지만 아직 삼성디스플레이나 중국업체들과 같이 수조 원이 넘는 공격적인 투자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위험을 충분히 인식하고 상황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연구원은 “중소형 올레드사업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업체들은 사업성을 철저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한발 늦게 뛰어들어 시간과 자금을 낭비하는 것보다 LCD 등 기존 사업에서 체력을 보강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