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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진, 여생도 차별 논란에 진땀

박은희 기자 lomoreal@businesspost.co.kr 2014-02-24 15:4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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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관진, 여생도 차별 논란에 진땀  
▲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영만(왼쪽) 공군사관학교장이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바라보고 있다.<뉴시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여생도들의 활약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공군사관학교와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잇따라 여성 차별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큰 논란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행보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군의 뿌리 깊은 남성 중심주의가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육사, 남생도 위주로 성적산정 방식 개편


육군사관학교는 올해부터 성적을 산출할 때 군사훈련과 체육 등의 비중을 높이기로 해 여생도들에게 상대적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육사는 23일 “일반학의 비중을 낮추고 군사학 및 군사훈련, 체육, 훈육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으로 육사 재학생 성적방식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육사는 분야별 가중치가 없었던 기존의 성적 평가 방법을 분야별로 가중치를 두는 방식으로 바꾼다. 그동안은 일반학(146학점), 군사학·군사훈련(24학점), 체육(6학점), 훈육(20학점) 등 총 196학점의 성적을 가중치 없이 합산해 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군사학, 체육 등에 가중치를 두면서 종합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게 됐다. 군사학과 군사훈련은 12%에서 25%, 체육은 3%에서 17%, 훈육도 10%에서 17%로 비중이 늘어난다. 반면 일반학의 비중은 74%에서 42%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


육사가 여생도들이 강세를 보이는 일반학의 비중을 대폭 낮추고 남생도들에게 유리한 군사학과 체육 등의 늘리면서 여생도들에게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육사의 2012년과 2013년 수석 졸업 생도가 여성이었다는 점이 이번 성적 방식 변경의 배경이라는 시각도 있다. 육사는 당초 올해 졸업식부터 새로운 방식을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여생도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자 올해 졸업생에게는 기존 방식을 적용하기로 방침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사는 “성적산정 기준을 변경한 것은 기존 육사성적 평가체계에서 일반학 위주의 반영비율이 과다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며 “남녀 신체적 차이를 고려한 평가기준이 별도로 있기 때문에 상대적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공사···‘여생도’는 1등해도 수석 아냐


육사의 성적산정 방식이 더욱 의혹의 눈초리를 받는 이유는 앞서 공군사관학교에서 ‘수석’ 논란이 거세게 일었기 때문이다.


공사는 20일 졸업성적이 1위인 여생도 대신 남생도에게 1등상인 대통령상을 주기로 했던 애초의 결정을 번복하고 여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주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공사의 결정이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서 공사는 올해 제62기 졸업생 가운데 성적 1위인 여생도에게 2등상인 국무총리상을 주려다가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성계와 정치권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1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나온 이영만 공군사관학교장은 국방위 초반에 “졸업 서열 1위가 대통령상을 수상하지만 결격 사항이 있으면 운영위 심의를 통해 정한다”며 “종합 성적은 (여생도가) 4년간 1등이었지만 자기 계발 노력을 끝까지 다하지 않아 2위 생도에 비해 상대적을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여야 의원들은 “여성이라고 불이익을 주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쏟아냈다. 유승민 국방위원장은 “예규가 애매하다는 것은 턱도 없는 거짓말”이라며 “심의워원들이 집단으로 1등을 도둑질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이 교장은 “여러 의원에 지적에 따라 재심의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하루 뒤 공사는 기존의 결정을 번복하고 졸업 성적 1위인 여생도에게 대통령상을 수여하겠다고 발표했다.


◆ ROTC···여대 앞에 ‘1등’은 이제 그만


이와 비슷한 시기에 군 당국이 학군사관후보생(ROTC)에 대한 평가 방식을 변경한 것을 두고도 여성 차별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여자대학교의 ROTC들이 군사훈련 평가에서 2회 연속 1위를 차지한 이후 군 당군이 이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여대 ROTC가 하계훈련과 동계훈련에서 잇따라 종합성적 1위를 차지하자 학교별 순위를 매기지 않고 등급제로 평가 방식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2년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진행된 하계훈련에서 숙명여대 ROTC는 109개 학군단 중 종합성적 1위를 차지했다. 또 같은 장소에서 실시된 2012~2013년 동계훈련에서는 성신여대 ROTC 29명이 110개 학군단 중 1위에 올랐다.


이후 군 당국은 돌연 평가방식을 변경했다. 지난해 하계훈련 때부터 수십년동안 고수해 온 학교별 순위제를 폐지하고 대신 훈련성적에 따라 '최우수', '우수', '보통' 등의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서열화가 주는 갈등과 위화감 문제가 있어서 순위제를 폐지하고 등급제로 발표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사실상 ‘여대 기죽이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여대 ROTC 생도는 “등급제를 한다고 해서 학군단 순위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발표만 안 되는 것 아니냐며 “순위제 폐지는 여대 앞에 붙는 1등을 없애기 위한 조치일 뿐”이라고 말했다.


군사 한 관계자는 “국방부의 행보는 최근 사관학교와 ROTC에 지원하는 여학생이 크게 늘고 여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을 보이는 등 군대 내부에서 여성의 힘이 커지는 추세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졸업성적이 향후 군 생활의 방향을 결정짓는 만큼 여학생 1등 졸업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군 내부의 인식이 분명하게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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