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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24일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테크데이즈 코리아 2014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뉴시스> |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가 1박2일 동안 한국을 방문했다. 이번 방한은 나델라 CEO가 MS의 수장이 된 후 첫 해외출장이다.
한국은 MS 윈도가 PC 운영체제(OS) 점유율 99%를 차지하고 있는 곳이다. 세계 평균 점유율 89%와 비교해도 현저히 높다. 나델라 CEO가 첫 출장지로 한국을 선택한 것은 IT강국이면서 MS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나델라는 공식적으로 MS 개발자 회의인 테크데이즈 코리아 2014 참석을 위해 한국에 온 것으로 돼 있다. 나델라 CEO는 테크데이즈 기조연설에서 MS가 개발자들을 위한 플랫폼 생태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일정 때문에 한국을 첫 출장지로 선택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나델라 CEO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LG전자 구본준 부회장 등을 만나 사업과 기술개발 협력에 걸쳐 폭넓은 대화를 나눴다.
나델라는 또 황창규 KT 회장, 윤상직 산업통상부 장관도 만났다. 나델라는 사물인터넷과 클라우드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부산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건립과 관련해서도 상당한 진전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 "MS는 개발자 중심의 플랫폼 회사"
나델라는 24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테크데이즈 코리아 2014 기조연설에서 “MS는 개발자를 위한 플랫폼 회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나델라는 “빌 게이츠 회장이 39년 전 창업했을 때부터 MS는 개발자 중심이었다”고 말했다.
나델라는 1000여 명의 개발자와 업계 관계자들 앞에서 25분 가량 기조연설을 이어갔다. 그는 “MS는 제품을 만들고 판매하는 것보다 개발자들이 우리 제품을 사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을 중요시 한다”고 말했다.
나델라는 ‘모바일 퍼스트, 클라우드 퍼스트’를 내세우며 지금이 개발자를 위해 최적의 시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창의성을 발휘해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MS의 개발도구와 플랫폼으로 개발자들에게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낼 힘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PC에서 모바일과 클라우드 중심으로 IT업계가 개편되면서 MS가 위상을 잃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많았다. 그러나 나델라는 오히려 MS의 모바일·클라우드 플랫폼이 개발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IT생태계를 주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개발자들이 MS 비주얼 스튜디오 등 개발도구를 이용해 혁신적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나델라는 교육 애플리케이션 바풀, 모바일 보안 스타트업 에스이웍스, 모바일 솔루션 기업 가온소프트 등을 예로 들었다.
◆ 이재용과 특허분쟁 논의
나델라는 23일 입국하자마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저녁 7시30분부터 2시간 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주로 MS와 삼성전자 사이의 특허분쟁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MS는 삼성전자와 2011년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MS가 지난해 9월 노키아 휴대전화 사업을 인수하면서 발생했다. MS는 노키아도 삼성전자 특허를 사용해 휴대폰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삼성전자는 별도의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맞섰다.
MS는 지난달 미국에서 로열티를 낼 것을 요구하며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또 노키아 인수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을 무효로 하는 것인지 법원의 판단을 물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만남으로 삼성전자와 MS의 분쟁이 조정국면으로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내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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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24일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 사물인터넷에 관심보인 나델라
나델라는 24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과 비공개로 만났다. LG전자는 두 사람의 회동에서 사물인터넷 분야의 포괄적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안승권 LG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사장과 김정우 한국MS 사장도 동석했다.
나델라 CEO와 구 부회장은 MS와 LG전자의 사업현황과 전략 등을 공유하고 전략적 제휴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사물인터넷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하는 데 서로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LG전자는 “이번 협력관계 강화를 통해 LG전자의 기술력과 MS의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을 결합한 서비스로 B2C와 B2B 고객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델라는 전자기업뿐만 아니라 통신사와도 만나 사물인터넷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여 줬다. 그는 황창규 KT 회장을 만나 사물인터넷 등 미래사업에 대해 논의했다. KT의 통신인프라에 MS의 하드웨어를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방안에 대한 토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 윤상직 산자부 장관 만나 IDC 건립 확정지었나
나델라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만났다. 나델라는 권평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세자르 세르누다 MS 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 김정우 한국MS 대표와 함께 주로 IDC 건립에 대해 논의했다.
나델라는 이 자리에서 “MS가 한국의 창조경제 구현에 협력할 것”이라며 “컴퓨터 교육,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정부의 IT 활용에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은 “MS가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파트너로서 적극적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부산에 건립예정인 IDC는 한때 말레이시아, 중국 등 다른 곳이 후보지로 검토됐으나 나델라가 윤 장관과 협의하면서 부산 유치가 거의 성사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IDC는 글로벌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인데 MS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이어 아시아에 세 번째 IDC 건립을 추진 중이다. 부산이 IDC를 유치할 경우 IDC 건립 규모는 최대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외국기업의 단위 공사로 역대 최대규모가 된다.
MS는 2월 부산에 IDC 건립을 위해 사업설명회를 열고 프로젝트 매니저 채용을 진행했다.
◆ 나델라가 중국으로 간 까닭은
나델라 CEO는 한국일정을 마치고 24일 오후 중국으로 출국했다.
나델라 CEO의 방중은 중국정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중국 국가공상행정관리총국(SAIC)은 7월 베이징 MS 본사와 상하이, 광저우, 청두 지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중국정부는 “MS가 끼워팔기와 호환성 문제에 대한 자료를 규정에 맞게 제출하지 않았다”며 “독점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정부는 “MS 주요 임원이 중국에 없어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나델라의 방중이 중국정부의 반독점법 조사와 관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MS는 임원들의 해외출장을 공개하지 않는데 지난달부터 나델라의 방중 사실을 알렸다.
MS가 중국시장에서 게임기 엑스박스원 발매 일정을 늦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MS는 23일 나델라의 방중에 맞춰 엑스박스원 출시행사를 열기로 했으나 출시 직전 행사를 취소했다. MS는 “엑스박스원은 연말 출시 예정”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이런 일은 이례적이라면서 MS가 밝히기 어려운 모종의 이유로 엑스박스원 출시를 연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