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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디지털, 도시바와 결별하고 SK하이닉스와 손잡을까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7-04-13 14: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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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와 낸드플래시 합작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매각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 협력관계가 지속할지 불투명해졌다.

웨스턴디지털이 새 협력사를 찾아나설 경우 SK하이닉스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혀 생산시설 확대와 고객사 확보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 도시바와 협력관계 위기 놓여

블룸버그는 13일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에 반도체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제동을 걸었다”며 “아주 심각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웨스턴디지털, 도시바와 결별하고 SK하이닉스와 손잡을까  
▲ 스티븐 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
스티븐 밀리건 웨스턴디지털 CEO는 최근 도시바 이사회에 반도체사업 매각을 추진하려면 별도협상을 진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인수를 제안한 일부 업체의 적합성에도 의문을 나타냈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샌디스크를 인수하며 메모리반도체사업에 뛰어들었다. 샌디스크와 도시바의 기술협력과 생산합작법인 운영을 그대로 이어받아 도시바와 제휴관계를 맺고 있다.

증권사 RBC캐피탈은 웨스턴디지털의 주장을 볼 때 합작법인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변화가 생길 경우 도시바가 미리 승인을 받아야 하는 계약조건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웨스턴디지털은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가 제안한 반도체사업 매각가 20조 원과 홍하이그룹의 30조 원 이상이 과도하게 책정된 가격이라는 지적도 내놓았다.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웨스턴디지털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더 높은 가격을 써낸 인수경쟁업체를 견제하기 위해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도시바 일본 주채권은행의 고위관계자는 CNBC를 통해 “반도체사업 매각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도시바로부터 들었다”며 이런 내용을 부인했다.

도시바의 반도체사업 경영권이 다른 업체로 넘어갈 경우 웨스턴디지털과 협력관계를 기존과 같이 유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업체들 사이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웨스턴디지털은 하드디스크사업으로 글로벌 PC와 서버업체에 강력한 고객사기반을 확보해 도시바의 SSD사업에 큰 도움을 줬다. 도시바는 높은 수준의 낸드플래시 기술력을 제공했다.

현재 유력한 인수후보로 꼽히는 브로드컴과 실버레이크는 직접 서버사업을 하고 있어 외부 고객사 확보가 크게 필요치 않다. 대만 홍하이그룹은 위탁생산으로 애플과 중국 제조사들을 다수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결국 웨스턴디지털의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가 무산될 경우 합작법인 운영에 점차 차질이 빚어지며 협력관계도 와해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영국 더레지스터는 “합작법인이 해체될 가능성도 나오며 상황이 점점 나쁘게 치닫고 있다”며 “도시바 주주들도 웨스턴디지털의 인수를 선호하지 않아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SK하이닉스와 손 잡을까

웨스턴디지털이 도시바와 협력을 중단할 경우 다른 반도체기업과 유사한 형태의 제휴를 맺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자체적으로 낸드플래시 기술경쟁력을 확보하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도 도시바 반도체사업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10조 원 안팎의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고배를 마실 가능성이 높다.

  웨스턴디지털, 도시바와 결별하고 SK하이닉스와 손잡을까  
▲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는데 고객사가 대부분 모바일에 집중돼 SSD 시장 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향후 급성장이 예상되는 서버분야에서 낸드플래시를 SSD형태로 공급할 수 있는 고객사기반 확보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하드디스크업체 씨게이트와 합작법인 설립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씨게이트는 반도체사업 경험이 없어 시너지가 불분명하다는 약점이 있다.

도시바의 하드디스크사업을 SK하이닉스가 인수할 가능성도 있지만 이를 직접 운영하기에는 부담이 크다. 결국 협력을 추진할 경우 웨스턴디지털이 최적의 파트너로 분석된다.

글로벌 하드디스크시장에서 씨게이트와 웨스턴디지털, 도시바 3개 업체는 100%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72단 3D낸드 개발을 완료하며 낸드플래시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 하지만 생산능력이 경쟁업체보다 턱없이 부족해 외부업체와 생산시설 설립 및 운영에 협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계속 나온다.

웨스턴디지털의 입장에서도 SK하이닉스가 도시바를 대체할 수 있는 최고의 협력사인 셈이다.

SK하이닉스는 SK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07년부터 샌디스크와 반도체 특허를 공유하는 계약을 맺었고 2015년에 이를 연장했다. 웨스턴디지털의 샌디스크 인수 뒤에도 협력이 지속되며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이전에 샌디스크와 반도체 합작사를 설립한 뒤 SK하이닉스가 생산을 맡아온 적도 있다. 웨스턴디지털과 다시 생산분야 등으로 협력관계를 확대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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