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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욱 두 딸의 대상 후계자 경쟁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2-20 17: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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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창욱 두 딸의 대상 후계자 경쟁  
▲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장녀 임세령 상무(왼쪽)와 차녀 임상민 상무(오른쪽).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그룹 경영의 무거운 짐을 두 딸에게 조금씩 지우고 있다. 경영승계의 무게 추는 큰딸 임세령 상무보다 둘째 임상민 상무에게로 기울어져 있다. 하지만 속단은 금물이다. 대상 창립 60주년인 2016년이 경영 승계의 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데, 불과 2년 남은 기간의 성과가 승계의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대상그룹에 따르면 대상그룹은 3개 핵심사업인 식품과 전분당(전분으로 만든 감미료), 바이오 사업을 통해 창립 60주년인 2016년에 매출 5조 원, 영업이익 5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또 해외 거점 50곳을 확보해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만만치 않은 목표다. 대상그룹은 지주사인 대상홀딩스를 중심으로 식품·바이오업체인 대상, 식자재 유통업체인 대상베스트코, 신선식품사업을 하는 대상에프앤에프, 유기농 식품업체인 초록마을, 토목·주택건설업체인 동서건설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대상그룹은 최근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2013년 대상그룹 매출액은 2조5570억 원, 영업이익 129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2012년 1320억 원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주력기업인 대상의 경우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6945억 원으로 2012년보다 3.7% 줄었고 영업이익은 488억 원으로 11%나 떨어졌다.

식자재 유통사인 대상베스트코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12년 매출이 3567억 원으로 급등했지만 104억 원 손실을 냈다. 손실이 계속되면서 대상은 대상베스트코에 대해 1400억 원 가량의 채무보증을 서야 했다.

대상그룹의 경영권 승계는 대상 창립 60주년을 맞는 2016년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임창욱 명예회장도 1987년 아머지 임대홍 창업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았는데 2016년은 30년이 된 만큼 자연스럽게 3세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60주년 되는 해에 글로벌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순조롭게 달성하지 못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승계가 더 늦춰질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승계 구도가 바뀔 수도 있다.

현상황에서 대상의 두 딸 가운데 임상민 상무 쪽으로 승계 저울이 많이 기울어져 있다.

큰딸 임세령(38) 상무가 2012년 12월 식품사업총괄부문 상무가 된 데 이어 임상민(34) 상무도 지난해 상무로 승진해 두 딸은 경영 전면에 나서 있다. 임세령 상무는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하고 있다. 임상민 상무는 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으로 신사업 발굴과 글로벌 프로젝트 검토 등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대상그룹의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지분은 임상민 상무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임상민 상무는 38.36%를 차지하고 있고, 큰딸 임세령 상무의 지분율은 20.41%에 머물러 있다. 임창욱 명예회장은 보통주와 우선주를 각각 3.32%, 3.14%씩 소유하고 있고, 부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3.87% 보유하고 있다.

임상민 상무는 2003년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유학해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했다. 2007년 대상그룹 관계회사인 UTC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부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대상 PI본부 등 핵심 부서를 거쳤다. 2010년 런던비즈니스스쿨에서 MBA 과정을 마치고 2012년 대상으로 돌아와 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을 맡고 있다.

대상그룹 관계자는 “MBA 과정을 마치고 복귀한 이후 경영 전반에 걸쳐 업무를 하나씩 익혀 왔다”며 “실무에 밝고 현재 그룹의 핵심 부서에서 업무를 보고 있어 그룹의 전반적 상황을 꿰뚫고 있다”며 높이 평가했다.

임세령 상무는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1998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결혼했다. 이후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 뉴욕대에서 심리학과를 전공했다. 임세령 상무는 결혼과 함께 대상그룹 경영에서 멀어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2009년 이혼 후 2010년 외국법인 외식 계열사인 대상HS(옛 와이즈앤피) 대표를 맡아 외식사업을 전개했다. 임세령 상무는 2012년 말 정기인사에서 식품 부문 브랜드 매니지먼트, 기획,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하는 상무가 됐다. 대상 측은 당시 “대상HS에서 보여준 경영자적 능력과 평소 크리에이티브 분야에서 발휘해 온 특별한 재능이 평가를 받아 임원으로 기용됐다”고 밝혔다.

  임창욱 두 딸의 대상 후계자 경쟁  
▲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임창욱 명예회장은 임세령 상무가 대상그룹에 복귀한 뒤에도 임상민 상무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임창욱 명예회장 부부는 장외거래를 통해 대상홀딩스 지분 6.73%(총 250만주)를 차녀 임상민 상무에게 양도하는 등 줄곧 임상민 상무의 지분을 늘려주고 있다.

이런 대목이 임창욱 명예회장이 임상민 상무 후계구도로 마음을 굳혔다고 관측하게 하는 대목이다. 특히 임세령 상무가 독자적 외식사업을 펼쳐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이혼 뒤의 스캔들이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대상그룹 측은 후계구도와 관련해 "그룹 차원의 공식입장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임창욱 명예회장이 1997년부터 오너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한 뒤 경영방식이 바뀌지 않고 있고 두 딸이 아직 30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임창욱 명예회장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

또 임창욱 명예회장이 ‘상왕 역할’을 하며 두 딸의 공동경영 체제를 한동안 가동할 수도 있다. 대상그룹의 한 관계자는 “임 회장이 큰 틀의 그룹 경영을 계속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 구도를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그는 “회사 내에서도 두 자매는 함께 다니는 등 관계가 매우 좋다”고 덧붙였다.

대상의 경영권 향방은 대상 창립 60년이 되는 2016년에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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