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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미래 위해 인수합병 빗장 풀까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7-04-07 11: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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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체제에서 자립경영을 내세운 탓에 완성차 인수합병을 시도한 적이 없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미래차 기술개발을 이끌면서 외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어 현대자동차의 인수합병 빗장을 풀 수도 있다.

  정의선, 현대차 미래 위해 인수합병 빗장 풀까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7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르노닛산은 지난해 미쓰비시를 인수하면서 연간 판매량을 1천 만 대 수준으로 늘렸다. 폴크스바겐도 지난해 미국 트럭회사 나비스타 지분을 인수하면서 미국 트럭시장에서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올해도 글로벌 완성차업계에서 인수합병이 이어졌다. 푸조시트로엥은 최근 GM의 유럽 사업부문을 인수하면서 유럽판매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피아트크라이슬러는 폴크스바겐, GM에 인수합병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졌다.

글로벌완성차 4위 르노닛산이 지난해 인수합병 효과로 글로벌판매를 996만 대로 대폭 늘리면서 5위 현대기아와 격차를 벌렸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글로벌판매는 788만 대로 전년보다 1.7% 줄었다.

현대차는 1998년 기아차를 인수한 이후 20년 가까이 인수합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1999년부터 현대차 대표이사를 맡은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 체제에서 단 한 건의 인수합병도 하지 않은 셈이다.

정 회장은 현대차 수장을 맡은 직후 매물로 나왔던 삼성차와 대우차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2008년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등 고급차 브랜드 매물이 쏟아졌을 때도 인수후보로 꼽혔지만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다.

정 회장이 인수합병에 소극적인 이유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경영신조인 기술자립을 충실히 따르고 있는 점도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이 2014년 옛 한국전력 부지를 10조 원이 넘는 금액으로 사들였을 때 그 막대한 돈을 인수합병에 쓰지 않느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피아트가 같은해 사들인 크라이슬러 인수금액이 10조 원가량이었다. 현대차가 10조 원으로 옛 한국전력 부지 대신 푸조시트로엥이나 마츠다자동차를 사들였다면 글로벌에서 현대차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물론 인수합병을 통한 몸집키우기가 좋다고만 할 수 없다. 누군가 완성차회사를 사들였다면 또 다른 누군가는 완성차회사를 팔아 몸집을 줄인 셈이다. GM은 유럽 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판매량보다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현대차가 수익성이라는 측면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현대차의 글로벌판매는 441만 대에서 485만 대로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10%에서 5.5%로 반토막났다.

이 때문에 현대차가 인수합병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지 않는 데 대한 아쉬움이 지적되기도 한다.

피아트크라이슬러를 끝으로 완성차업계에서 인수합병은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글로벌 완성차시장은 동맹과 인수합병 등으로 10여개의 거대집단으로 재편됐다.

그 대신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은 미래차 시대를 대비해 ICT, 모빌리티, 배터리회사 등 이종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현대차 미래 위해 인수합병 빗장 풀까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GM은 2015년 차량공유서비스회사인 사이드카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부터 차량공유서비스 메이븐을 시작했다. BMW, 아우디, 다임러는 2015년 지도서비스회사인 히어를 공동으로 인수하기도 했다.

현대차도 미래차 시대에서 인수합병 빗장을 풀 수도 있다.

이미 커넥티드,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개발을 위해 외부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경영전면에서 나서 미래차 기술개발을 이끌면서 외부와 협력범위를 넓히고 있다.

현대차는 애플, 구글, 시스코 등과 커넥티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7에서 자율주행차 반도체 등을 공급하는 엔비디아의 CEO 등과 만나 새로운 협력관계를 논의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옛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하기 이전 수준으로 사내유보금을 보유하게 되면서 인수합병을 위한 실탄은 충분한 편으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126조9천억 원이었다. 옛 한국전력 부지를 인수하기 전인 2014년 6월 말에는 113조9천억 원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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