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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왼쪽)와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한 배를 탈 수 있을까?
두 사람은 지난해 총선 때 각각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을 이끌어 경쟁관계로 맞서면서 불편한 관계에 놓였다. 하지만 지금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맞서야 한다는 처지에 똑같이 놓여있다.
안 후보가 문 후보와 맞서려면 외연확대가 절실한 상황이라 결국 김 전 대표와 손잡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 김종인의 달라진 안철수 평가, 연대 사전작업일까
김 전 대표는 5일 대선출마를 선언하며 “이번 대선은 힘을 합쳐보겠다는 유능과 혼자 하겠다는 무능의 대결”이라며 유능한 인물을 모아 통합정부를 세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 전 대표는 무소속 출마를 밝혔으나 통합정부론을 펼친 만큼 이후 적극적인 연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대표가 등을 돌린 문재인 후보를 제외하면 안철수 후보가 제1의 연대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4일 김 전 대표의 대선 출마와 관련해 “승산이 없는데 무모하게 하실 분은 아니다”면서 “직접 출마하기보다 연대를 해서 판을 만드는 역할만 한다면 상당히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전 장관의 말처럼 김 전 대표가 안 후보와 손을 잡는다면 대선 판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전부터 그런 관측이 많았는데 두 사람 모두 대선 링에 올라서면서 연대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은 과거에도 서로를 나쁘지 않게 평가했다.
2011년 김 전 대표가 안 후보의 청춘콘서트에 참여해 일종의 멘토역할을 하기도 했다. 안 후보가 정치권에 투신하기 전이었고 김 전 대표도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을 때다. 지난해 역시 비록 처한 상황이 달라 적대적인 감정이 나타나기는 했으나 개인 대 개인 평가는 달랐다.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두고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김 전 대표는 안 후보의 탈당과 창당을 비난하며 “정치를 쉽게 생각한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는 “정치적으로 성숙이 더 되면 대통령이 돼도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안 후보는 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안 후보는 역시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김 대표의 국민의당 공격을 비판하고 있지만 대선후보로 자격이 충분하다고 본다”며 “김 대표의 경험과 연륜이 야권의 발전을 위해 많은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김 전 대표는 점점 안 후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김 전 대표는 얼마전 언론과 통화에서 안 후보를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사람”이라고 추켜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의 측근으로 김 전 대표를 따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최명길 무소속 의원 역시 얼마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가 안 후보를 평가하는 게 변했다”고 전했다.
◆ 김종인, 안철수 마음잡기 시동
김 전 대표는 탈당 전후로 많은 정치인들을 폭넓게 만났으나 안 후보와 접촉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하는 등 주변 공략에 나서고 있다. 박 대표는 김 전 대표와 만난 뒤 “얘기가 잘 됐다”면서도 회동내용을 놓고 말을 아꼈다.
김 전 대표쪽 사람으로 분류되는 이언주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으로 향한 것도 김 전 대표와 안 후보의 결합을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 의원은 6일 기자회견을 하고 탈당 후 입당하기로 했다.
관건은 김 전 대표가 요구하는 것을 안 후보가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다. 둘 사이에 조건이 맞아야 한쪽이 대선을 포기하고 다른쪽 지원으로 돌아설 수 있다. 김 전 대표와 안 후보가 손잡는다면 김 전 대표의 ‘백의종군’은 아닐 가능성이 크다.
김 전 대표가 대선완주의 의지를 강하게 보이는 만큼 부담은 더욱 크다. 김 전 대표는 대선출마 기자간담회에서 “더이상 킹메이커 노릇은 안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런 김 전 대표와 후보 단일화를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배려'가 있어야 한다.
김 전 대표는 의원뱃지를 미련없이 던지고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할 정도로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김 전 대표는 한나라당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두번이나 등을 돌렸듯이 경제민주화 소신을 확실히 펼 수 있는 권한을 원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구체적으로 경제부총리 자리를 원한다는 말도 나돌기도 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연대의 열쇠는 안 후보가 아니라 오히려 김 전 대표가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시 킹메이커의 길을 걸을지, 이후 어느 정도의 지분을 요구할지 등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두 사람이 손잡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양쪽 다 고집과 소신이 만만찮아 그 과정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