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이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을 놓고 이번주에 첫번째 고비를 맞는다.
산업은행이 이번주 안으로 시중은행과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사채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이번주 안으로 시중은행과 대우조선해양 노조에게 각각 정부의 대우조선해양 지원방안에 동의한다는 협약서를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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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노조의 협약서를 바탕으로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의 설득을 위해 강도를 높일 계획을 세웠다.
국책은행, 시중은행, 대우조선해양 등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내용을 문서로 남길 경우 사채권자들의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국민연금은 현재 STX조선해양의 사례를 적용해 대우조선해양 회사채의 원리금 상환을 요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TX조선해양은 자율협약을 진행할 때 회사채투자자들을 자율협약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 회사채투자자들은 원리금 대부분을 돌려받았다.
산업은행이 시중은행과 노조의 동의조차 끌어내지 못한다면 회사채 상환을 검토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들을 설득할 명분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사채권자집회가 17일과 18일 예정된 만큼 시중은행들과 노조의 동의가 이번주를 넘길 경우 국민연금을 설득할 시간적 여유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시중은행들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2015년 10월 1차 자금지원과 2016년 11월 자본확충 때 무쟁의 동의서를 제출한 만큼 이번에도 결국 고통분담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자발적으로 임금 전액을 반납하겠다며 임직원들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한 점 등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은 애초 지난주까지 협약서를 작성하기로 했으나 검토자료 부족 등을 이유로 협약서 작성을 한주 미룬 만큼 시간을 조금 더 끌며 상황을 지켜볼 가능성이 있다.
산업은행은 곧바로 시중은행에 대우조선해양의 실사보고서를 보내는 등 추가자료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중은행들이 순조롭게 정부의 지원방안에 동의할지 불투명하다.
시중은행들은 정부의 지원방안에 동참할 것을 구두로 합의했지만 지속적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이 추가적으로 고통을 분담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협약서 작성을 무기로 산업은행과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힘싸움을 벌이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산업은행에 추가감자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추가감자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산업은행은 작년에 이미 대규모 감자를 통해 큰 손실을 입었다”며 추가감자는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에서 3조 원 이상의 손실을 보며 순손실 3조6411억 원을 냈다. 2015년보다 손실규모가 2배가량 커진 만큼 추가감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들이 애초에 사채권자들의 참여를 전제로 정부의 지원방안에 동의하는 협약서를 작성하기로 한 만큼 산업은행과 힘싸움을 펼치다 결국 이번주 안으로 협약서를 작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중은행들은 무담보여신보다 선수금환급보증(RG) 규모가 커 대우조선해양이 P플랜(사전회생계획제도)에 들어갈 경우 대규모 피해가 발생할 위험을 안고 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 손실분담 문제와 관련해 국민연금 등 채권자들이 투자자 자신을 위해 어떤 판단을 하는 것이 이익인지 이미 명확한 답이 나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자들은 각자의 재무적 판단에 근거해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합리적 결정을 해야한다”며 국민연금과 함께 채권단인 시중은행들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