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계속 유지할까?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첫 정기주주총회를 열면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계속 맡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
|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24일 진행된 삼성전자 주총 안건에 이 부회장 등기이사 변경에 관한 안건은 상정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기이사를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0월28일 갤럭시노트7 발화사고로 삼성전자가 대내외에서 품질논란을 겪으며 기업 이미지가 악화하자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를 맡았다. 이건희 회장이 2008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지 8년만이었다.
그러나 불과 5개월 만에 구속되면서 삼성전자 경영일선에 나서기 어려워졌고 앞으로 재판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의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등기이사 역시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등기이사 사임을 밝힐 경우 유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비쳐질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더라도 등기이사에서 물러나야 할 이유는 없다. 상법상 일반회사의 경우 전과가 이사의 자격제한 요건은 아니다.
금융지주회사법 제38조에 따라 은행 등 금융회사는 실형을 받은 경우 이사 자격이 제한된다. 또 총포ㆍ도검ㆍ화약류단속법에 따라 집행유예 1년 이상의 선고를 받았을 때도 관련 회사의 등기이사나 대표이사를 맡을 수 없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경영에 복귀했으나 일부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일단 이번 주총에서 등기이사를 유지하지만 재판이 장기화할 경우 거취 문제를 놓고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애초 내세운 ‘책임경영’의 의지가 무색해지는 것은 물론 경영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등 세간의 시선이 따가워질 수도 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5억 원 이상을 받는 등기임원은 보수를 공개하도록 돼 있다. 조만간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도 이 부회장의 보수를 밝혀야 한다.
과거 재벌총수들도 이런 이유로 사회적 물의나 법적 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등기이사를 사임하며 위기돌파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그룹에서 이건희 회장이 2008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당시 삼성 비자금 사태로 특검수사까지 받은 상황에서 내린 결단이었다.
|
|
|
▲ 퇴진행동 재벌특위와 반올림, 삼성노동인권지킴이가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리는 24일 서울 삼성 본사사옥 정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등기이사 자격 박탈과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가깝게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나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각각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모두 물러나거나 연봉반납을 약속한 적도 있다.
최태원 회장은 2004년 3월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되자 계열사 모든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이재현 회장은 1심에서 횡령죄 등으로 징역 4년을 선고받자 같은 시기 CJE&M 등 3개 계열사 등기이사에서 물려났다.
오너경영인이 ‘옥중경영’을 한다는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23일 논평을 내 "삼성전자는 154억2335만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이재용 부회장을 해임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며 이 부회장의 행위가 현행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이사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등은 24일 삼성전자 주총에 맞춰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부회장의 등기 이사직 해임과 사회적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