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못한 노동정책 과제인 근로시간 단축이 성사될 수 있을까.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논의가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재계와 노동계 양쪽에서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진통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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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
주형환 산업통상부 장관은 22일 근로시간 단축문제를 놓고 “사회 합의를 기초로 논의해야 한다”며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긍정적 효과를 균형있게 교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노동시장 구조개편 정책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은 의제다.
박근혜 정부는 이른바 4대 노동개혁법안을 추진했다 노사정 합의 불발로 무산됐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 카드는 여전히 포기하지 않았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올해 초 “근로시간 단축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그런데 정작 근로시간 단축 법안통과가 가시화된 상황에서 산업부 장관이 신중론을 편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주당 최대 노동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잠정적으로 합의했다.
현행법상 주당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에 연장근로 12시간을 포함해 52시간인데 정부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유권해석을 내려 휴일근로 16시간까지 모두 68시간을 인정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법안의 핵심은 주당 근로시간에 휴일근로까지 포함해 52시간으로 못박는 것이다. 23일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처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20일 환노위 바른정당 간사를 맡은 하태경 의원이 근로시간 단축에 정무적으로 합의했다고 다소 이른 발표를 하자 다른 당에서 합의한 바 없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환노위 의원들은 합의까지는 아니지만 큰 틀에서 근로시간 단축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남은 쟁점은 면벌규정과 수당 등의 부분이다.
면벌규정은 민사책임을 다할 경우 형사책임을 면제해 주는 것으로 현재 300인 이상의 기업은 2년, 300인 미만 기업은 4년간 면벌기한을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근로시간을 지키지 않을 경우 일정기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휴일근로 가산금도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현재 고용부는 휴일근로는 연장근로가 아니기 때문에 휴일근로시 통상임금에 50%를 더한 만큼 지급하면 된다고 해석한다. 휴일근로가 8시간을 초과할 경우에만 연장근로가 인정돼 연장근로 가산금 50%를 더해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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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 |
그러나 법 개정으로 휴일근로가 연장근로에 포함될 경우 휴일에 근무할 경우 근로시간과 관계없이 휴일근로 가산금 50%에 연장근로 가산금 50%를 더해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재개는 근로시간 단축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총은 21일 성명을 내 “법정 근로시간 단축은 기업 인력운용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중소기업에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라며 “특별연장근로 허용과 휴일근로 중복할증 배제 등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중소기업계의 반발은 더욱 심하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성명을 통해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합의내용을 수용할 수 없다”며 “장시간 근로의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충분한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근로시간 단축을 반기면서도 임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불안해 한다. 기본금이 높지 않은 근로자들은 연장근로수당 등으로 임금을 보전해 왔다. 그런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수당도 줄어들 수 있다. 특히 자동차·조선 등 제조업분야에서 근로시간 단축논의에 민감한 이유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이 결정되면 근로자들의 생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등 기본급을 올리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면벌조항을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21일 성명에서 “면벌조항은 결국 불법 장시간 노동을 통해 배를 불려온 재벌대기업을 향한 특혜”라며 “정치권은 불법 장시간 노동을 인정하는 어떠한 조건과 편법을 다는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