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산업은행 등 채권단을 상대로 금호타이어 인수와 관련해 법적다툼도 불사할 뜻을 보이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 워크아웃 이후 산업은행과 이어온 밀원관계가 이동걸 회장체제에서 마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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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15일 산업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인수자금을 조달할 계획을 제출한 이후에 주주협의회를 열어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지를 논의할 수 있다는 방침을 세웠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에게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지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한 데 인수자금 조달계획이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경우 국내기업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박 회장이 컨소시엄을 구성할 때 중국자본이 대거 유입될 가능성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박 회장 측은 산업은행의 ‘선 인수자금 조달계획 제출, 후 컨소시엄 허용여부 논의’ 방침이 박 회장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에 공문을 보내 컨소시엄을 구성할 수 있도록 요청해왔지만 산업은행이 일방적으로 더블스타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 문제”라며 “박 회장이 자금조달계획을 제출하면 산업은행이 주주협의회에서 컨소시엄 허용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은 박 회장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놓고 법적다툼을 벌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산업은행은 절차대로 매각을 진행하기로 한 반면 박 회장은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법적대응에 나서겠다고 엄포를 놨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박 회장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문제와 채권단이 더블스타와 주식매매 계약을 맺은 것은 별개의 사안”이라며 “박 회장이 법적대응에 나선다면 채권단도 적절히 대응을 해야 할 것이고 이와 별개로 더블스타와 주식매매 계약을 맺은 일 절차대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법적대응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법적대응을 놓고 충분히 검토한 이후에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산업은행이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을 경우 우선매수청구권을 포기하겠다는 입장에서 법적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으로 바꾸면서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 회장은 2015년에 금호산업을 인수한 데 이어 금호타이어까지 인수해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끝내려고 했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조건을 원칙대로 고수하기로 하면서 박 회장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
박 회장이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에는 제3자 양도 및 지정 금지라는 조건이 붙으면서 박 회장은 개인적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그러나 1조 원에 이르는 인수자금을 개인적으로 마련하기 어려워 투자자들을 모집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이 정도라도 재건할 수 있었던 데는 산업은행이 알게 모르게 봐준 덕이 컸다. 그러나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2016년 초에 취임한 뒤 박 회장과 산업은행의 관계는 예전같지 않다.
박 회장이 역대 산업은행장들과 맺어온 밀월관계가 이 회장체제에서 끊어졌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실제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주변에서는 이 회장이 등장한 뒤 박 회장이 상당히 당황했다는 얘기도 나돌았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2009년 말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산업은행이 박 회장에 특혜를 준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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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박 회장은 오너로서 계열사 부실의 책임이 있었지만 2010년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채권단에게 보장받았다. 채권은행 가운데 우리은행이 당시 법적근거가 없다며 반대했지만 산업은행은 박 회장에게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 보장을 강행했다.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있으면서 오너에게 계열사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한 경우는 드물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은 동부제철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지 못했고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STX조선해양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박 회장이 금호타이어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 받았을 때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 시절이었다. 민 전 행장은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스 대표와 가까웠는데 박 회장이 박 전 대표를 연결고리와 민 전 행장과 가까워졌다는 얘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홍기택 전 KDB산업은행 회장 시절에는 채권단에게 금호산업 경영권과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장받았다.
금호산업 우선매수청구권 관련 약정서는 2013년에 구체화했는데 ‘제3자 양도 및 지정’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 덕에 박 회장은 2015년 개인돈 1200억 원 정도를 들이고 나머지 금액은 외부에서 조달해 금호산업을 되찾을 수 있었다. 당시 금호산업 인수금액은 7228억 원이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