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서민들의 세금부담은 늘리고 부자들의 세금은 줄이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담뱃세와 주민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한편에서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증세의 경우 재정안정을, 감세의 경우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최경환, 서민증세 부자감세 비판 직면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청와대와 정부, 새누리당은 16일 당정청협의회를 열고 담뱃세와 주민세 인상을 포함한 조세개편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담뱃세는 평균 2천원 인상하고 현재 1만 원 이내인 주민세도 1만 원 이상으로 대폭 인상할 방침을 세웠다. 여기에 정부의 세제개정안은 지방세 감면 혜택 축소와 자동차세 인상 등도 포함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서민증세 논란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주민세가 22년 동안 오르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복지 지출 때문에 재정이 말도 못할 정도로 어려워진 지방자치단체들의 강력한 요청으로 정부가 주민세 인상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또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세수 목적이 아니라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며, 들어오는 세수는 금연 정책, 국민안전과 관련된 곳에 쓰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이런 세금 인상을 두고 박근혜 정부가 증세로 정책 전환을 했다고 판단하는 것은 오해"라고 말했다.

◆ 서민 세금 더 걷고 부자 세금 덜 걷는다

정부가 추진하는 세제 개편에 대해 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세수 부족과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부담을 서민들에게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정부가 인상을 추진하는 담뱃세와 주민세 등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부과돼 역진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증세 논의의 한편에서 경제 활성화 명목으로 감세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 점 때문에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의 감세 정책은 중산층 이상 고소득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서민 증세와 부자 감세 라는 비난을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 등에 따르면 조부모가 손자에게 교육비 명목으로 재산을 물려줄 경우 1억 원까지 증여세가 면제된다.

가계의 교육비 부담을 줄이고 노년층의 자산을 후대로 빨리 상속하도록 유도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편법 증여 논란과 함께 부에 따른 교육 격차를 더 벌리는 일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감세정책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업승계 세제 혜택을 확대해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 오너가 가업을 자녀에게 상속할 경우 1천억 원까지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대를 잇는 명문장수기업을 육성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이 역시도 원래 취지가 무색하게 부를 대물림하는 통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유사한 조세정책 편 일본은 어떻게 됐나

서민에게 세부담을 몰아주면서 추진하는 정책들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지방재원 확충을 이유로 증세를 하려고 하지만 당장 담뱃세와 주민세 인상으로 정부의 세수 증대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세제개편으로 내년 세수는 약 4조2천억 원 가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액은 25조 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되고 내년은 30조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현 세제개편으로 메울 수 있는 적자가 아니다.

또 감세 정책으로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우리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시행하면서 손자의 교육비를 1500만 엔(1억5천만 원)까지 증여해도 과세하지 않는 교육자금 일괄증여 비과세제도를 지난해 도입했다. 우리나라에서 추진 중인 제도와 흡사하다.

또 가업승계 시 5년 동안 고용을 유지하면 증여세를 상속시점까지 유예해주며 상속 때에는 80%의 가업상속공제를 적용해 상속세를 부과하는 제도도 있다. 상속시점에서 과거 가업에 재직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들이 일본 경제활성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아베노믹스는 간접세인 소비세를 올해 4월 5%에서 8%로 인상하면서 서민들의 소비심리를 위축시켰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비세도 역진세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증세 논의 중인 담뱃세·주민세와 유사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의 서민증세는 소비지출 축소 등으로 내수 및 경제 활성화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