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삼성전자를 향해 돌직구를 날렸다. 이 위원장은 휴대폰 시장을 바로잡을 것으로 보는 이른바 '단통법'이 처리되지 않는 원인으로 삼성전자를 지목하면서다. 이 위원장의 돌직구가 과연 힘을 얻을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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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
이경재 위원장은 지난 18일 오전 한 라디오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제조업체의 로비가 있어 그런지 진행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이 특정 제조사명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삼성전자가 그동안 영업기밀 우려 등을 이유로 단통법 시행에 강력히 반대해 왔던 점을 고려할 때 결국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단통법 국회 통과 등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 의지를 여러 차례 표명했으나 현재까지는 이동통신사에 대한 과징금 부과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신년사에서 “단통법 논의를 적극적으로 지원해 시장 왜곡을 바로 잡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해 12월 열린 단말기 유통개선 의견수렴 간담회에서는 “지금까지는 보조금과 관련해 이통사만 처벌하다보니 균형이 맞지 않았다”며 제조사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도 놀란 2·11 보조금 대란
이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박근혜 대통령의 휴대폰 불법 보조금 과열 경쟁에 대한 시정요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지난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스마트폰 가격이 시간과 장소에 따라 몇 배씩 차이가 나고, 스마트폰을 싸게 사려고 새벽에 수백 미터 줄까지 서는 일이 계속돼서는 안 될 것”이라며 “어떻게 하면 국민이 적정한 가격에 질 좋은 서비스를 누리게 할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제도보완을 해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불법 보조금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 역시 ‘2·11 보조금 대란’을 신경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 12일 이통사들은 최대 145만원의 불법 보조금을 지급하며 가입자 유치경쟁을 벌였다. 이에 소비자들이 더 많은 보조금 혜택을 얻기 위해 새벽 3시에 대리점 앞에 수백 미터씩 줄을 서는 소동이 벌어졌다.
박 대통령의 한 마디에 이통사에 대한 정부의 처벌 강도는 이전보다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는 2·11 대란을 포함해 올해 들어 발생한 불법 보조금 사건도 추가 조사한 뒤 처벌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위원장은 18일 전화인터뷰에서 “최근 일어났던 보조금 대란은 별도로 조사해 조만간 엄중 제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미래부 역시 이통3사가 지난해 내려진 불법 보조금 시정명령은 이행하지 않은 것에 대한 추가 처벌 수위를 고심 중이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2월 불법 보조금 경쟁을 경쟁을 한 이통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사상 최대인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불법행위를 중단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정부 vs 제조사, 단통법 줄다리기
문제는 정부가 휴대폰 유통구조 개선을 위해 내놓은 단통법의 국회 통과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단통법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제조사와 통신사의 입장은 다르다. 특히 제조사들은 휴대폰 시장 위축을 우려하며 단통법 통과를 거세게 반대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단통법은 보조금을 투명하게 공시하고, 단말기와 요금서비스를 분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제조사의 판매 장려금도 규제 대상이라는 점이 과거와 다른 부분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사들은 “단말기 장려금이 사라지면 스마트폰 보급률을 높이기 어렵고 장려금을 지급해 판매를 늘리는 것은 기업의 당연한 영리활동”이라며 ‘과잉 규제’라고 반발하고 있다. 제조사들은 또 단통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보조금이나 장려금 같이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자료가 새어나간다며 단통법 통과에 부정적이다.
불법 보조금 논란으로 과징금 폭탄을 맞은 통신사들은 단통법 추진을 반기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시장 포화로 신규 가입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이익률을 떨어트리는 과도한 보조금 관행을 없어져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또 과다한 보조금 경쟁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제조사 장려금도 반드시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특히 제조사들이 출고가를 인하하지 않은 상태에서 장려금을 시장에 풀어 재고를 처리해 왔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조사의 과다 장려금이 최근 이통시장 보조금 과열의 원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장에서는 보조금 과다 지급과 높은 단말기 출고가, 불투명한 판매점 유통구조 등 휴대전화 판매구조 자체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의 보조금 규제만이 능사가 아니”라며 “단통법을 통해 고가 스마트폰 출고가를 조정하고 보조금 문제를 해결하는 식의 전방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