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체코에서 원전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국내 원전사업 축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수원이 체코를 시작으로 해외 원전시장을 확장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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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달 체코전력공사(CEZ)와 신규 원전건설 관련 자료요청서(RFI) 협의를 마치고 체코정부의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체코는 유럽연합(EU)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따라 두코바니와 테멜린 지역에 각각 1천MW(메가와트)급 이상의 신규원전 1~2기를 짓는 등 2032년까지 1GW(기가와트) 규모의 원전을 늘릴 계획을 세웠다.
체코전력공사는 지난해 7월 전 세계 잠재공급사를 대상으로 신규원전 건설사업과 관련한 자료요청서(RFI)를 발행했는데 한수원은 10월 답변서를 제출한 뒤 올초 구체적인 협의를 마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해 6월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에 따라 그전까지 한국전력공사가 총괄하던 원전 해외수출기능을 부여 받으며 원전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한국전력과 한수원은 현재 지역과 프로젝트별로 나눠 해외 원전수출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수원은 체코, 우크라이나, 폴란드 등 동유럽 국가들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국내 원전사업의 확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어 해외 원전수출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수원은 최근 서울행정법원이 내린 월성1호기의 운전허가취소 판결에 제3자 소송참여를 신청했다.
지난해 경주 지진 이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당들이 일제히 안전성을 지적하며 원전의 점진적 축소를 주장하는 상황에서 국내 원전사업의 주체인 한수원이 직접 소송에 참여해 원전의 안전성을 해명하려는 것이다.
이관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법원의 월성1호기 원전허가취소 판결은 원전사업 운영자인 한수원에게 매우 큰 영향을 준다”며 “소송에 참여해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현재 건설하고 있는 6개 원전을 포함해 2029년까지 모두 12개 원전을 새롭게 만들 계획을 세웠다.
여론과 정치권의 반대 등으로 국내 원전사업이 축소될 경우 한수원은 미래 먹거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체코 원전사업은 한수원 입장에서 앞으로 이어질 해외 원전수출사업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중요하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최근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아르헨티나 에너지광업부와 ‘제3차 한-아르헨티나 에너지자원협력위원회’를 열고 원전, 신재생에너지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주 장관은 특히 원전분야의 협력을 강조하며 “한국은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건설에서 ‘적기에 예산범위 내에서 고품질(on-time, on-budget, high quality)’의 건설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 업체의 아투차5호기 신규건설 참여를 적극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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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이 3일 아르헨티나 에너지광업부 청사에서 후안 후세 아랑구렌 아르헨티나 에너지광업부장관과 원전 등 에너지분야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
아르헨티나는 2028년까지 아투차 원전에 1200MW급 규모의 아투차5호기를 새롭게 건설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아르헨티나 원전사업은 현재 한수원이 담당하고 있는데 한수원이 체코 원전수주에 성공할 경우 아르헨티나 원전사업에서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한수원은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체코 진출에 주력하고 있지만 경쟁상대가 만만치 않은 만큼 사업성사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한수원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 일본, 미국, 프랑스 등 6개 원전 강국들이 체코의 자료요청서에 답변서를 제출하고 원전건설사업에 뛰어들었다.
일본의 도시바가 지난해 원전사업에서 큰 타격을 입어 경쟁력이 약화됐고 프랑스의 아레바의 경우 핀란드의 원전건설 지연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자금력을 지닌 중국, 원전사업에서 체코와 협력하고 있는 러시아가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이관섭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체코는 원전산업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고 중국의 품질에 약간의 우려를 하고 있다”며 “체코 원전수주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에게도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체코가 답변서를 제출한 국가들과 구체적인 협의를 마친 만큼 여러 국가의 답변서를 종합해 사업모델을 최종적으로 확정할 것”이라며 “체코 정부가 구체적으로 언제 사업모델을 확정할지 모르지만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