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백화점그룹의 패션 계열사인 한섬이 인수합병(M&A)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토대 위에 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추진하는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되면 한섬은 지주사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직접 자회사가 되는데 이에 따라 M&A를 추진할 때 필수로 확보해야 하는 지분과 관련한 제약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섬 M&A 우호적 환경 조성, '지분 100% 확보' 요건 완화에 선택 넓어진다

▲ 한섬이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힘입어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토대 위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2025년 11월7일 서울 청담동에 문을 연 여성복 브랜드 '타임'의 플래그십 매장. <한섬>


15일 현대백화점그룹 상황을 종합하면 현대홈쇼핑은 20일 상장폐지된 뒤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인적분할된다. 투자회사는 이후 현대백화점그룹의 지주회사인 현대지에프홀딩스와 합병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공개한 개편안대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현대홈쇼핑이 보유한 한섬 지분 40.5%는 현대지에프홀딩스로 넘어간다. 한섬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손자회사에서 직접 자회사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섬이 국내 기업을 인수할 때 적용되는 지분 보유 요건도 달라진다.

현재 한섬은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손자회사다. 한섬이 국내 패션기업이나 브랜드 운영법인을 자회사로 편입하면 해당 회사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증손회사가 된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손자회사가 국내 증손회사를 계속 보유하려면 원칙적으로 해당 회사의 발행주식 전부를 확보해야 한다. 한섬이 국내 패션 운영사를 자회사로 두려면 지분 100%를 인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는 셈이다.

반면 한섬이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직접 자회사로 전환되면 새로 인수하는 국내 회사는 현대지에프홀딩스의 증손회사가 아닌 손자회사가 된다.

이 경우 한섬은 원칙적으로 비상장회사 지분 50%, 상장회사 지분 30% 이상을 확보하면 해당 회사를 자회사(현대지에프홀딩스의 손자회사)로 보유할 수 있다. 지분 전량을 사들이지 않아도 돼 인수자금 부담과 거래구조의 제약이 함께 낮아질 수 있다.

이번 변화는 한섬이 오랫동안 활용하지 않았던 M&A 카드를 다시 적극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섬의 마지막 대형 패션사업 인수는 2017년 SK네트웍스 패션사업부문 영업양수다. 당시 한섬은 약 3천억 원을 들여 타미힐피거와 DKNY, 클럽모나코 등 12개 브랜드의 국내 사업과 조직을 확보했다. 이후에는 자체 브랜드 육성과 해외 브랜드 도입에 집중하며 국내 패션기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수합병에는 사실상 나서지 않았다.

기업 지분 인수 사례로는 2020년 화장품기업 클린젠코스메슈티칼 지분 51%를 취득한 일이 있다. 클린젠코스메슈티칼은 이후 한섬라이프앤으로 회사 이름을 바꿨다.

현대백화점그룹이 2023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한섬은 2024년 한섬라이프앤의 잔여 지분 49%를 추가로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만들었다. 이어 2025년 1월1일 한섬라이프앤을 흡수합병하면서 해당 법인은 소멸했고 화장품 사업은 현재 한섬 내부에서 운영되고 있다.

처음에는 기존 주주와 지분을 나눠 투자했지만 결국 지분 전량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한섬의 현대지에프홀딩스 자회사 전환은 이 같은 제약을 낮춰 인수합병을 다시 검토할 여지를 넓혀줄 수 있다.

다시 말해 한섬은 비상장 운영사 지분의 과반을 먼저 확보하고 창업자나 기존 경영진의 경영 참여를 유지하거나, 일정 기간 뒤 사업 성과에 따라 잔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수 있게 된다.

지분 전량을 한꺼번에 인수하는 것보다 초기 투자금액을 줄이면서 브랜드 창업자의 상품기획 역량과 한섬의 유통망을 결합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한섬이 기존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운영사뿐 아니라 해외 브랜드의 국내 판권과 매장을 운영하는 법인도 잠재적 인수합병 검토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섬이 국내 운영법인의 경영권 지분을 확보하면 매장과 인력, 고객 기반 등 기존 사업 인프라를 함께 가져올 수 있다. 해외 브랜드 본사와 국내 합작법인을 설립해 해외 본사가 브랜드와 상품 공급을 맡고 한섬이 국내 유통과 마케팅을 담당하는 방식도 검토할 여지가 생긴다.

이 같은 투자 선택지 확대는 한섬이 수익성을 회복하면서 중장기 성장동력을 마련해야 하는 현재 상황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내세울 수 있는 또 다른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섬 M&A 우호적 환경 조성, '지분 100% 확보' 요건 완화에 선택 넓어진다

▲ 한섬이 향후 국내 패션 브랜드 운영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한섬 본사 전경. <한섬>


한섬의 연결기준 매출은 2023년 1조5286억 원에서 2025년 1조4917억 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005억 원에서 522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물론 올해 1분기에는 매출 4103억 원, 영업이익 365억 원을 거두며 실적이 개선됐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7.9%, 영업이익은 67.7% 늘었다. 다만 내수 소비 회복과 자산효과 등 우호적 환경의 영향이 컸던 만큼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한섬은 타임과 마인, 시스템 등 자체 브랜드를 중심으로 국내 고가 패션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해왔다. 그러나 국내 소비경기와 백화점 패션 수요의 영향이 큰 만큼 외부 패션기업이나 브랜드 운영사를 확보하는 방안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다만 한섬이 실제 인수합병에 나설지는 아직 미지수다.

현대백화점그룹과 한섬은 구체적인 패션기업 인수 계획이나 후보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한섬도 현대홈쇼핑 상장폐지 이후 후속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자회사 전환 이후의 인수 가능성을 논의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자본배분도 향후 확인해봐야 할 쟁점으로 꼽힌다.

현대지에프홀딩스는 기업설명(IR) 자료에서 한섬과 현대퓨처넷, 현대L&C가 직접 자회사로 전환되면 연간 230억 원 이상의 배당수입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포함해 2027년 자회사 배당수입을 약 1천억 원까지 늘리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지분 인수 요건이 낮아져 초기 인수금액을 줄일 수 있더라도 배당 확대가 우선되면 실제 인수합병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한섬이 성장투자를 우선하면 현대지에프홀딩스가 기대하는 배당수입 확대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한섬 관계자는 “아직 해당 사안을 논하기에는 이른 단계라 구체적으로 답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