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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 공습에 혼비백산한 국내 가구회사들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9-14 20: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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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케아 공습에 혼비백산한 국내 가구회사들  
▲ 최양하 한샘 대표이사(왼쪽)와 권영걸 한샘 사장이 지난 3월 한샘 플래그샵 목동점에서 열린 '프리미엄 홈 인테리어 한샘 플래그샵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가구 공룡' 이케아가 12월 광명점 문을 열면서 국내에 진출한다. 국내 가구업체들은 전략을 새로 짜며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대형 가구업체들은 신규매장을 내는 등 몸집을 키우고 있다. 반면 자본력이나 마케팅 능력이 부족한 영세 가구업체들은 속수무책으로 위기가 닥쳐오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것은 영세 가구업체들뿐이다.

◆ 한샘과 리바트, 서비스로 차별화 맞서

국내 가구브랜드의 양대 산맥인 한샘과 리바트는 몸집을 키우고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이케아의 공습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깐깐한 눈높이에 맞춰 매장 한 곳에서 최대한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매장운영방식을 바꾸고 있다. 조립식 가구와 셀프 서비스를 앞세운 이케아의 저가전략에 대응해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이다.

한샘은 지난 3월 이케아 광명점으로 가는 길목인 목동에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대형 매장을 열었다. 아파트 평형대별 주방-거실-침실-서재-공부방 등 인테리어를 한곳에서 돌아볼 수 있게 꾸몄다.

현대리바트도 최근 용인가구단지에 경기 중남부권을 겨냥해 2천㎡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현대리바트는 종합건축자재업체인 LG하우시스와 곧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기로 했다. 서로의 직영매장에 ‘숍인숍’ 형태를 접목해 리모델링 컨설팅부터 건자재 상담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한샘이나 현대리바트는 토종 대형 브랜드라는 강점을 더욱 부각해 고객에게 가구를 산 뒤에도 계속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 등 '품질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이미지를 강조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이케아의 공세를 막는 한편 더욱 커질 가구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것이다.

이케아에 대비하는 적극적인 노력 덕분에 두 회사의 매출도 성장하고 있다.

한샘은 상반기에 매출 6153억 원, 영업이익 49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32% 늘어난 사상 최대실적이다.

현대리바트도 상반기에 매출 3452억 원, 영업이익 249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은 22%, 영업이익은 350%나 증가했다.

이케아 공습에 대비한 것이 효과를 본 셈이다. 문제는 이케아가 들어온 뒤에도 이런 성장을 계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삼성증권 윤석모 연구원은 “이케아의 진출이 한국의 가구생활용품 시장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케아의 국내진출은 브랜드가 없는 영세 가구업체들의 구조조정을 촉발하지만 대형 가구업체들에게 긍정적”이라고 내다봤다.

◆ 위기에 내몰린 영세 가구업체들

영세 가구업체들은 국내 가구시장의 70%를 차지한다. 이들 업체 가운데 70%가 경기도에 위치해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 이케아가 들어서게 되면서 이들 업체들의 위기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경기도 가구업계가 직격탄을 맞게 될 뿐더러 국내 전체 가구업계 매출도 30% 이상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강점희 고양시 가구협동조합 이사장은 “부동산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도산하는 중소가구업체들이 늘고 있다”며 “더구나 이케아에 대항하려는 대형 가구업체들의 직매장을 잇따라 열면서 일산•고양 가구단지에서만 300여 개 업체가 파산위기에 몰렸다”고 말했다.

40여년 동안 ‘가구의 메카’로 불려 온 인천도 위기상황은 마찬가지다. 대형 가구업체 중 하나인 보르네오는 법정관리를 탈출하기 위해 인천공장과 부지를 모두 매각했다. 

이순종 인천가구제조협동조합 이사장은 “브랜드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은 브랜드 파워가 약한 영세가구업체들의 제품보다 이케아의 제품에 눈을 돌릴 것”이라고 염려했다.

가구업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시장 침체까지 맞물리면서 수요가 급격히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한 중견가구업체부터 줄줄이 쓰러지고 있다. 

국내 중견가구업체인 파로마는 지난해 10월 부도를 냈다. 붙박이장을 전문생산하며 한때 500억 원 매출을 올리던 파쎄도 문을 닫았다.

  이케아 공습에 혼비백산한 국내 가구회사들  
▲ 경기 광명 안양 군포 시흥 수원지역 상인들로 꾸려진 코스트코·이케아 광명입점 저지 대책위원회가 2012년 12월 이들 기업의 광명점 입점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 공동으로 맞서면서 돌파구 마련


영세가구업체들이 줄도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서로 힘을 합쳐 규모를 키우고 있다.

인천가구제조협동조합은 최근 공동가구판매장을 세웠다. 각 업체들마다 한 가구씩만 특화해서 생산한 뒤 매장 한 곳에서 모아 파는 방식이다.

공동가구판매장이 세워지면 인천 가구업체들의 매출은 10배 가량 늘 것으로 기대된다. 공동판매에 이어 가구생산장을 만들어 공동생산까지 하는 방법도 추진하고 있다.

이순종 인천가구제조협동조합 이사장은 “인천 가구업계가 공동생산이나 공동판매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가구시장에서 경쟁조차 불가능할 것”이라며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가구업체뿐 아니라 주방가구도 공동브랜드를 만들어 이케아에 맞서기로 했다. 주방가구업계는 최근 ‘케이-쿱(K-COOP)’이라는 공동브랜드를 만들었다. 주방가구업계는 공장자동화를 추진해 재료비를 아껴 중저가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 “관세 역차별이 없으면 경쟁력 확보 어렵다”

경기도는 영세가구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은 지난 3일 경기도 가구산업 발전간담회를 열었다.

오후석 경기도 균형발전국장은 이 자리에서 “경기도가 가구산업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기업이 영세하고 경쟁력이 낮은 실정”이라며 “이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신기술 개발과 디자인 발굴에 기업 구분없이 다양한 정책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유망가구기업 22개 회사에 2억2500만 원을 지원했다. 올해 44개 회사에 4억37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30개 영세 가구업체에 대해서도 별도로 1억4300만 원을 지원한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이런 지원 결과 기업들의 매출과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며 “디자인 개발을 지원하자 해외에서 디자인상을 받는 기업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이런 지원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구회사들은 관세의 역차별을 해결하지 못하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국내 가구회사들은 동일한 원자재를 들여와 국내에서 똑같이 만들어도 수입가구보다 무조건 8% 비쌀 수 밖에 없는 구조에 놓여있다.

국내에서 가구완제품을 수입할 때 관세가 0%지만, 원자재를 수입하면 8% 관세가 부과된다. 이 제도는 세계무역기구(WTO) 양허세율에 따라 2004년부터 시작됐다. 원자재 관세가 거의 없는 가전업계와 정반대 상황이다.

양해채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국내 가구업체들은 높은 관세부담으로 제조원가가 상승해 가격경쟁력에서 수입가구에 밀릴 수밖에 없다”며 “이들이 동일한 조건에서 공정경쟁할 수 있도록 잘못된 관세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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