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통신 3사가 14일 공동 출시한 'V프로필' 서비스를 한 모델이 시연해 보이고 있다. 수신자 사전 동의 절차가 빠져 이동통신 가입자의 정보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동통신 3사 제공>
이동통신 3사는 이를 통해 각각 가입자당 매출을 10%가량 끌어올릴 기회를 잡았지만, 가입자들은 보기 싫은 영상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 가계통신비 부담도 커진다.
가입자들이 ‘악몽 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는 등 부작용이 예상되지만, 이동통신 3사는 “영상을 사회 상규에 맞게 올리도록 하겠다”거나 “영상 수신을 원하지 않는 발신자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수신을 차단하면 된다” 등 속 편한 소리만 하고 있다.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지난 14일 음성통화 연결 시 발신자가 보내는 영상을 수신자 휴대전화 화면에 띄워주는 ‘V프로필’ 서비스를 공동 출시했다고 밝혔다.
예컨대 철수 휴대전화로 영희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면, 자동으로 철수가 미리 이동통신사 서버(컴퓨터)에 올려놓은 영상이 영희 휴대전화 화면에 뜨는 식이다.
영상은 전화 통화가 연결되는 시간 동안 재생된다.
기존 ‘V컬러링’이 통화가 연결되는 동안 수신자가 미리 이동통신사 서버에 올려놓은 음악을 발신자 휴대전화에서 재생시키는 서비스였다면, 'V프로필'은 발신자 영상을 수신자 휴대전화 화면에 재생시키는 게 다르다. 둘을 함께 이용하면, 통화가 연결되는 동안 발신자 휴대전화 화면에선 수신자가 올려놓은 영상이나 음악이 재생되고, 수신자 휴대전화 화면에는 발신자가 올려놓은 영상이 뜬다.
두 서비스 모두 이동통신사 서버를 기반으로 이뤄진다.
이동통신 3사는 “V프로필 서비스를 이용하면 여행·반려동물·스포츠·음악 등 다양한 주제의 영상을 전화 수신자와 공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은 계절·기념일·이벤트에 맞춰 수시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이동통신 3사는 또 “특히 개인 브랜딩에 관심이 큰 가입자나 업무 상 연락이 잦은 직장인·소상공인 등에게 차별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서비스 앱 내 ‘AI로 만들기’ 기능을 활용하면, 원하는 사진·문구·콘셉트를 기반으로 나만의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자기 표현의 폭을 더욱 넓힐 수 있다”고 했다.
V프로필은 V컬러링처럼 이동통신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된다. 이용하려면 미리 가입해야 하고, 월 3300원씩 이용료를 내야 한다. V프로필과 V컬러링을 함께 이용하면 월 6600원을 내야 한다.
이동통신 3사 쪽에서는 이익이 많다.
우선 가입자당 매출을 월 3300원(V컬러링을 함께 이용하면 6600원) 올릴 수 있다. 사업자별로 차이가 있지만, 가입자당 매출을 10%가량 끌어올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동전화의 인터넷전화(VoIP) 전환과 음성통화량 급감으로 남아도는 음성 통화용 통신망을 활용해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앱 서버 확장 및 운용 비용이 약간 늘어나는 것을 제외하면 통신망 구축·운용 측면에서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이동통신 신규 가입, 번호 이동, 기기 교체 등을 영업하는 과정에서 V프로필과 V컬러링 가운데 한 가지나 둘 모두를 일정 기간 이용하는 조건으로 단말기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의 마케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 모두 가입자 당 매출 확대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만큼, 각 사업자별로 활발한 V프로필 마케팅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3사는 V프로필 출시를 기념해 8월 31일까지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이 기간 동안 V프로필에 가입한 뒤 1개월 이상 이용하면 네이버페이 5천 포인트를 준다.
이동통신 3사 쪽에선 영상을 기반으로 가입자별 취향이나 전하려는 메시지를 분석해 맞춤형 광고 데이터 등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동통신 3사 ‘V컬러링 개인정보 처리방침’ 속 ‘개인정보의 수집 항목 및 이용 목적’에는 ‘회원의 정보 및 서비스 이용 기록을 바탕으로 관심, 기호, 성향의 추정을 통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동통신 3사는 공동 보도자료를 통해 “V컬러링을 통해 축적한 고객 경험을 바탕으로 발신자 중심의 새로운 영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이 보다 다양하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동통신 3사는 오래전부터 기존 LTE 통신망 사용 연한을 최대한 늘려 잡는 방식으로 차세대(6G) 이동통신 상용화 시기를 최대한 미룰 생각을 해왔다. 가계통신비 부담이 턱 밑까지 올라가, 이동통신 기술 세대 전환을 통해 가입자당 매출을 올리는 전략을 더 이상 구사하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대신 부가서비스 매출 극대화 전략을 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곧 ‘AI 비서’ 서비스 유료화 결정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동통신 3사가 지난 14일 공동 출시한 'V프로필' 서비스는 사업자 쪽에는 가입자당 매출을 10% 가량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이지만, 가입자들은 '영상 스팸'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이라도 수신자 사전 동의 절차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우선 영상 스팸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V프로필 서비스를 전화 수신자 쪽에서 보면, 발신자가 영상을 내 휴대전화 화면으로 동의도 받지 않고 전송할 수 있다. 발신자 눈높이에서는 정보·메시지이자 소통 강화라고 주장할 수 있으나, 수신자 쪽에서는 말 그대로 ‘스팸’이 될 수도 있다. 험하게 헤어진 옛 연인이나 갑질 상사가 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상황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만약 험하게 헤어져 꿈에서라도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옛 애인이 자신의 모습이나 예전에 함께 했던 장면을 담은 영상을 V프로필 서비스용으로 올려놓은 뒤 전화를 건다면?
정치적 이념이나 가치관을 달리하는 정치인이 자신이 갖고 있는 신념이나 추구하는 가치관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V프로필용으로 올려놓고 전화를 건다면?
폭력배 채권자가 ‘친절한’ 협박 메시지를 담은 영상을 V프로필용으로 올려놓고 전화를 건다면?
전화를 걸려오는 순간, 수신자는 해당 영상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간접적 폭력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더욱이 이동통신 3사 V프로필에는 사전 동의를 받는 절차도, 영상 수신을 거부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돼 있지 않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해당 전화번호를 차단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쨌건 한 번은 당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동통신 3사는 사회 상규에 맞춰 영상을 올리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광고를 정보라고 주장하면 어쩔 수 없고, 헤어진 연인 내지 갑질 상사가 보내는 것을 거르는 것도 불가능하다.
더욱이 이동통신 3사는 V프로필 서비스 운영을 자회사나 협력사에 위탁을 주고 있는데, 가입자들이 올리는 영상을 거를 권한도, 조직과 인력도 갖추지 않고 있다.
V프로필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이동통신 가입자의 정보인권이 침해될 우려도 나온다.
이동통신 3사는 개인정보 처리지침 속 ‘개인정보의 수집 항목 및 이용 목적’에서, 회원의 정보 및 서비스 이용 기록을 바탕으로 관심·기호·성향 등을 추정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V컬러링과 V프로필 서비스 개선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다른·추가 서비스를 통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제공에 동의 없이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일단 이동통신사 측은 손사래를 친다. 하지만 전례를 들이대면, 태도가 달라진다.
앞서 이동통신사들은 2000년대 초 위치정보 이용법 제정 당시 “휴대전화 위치정보는 절대 축적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10여 년 뒤 비밀 서버(컴퓨터)를 설치해 몰래 축적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휴대전화 위치정보는 단말기의 현재 위치 정보로, 이를 축적하면 민감한 사생활 정보로 분류되는 휴대전화 사용자 동선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동통신사들이 이렇게 축적한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어떤 용도나 목적으로 사용하는지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몰래 축적한 사실이 한겨레 단독 보도로 드러났을 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지금도 축적되는 것으로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지난해에도 ‘AI 비서’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통화 내용 요약 처리를 가입자 단말기에서 하고 통화 내용 저장도 단말기에 한다고 했으나, 이동통신사 서버에서 요약 처리를 하고, 요약본을 이통사 서버에 6개월 저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 논란이 일자 거짓말을 한 것이다. AI 비서 서비스는 SK텔레콤이 ‘에이닷’, LG유플러스는 ‘익시오’란 이름으로 내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이 V프로필 출시 전 이런 부작용 발생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펴봤는지도 의문이다.
일단 새로운 부가서비스는 신고 대상이다. 어느 사업자나 신고만 하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더욱이 신고를 받는 과기정통부는 산업 육성을 이유로 이용자 권익 침해나 불편보다는 사업자 편에서 사안을 본다. 광고 이메일과 문자메시지 허용 당시 ‘옵트아웃’(일단 모든 수신자에게 보낼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채택해 스팸 메일·문자가 성행하게 만든 것도 과기정통부다. 당시 시민단체 쪽에서는 ‘옵트인’(사전에 동의받은 수신자에게만 보낼 수 있는) 방식으로 도입할 것을 주장했으나 묵살했다.
이동통신 3사의 수익 극대화 전략에 가입자들이 ‘호갱’(호구 고객) 취급을 당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카카오도 지난해 수익 극대화 목적으로 기업 등이 카카오톡 이용자들에게 광고·마케팅 정보를 동의도 없이 보낼 수 있게 하는 서비스를 ‘브랜드 메시지’란 이름으로 내놔, 지금도 정보인권 유린 지적을 받고 있다.
이들의 ‘고객 만족’, ‘신뢰 회복’ 구호가 공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김재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