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외 주요 기관들이 잇달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높이면서 이재명 정부도 다음 주 발표할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부의 과제는 높아진 성장률 전망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이 이끄는 경기 회복을 고용과 소비, 지역경제로 확산시키는 한편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 반등으로 연결하는 것이 하반기 경제정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경제성장률 전망치, 정부 하반기 경제전략 '성장의 확산'에 방점

▲ 반도체 호황으로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높아졌지만 정부는 '성장의 온기'를 민생과 지역경제로 확산시키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경기 화성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


9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경제전망'을 발표하고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제시했다. 이는 4월 전망보다 0.7%포인트 높인 것이다. ADB는 글로벌 AI 수요 확대에 따른 반도체 수출 증가가 올해와 내년 한국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으로 평가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8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0.7%포인트 높였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도 같은 수준의 성장률을 제시하면서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잇달아 한국 경제에 대한 눈높이를 높이고 있다.

한국의  성장률은 IMF 발표대상 주요 30개국 가운데 4월 대비 가장 큰 수준의 상승폭을 보였고, 내년과 2027년 성장 전망치도 발표 대상 선진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왔다.  

이와 같은 흐름을 고려하면 정부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 중후반대 수준으로 높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별도로 정부의 고민은 '얼마나 성장할 것인가'보다 '성장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일제히 반도체 산업 호황이 한국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8일 발표한 '경제동향 7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반도체 수출과 서비스업 호조에 힘입어 완만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제조업 생산이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조정되고 있고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제조업 취업자가 감소하면서 고용이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고유가와 높은 환율 영향으로 소비 회복세도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도 고유가와 환율 영향으로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중심의 성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됐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지금의 경기 회복이 일시적 수출 호황에 그치지 않도록 하면서 고용과 소비, 지역경제으로 성장의 동력을 확산시키는 일이 정부의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나아가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구조적 성장으로 연결하는 것이 이번 경제성장전략의 핵심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정부가 준비하고 있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도 성장의 지속성과 확산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업무보고에서 하반기 정책 방향으로 △민생안정 △미래성장동력 확보 △양극화 극복 △글로벌 위상 제고 등 4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반도체가 끌어올린 경제성장률 전망치, 정부 하반기 경제전략 '성장의 확산'에 방점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구 부총리는 8일 비상경제본부회의 겸 경제·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호조 등 거시여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잠재성장률 반등과 양극화 극복 등을 통한 경제대도약 원년 완성을 목표로 하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경제성장전략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가 최근 잇달아 제시한 정책 방향을 종합하면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은 단기 경기 회복을 넘어 성장 기반을 강화하는 데 정책의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크다. AI를 중심으로 한 산업 전환과 미래 성장산업 투자, 5극3특 기반의 지역 성장전략, 민생 안정 등을 통해 반도체 중심의 성장세를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생산성을 높여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정책의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를 미래 산업 투자에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 설치 추진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미래대응기금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기금을 3대 메가프로젝트 등 미래 성장동력 창출, K자형 양극화 대응, 청년을 위한 주거·창업·일자리 지원에 집중 투자할 계획을 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 옛 트위터)를 통해 IMF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상향 소식을 전하며 "분명 좋은 소식임엔 틀림없지만 아직 국민들께서 체감하기 어렵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며 "높은 경제성장률이 현실이 되고, 성장의 과실이 모든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모두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관들이 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높이면서 이재명 정부는 경기 반등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은 다소 덜게 됐다. 다만 앞으로는 반도체 호황이라는 경기 회복 국면을 AI 투자와 산업 전환, 지역 성장 기반 확충, 미래 투자 재원 마련 등을 통해 경제 전반으로 확산시키고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지가 경제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