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과 중국이 인공지능(AI) 기술에 수출통제 조치에 나서는 등 국경 장벽을 높이면서, 각국이 독자적인 AI 기술을 갖춰야 한다는 '소버린(주권적) AI' 주장이 다시 힘을 얻고 있다.

다소 동력을 잃는 듯했던 네이버의 소버린 AI 사업 전략도 이 같은 국제 정세 변화와 맞물려 반전의 계기를 맞을지 주목된다. 국내에서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가장 먼저 역설해온 네이버는 독자적 AI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국방 분야를 시작으로 공공 분야로 소버린 AI 사업의 확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중국 'AI 빗장'에 네이버 '소버린 AI' 사업 호기 맞나, 최수연 국방·공공 AX 선점 시동

▲ 최근 미국과 중국의 자국 AI 수출통제 기조에 따라 세계 각국의 '소버린(주권적) AI' 구축에 다시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꾸준히 '소버린 AI'의 필요성을 외치며 관련 사업을 추진해온 네이버가 이같은 국제 정세 변화에 따라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 네이버 본사 사옥. <네이버> 


9일 정보통신(IT)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의 첨단 AI 모델 수출 통제 기조에 이어 중국 당국도 자국 첨단 AI 모델의 해외 서비스 접근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현지시간 7일 중국 정부가 알리바바와 바이트댄스, 즈푸AI 등 자국 주요 AI 기업과 연달아 만나 첨단 모델의 해외 접근 제한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이미 출시된 모델뿐 아니라 향후 공개될 차세대 모델, 기업용 폐쇄형 모델은 물론 일반 사용자용 개방형 모델까지 폭넓게 논의 대상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달 미국이 자국 기업의 첨단 모델에 대해 수출 통제 지시를 내린 것과 같은 흐름이다. 당시 미국 행정부는 앤트로픽의 미토스5 등 AI 기술이 타국의 군사·정보기관에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해 외국인의 접근을 제한했다가 최근 이를 해제했다. 

AI 모델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의 집계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세계 개발자들의 거대언어모델(LLM) 실사용 토큰 가운데 미국과 중국 AI 모델 사용이 약 80%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나싿. 나머지 국가 AI 모델 사용 비중은 20% 수준에 그쳤다.

미국과 중국 AI 서비스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만큼, 세계 각국의 독자적 AI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질 전망이다. 다른 나라 AI에 의존했다가 언제든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세 변화는 그동안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네이버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가 자체 LLM이자 세계 최대 규모의 한국어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부터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전 범위 역량을 갖춘 사실상 국내 유일의 사업자라는 점에서 AI 기술주권 기조에 맞는 사업을 선점할 기회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해 초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경쟁에서 고배를 마시며, 앞으로 공공·정부 서비스 진입 기회가 제한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뒤집을 계기를 얻은 셈이다. 

AI 관련 업체 관계자는 "올해 초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서 탈락하며 힘을 잃는 듯했던 소버린 AI 전략에 다시 힘이 실리는 기회를 맞은 것"이라며 "네이버는 국내 소버린 AI 개념을 처음 들여와 주장한 기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미국·중국 'AI 빗장'에 네이버 '소버린 AI' 사업 호기 맞나, 최수연 국방·공공 AX 선점 시동

▲ 지난 6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본사에서 네이버와 KAI는 '항공우주·방산 AI분야 협력'을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왼쪽부터 최수연 네이버 대표, 김종출 KAI 대표이사 사장, 김유원 네이버클라우드 대표. <네이버>


네이버는 최근 소버린 AI를 앞세워 국방 AI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국방이 기술 주권과 보안이 가장 엄격하게 요구되는 분야에서 기회를 엿본 것으로 파악된다. 

회사는 지난 6월 네이버클라우드에 '국방 AX(AI 전환) 전담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조직 출범 한 달여 만인 지난 6일에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방산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 및 피지컬 AI 개발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맺기도 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국방 및 안보 분야의 기술 자립은 국가 주권과 직결되는 만큼 독자적 소버린 AI 인프라 확보가 매우 중요하다”며 “네이버의 AI 역량과 KAI의 방산 인프라를 결합해 대한민국 국방 안보의 기술 주권을 공고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방·공공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인 이번 협력이 수익 기여로 이어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회사는 국방과 더불어 빅테크가 진입하기 어려운 공공 시장, 금융·의료·행정 규제산업으로 확장을 노리고 있다. 올해 초에는 자체 모델 '하이퍼클로바X'을 기반으로 한국은행과 협력해 한국은행 내부망에 금융·경제 특화 전용 AI 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최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서울대학교병원과 한국형 의료 특화 LLM 모델 공동 개발에 이어 한국은행과 금융 및 경제 분야 특화 AI 플랫폼 구축을 완료했다"며 "AI 기술 경쟁력 향상에 집중하며 다양한 소버린 AI 사업 기회를 국내외에서 발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