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인 보이그룹 코르티스(왼쪽)와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 등이 하이브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꼽히고 있다. <하이브>
신인 보이그룹 코르티스와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 등이 하이브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시장에서 여전히 방탄소년단(BTS)의 성과를 더 주목하는 탓에 기업가치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저연차 아티스트들의 성과를 시장에 제대로 각인하는 일이 방 의장의 새로운 과제로 부각하는 모양새다.
9일 하이브에 따르면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는 미니 앨범 ‘뷰티풀 카오스’로 미국 빌보드200 차트에 53주 연속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여성 그룹 앨범 기준으로 푸시캣돌스 이후 21년 만의 기록이다.
빌보드200은 앨범의 장기 흥행을 보여주는 대표 차트다. 빠르게 소비되는 미국 팝 시장에서 1년 넘게 차트에 머물렀다는 것은 팬덤뿐 아니라 대중성까지 확보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에 따라 방 의장이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추진해 온 현지화 전략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캣츠아이는 최근 하이브 소속 걸그룹인 르세라핌, 아일릿과 함께한 협업 싱글 ‘아이코닉 바이 미스테이크’로 올해 K팝 걸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빌보드 핫100 성적을 거두며 하이브 레이블 사이의 시너지가 충분하다는 점도 입증했다.
북미·유럽 투어도 전 회차 매진을 기록하며 공연 흥행력도 입증한 상태다.
데뷔 1년이 채 되지 않은 신인 코르티스 역시 하이브의 대표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코르티스는 5월 발매한 미니 2집 '그린그린'으로 초동 판매량 231만 장을 기록했다. 올해 발매된 K팝 앨범 가운데 BTS 정규 5집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판매량이다.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음원 성적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최근 5년 내 데뷔한 K팝 보이그룹 최초로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에 진입했고 월간 청취자 수도 1천만 명을 넘어서며 글로벌 팬덤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공연 흥행도 이어지고 있다. 첫 월드투어는 예매 시작과 함께 주요 공연이 잇달아 매진되며 신인 그룹으로서는 이례적 티켓 파워를 보여줬다.
증권가도 두 그룹을 K팝의 차세대 성장축으로 꼽고 있다.
김유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데뷔 4년차 미만 K팝 아티스트 가운데 본격적 성장구간에 진입해 중장기 성장성이 긍정적인 아티스트는 아일릿과 캣츠아이, 코르티스, NCT위시, 베이비몬스터”라면서 “이 중에서도 캣츠아이와 코르티스의 가파른 성장세는 괄목할 만한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아티스트뿐 아니라 글로벌 현지 아티스트까지 성장 궤도에 오르면서 방시혁 의장이 강조해 온 하이브의 멀티 홈·멀티 레이블 전략도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멀티 홈·멀티 레이블 전략은 여러 국가에서 현지 레이블을 기반으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육성해 글로벌 아티스트 사업을 확대하는 사업 전략이다. BTS와 같은 단일 초대형 아티스트에 의존하기보다 지역별 다양한 아티스트를 성장축으로 키우는 것이 핵심으로 읽힌다.
▲ 방시혁 하이브 의장(사진)이 차세대 아티스트의 성과를 시장의 평가로 연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방 의장이 여러 글로벌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전략을 선택한 것은 하이브가 안고 있는 구조적 고민과 무관하지 않다.
BTS는 K팝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성장한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이를 완전히 대체할 ‘제2의 BTS’를 다시 만들어내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실제로 20만 원대 중반에서 오르락내리락하던 하이브 주가가 올해 2월 40만 원까지 가파르게 올랐던 가장 큰 이유도 BTS 컴백 소식 때문이었다.
BTS 컴백 이후 하이브 주가가 10만 원 후반대까지 하락한 것은 결국 방시혁 의장의 오너리스크에 대한 염려뿐 아니라 하이브 기업가치를 구성하는 요소에 BTS 이외의 아티스트가 보이지 않는다는 시장의 평가가 반영된 것이라고 엔터테인먼트업계 관계자들을 바라본다.
이번 주에만 NH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LS증권, 흥국증권 등 증권사 5곳이 하이브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시장 변동성과 엔터 업종 투자심리 위축 등이 주된 이유지만 BTS 컴백만큼 시장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이벤트를 하이브 스스로 만들어내기 쉽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코르티스와 캣츠아이가 전 세계적으로 거두고 있는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려 'BTS가 전부인 기업' 이미지를 넘어 'BTS 이외에 코르티스와 캣츠아이도 보유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방 의장 역시 이를 의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최근 코르티스와 캣츠아이의 성과를 시장에 알리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코르티스의 음반 판매와 글로벌 차트 성과 및 월드투어, 캣츠아이의 빌보드 기록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수상, 월드투어 등을 잇달아 보도자료로 소개하며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성장세를 적극 부각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캣츠아이는 현지 데뷔 아티스트임에도 견고한 앨범 판매량을 보여주고 있고 음반 판매량은 현지 최상급 아티스트들의 기록을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예정된 앨범 발매와 월드투어는 미국 현지 매출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르티스는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유니크한 음악과 콘텐츠를 선보이며 데뷔 이후 꾸준히 팬덤을 늘려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는 차세대 아티스트들의 성과가 앞으로 하이브의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바라본다.
최용현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BTS 단체 활동을 앞으로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면서도 “BTS 솔로 활동과 코르티스·캣츠아이 등 저연차 아티스트의 가파른 성장, 글로벌 신규 아티스트 증가를 통해 지금보다 더 높은 성장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