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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임스 시네갈 코스트코 창업주 |
한국은 글로벌 유통업체의 무덤이라는 말이 있다. 월마트나 까르푸가 견디다 못해 철수할 정도다. 흔히 현지화에 실패했다고 원인을 꼽는다.
그러나 승승장구하는 글로벌 유통업체가 있다. 바로 코스트코다.
코스트코는 현지화를 하지 않은 채 한국에서 계속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심지어 코스트코 양재점은 세계 653개 코스트코 매장 중 매출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세계 1위 유통공룡 ‘월마트’는 2006년 국내 모든 매장을 신세계 이마트에 매각하고 한국을 떠났다. 한국시장에 진출한지 9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업계 5위를 벗어나지 못하다 결국 떠난 것이다.
당시 업계 4위는 ‘까르푸’였다. 까르푸는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 유통공룡이지만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해 월마트가 떠난 그해 한국에서 완전 철수했다. 까르푸 역시 한국에서 10년 동안 고군분투 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전 세계 27개국에 1만1천여 개 매장이 있는 월마트와 전 세계 34개국에 1만여 개 매장을 갖고 있는 까르푸는 한국에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한국에 맞게 현지화하지 않고 본사 영업스타일을 유지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본사의 영업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는데도 승승장구한다.
코스트코는 무엇이 다를까?
◆ 아이고 싸다!의 비밀 : 마진율 14~15%의 고수
코스트코가 저렴하게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마진을 많이 안남기기 때문이다. 코스트코는 지금까지 ‘일반상품 마진율 14%, 자체상표인 커클랜드 마진율 15%’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 왔다.
코스트코 창업주 제임스 시네갈은 “마진율을 16%나 18%로 인상하는 순간 코스트코가 가격과 비용을 최소화하려 했던 모든 노력들이 무너져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형마트의 마진율은 품목별로 차이가 있지만 모두 코스트코보다 높다. 지난해 말 기준 라면 등 10개 생필품의 대형마트 유통마진율을 조사한 결과 롯데마트가 35.3%로 가장 높았고 홈플러스는 34.2%, 이마트는 33.9% 순이었다.
시네갈은 “마진율 15%는 우리도 돈을 벌고 고객도 만족할 수 있는 적당한 기준”이라고 말한다. 그는 “그 이상을 남기면 기업의 규율이 사라지고 탐욕을 추구하게 돼 결국 고객이 떠나고 기업은 낙오하게 된다”고 힘줘 말한다.
코스트코는 몇 년 전 백화점에서 50달러에 파는 유명 브랜드 청바지를 29.99달러에 팔아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백화점과 달리 수백만 벌을 한번에 주문하는 판매방식 덕분에 공급가를 낮출 수 있었다.
코스트코는 성공적 판매로 다음 거래에서 공급가를 7달러 더 낮출 수 있게 되었는데 대부분의 유통기업들과 다른 선택을 했다. 청바지를 계속 29.99달러에 팔아 마진율을 늘리는 대신 코스트코는 청바지 가격을 22.99달러로 내렸다. 이 선택은 제임스 시네갈의 경영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급자가 가격을 내리더라도 유통업자가 마진을 올려 잡으면 소비자가격은 달라지지 않는다. 공급자가 소비자가격를 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트코에 제품을 공급하면 소비자가를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코스트코는 공급자와 사이가 좋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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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트코 양재점 내부 모습 |
◆ 싼 가격을 위해 겪어야 하는 약간의 불편함
코스트코 매장에 가면 넓은 매장에 비해 제품종류가 적어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코스트코는 보통 4천 품목을 판매하는데 월마트가 14만 개 이상의 상품을 진열하는 데 비하면 상품구성이 제한적이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6만여 개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가령 일반 대형마트엔 코카콜라와 펩시가 모두 구비돼 있지만 코스트코엔 펩시 한 종류만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코카콜라10개와 펩시10개를 공급받는 것보다 펩시 20개를 취급하는 편이 공급가를 낮출 수 있다. 상품을 진열하고 관리하는 비용도 적게 든다. 판매율이 좋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수제품만을 엄선해 팔기 때문에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므로 재고비도 줄일 수 있다.
선택폭이 줄어드는 불편함을 소비자들이 감수하는 이유는 제품품질이 괜찮기 때문이다. 코스트코는 “저급한 상품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대신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최대한 많이 취급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목표다.
품질을 위해 철저히 검수를 거치는 것도 유명하다. 미국 코스트코 매장에 처음으로 비데를 납품했던 유병기 아이젠 대표는 “코스트코는 납품계약을 하기에 앞서 제품을 200개 부품으로 해체해서 일일이 품질검수를 거쳤다”고 말했다.
또 한가지 코스트코의 불편한 점은 현금과 삼성카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동네슈퍼도 모든 신용카드를 다 받는 시대에 삼성카드만 쓸 수 있는 점은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코스트코는 2010년 삼성카드와 독점계약을 맺는 조건으로 0.7%의 낮은 수수료율로 계약했다. 지난해 분쟁으로 이 수수료율이 1% 후반대로 오르긴 했지만 최고 2.5%의 수수료율이 통용되는 업계를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코스트코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것 : 연회비-환불제도- PB상품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되는데 국내 연회비는 기업회원 3만 원, 개인회원은 3만5천 원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이미 국내 회원만 100만 명이 넘었고 전 세계적으로 6740만 명의 회원을 자랑한다. 멤버십 갱신율도 85%에 이른다.
소비자들이 연회비를 내면서까지 코스트코를 찾는 것은 코스트코 자체 브랜드(PB) 제품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코스트코를 찾는 이유는 커클랜드라는 강력한 PB제품 때문”이라며 “PB상품은 다른 곳이 아닌 꼭 그곳에 가야 하는 가장 확실한 동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코스트코가 직접 만든 브랜드 커클랜드는 1996년 탄생했다. 주스, 쿠키, 커피, 견과류, 가정용품, 여행용 가방, 가정용 기기, 의류, 세제 등 전 품목에 걸쳐 커클랜드 브랜드 제품이 나온다. 이 제품들은 브라질과 멕시코 등에서 생산돼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된다.
전문가들은 커클랜드가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고 평가한다. 전형적인 PB처럼 일반 브랜드보다 제품 가격이 10~20% 저렴한 데다 품질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커클랜드의 브랜드 가치를 약 7조3천억 원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이는 코스트코 브랜드 가치가 10조5천억 원인 것과 비교해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PB상품의 성공으로 해석된다.
연회비가 아깝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국내에서 볼 수 없는 환불정책이다. 소비자는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100% 환불할 수 있다. 컴퓨터(6개월 기한)만 아니면 환불기간 제한이 없다.
이를 악용해 일부 소비자들이 사용하던 생필품이나 먹다 남은 식료품을 환불하는 경우도 있지만 코스트코 정책상 모두 수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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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트코의 자체브랜드 '커클랜드'의 제품들 |
◆ 한국에서 갈등 겪는 코스트코 : 의무휴업에 대한 저항
코스트코는 지난 4월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판결을 받았다. 코스트코코리아는 2012년 서울시와 서울 중랑·서초·영등포 구청장을 상대로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재판부는 “대형마트 영업제한 조례안은 투명하고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을 위한 국민과 약속으로 코스트코 패소 결정은 불합리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코스트코는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도 의무휴업을 받아들이지 않고 영업을 강행해 ‘배짱영업’ 논란을 일으켰다. 이 때문에 과태료를 내고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프레스톤 드래퍼 코스트코코리아 대표는 당시 국정감사에 출석해 “휴일영업 강행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밝혀 ‘한국에서 장사할 거면 한국 법을 따르라’는 비난을 들었다.
이밖에도 코스트코는 국내 유통기업들이 겪는 갈등을 그대로 겪고 있다. 2011년 경기도 부천시에 매장을 내려고 했으나 지역 소상공인들이 격렬하게 반대해 결국 부천시의회가 코스트코 입점 저지 결의문을 채택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최근 부천시 매장 출점이 3년 만에 다시 추진되고 있으나 여전히 부천시 소상공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게다가 김만수 부천시장은 지난달 “코스트코코리아 입점은 부천시 소상공인들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며 “이를 막기 위해 지역 소상공인연합회와 슈퍼마켓협동조합 등과 공동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