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의약품도매상 반발에도 '거점도매' 고수, '데이터 주도권 확보' 전략 후퇴 없다

▲ 21일 서울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 앞에서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대웅제약의 '거점도매' 방식을 철회하라며 집회를 벌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대웅제약이 의약품 유통업계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거점도매’ 전략을 놓지 않고 있다.

단순한 유통 비용 절감을 넘어 공급망 전체의 데이터를 장악해 정밀한 수요 예측과 신사업 시너지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적 승부수로 여겨진다.

21일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서울 삼성동에 있는 대웅제약 본사 앞에서 이 회사의 거점도매 방식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이날 집회에는 의약품 도매업체 관계자 약 200명이 참석했다.

현준재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집회에서 “대웅제약이 말하는 거점도매는 특정 업체에만 특혜를 주고 대다수 유통업체를 고사시키는 명백한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2025년 12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누고 지정된 도매업체가 해당 권역에 물량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현재 입찰 과정을 거쳐 5개 도매상이 10개 권역에 의약품을 공급하고 있다. 이번에 계약하지 못한 유통업체가 원칙적으로 대웅제약의 의약품을 취급할 수 없게 되면서 기존 도매상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대웅제약 제품을 취급하는 직거래 도매업체가 40곳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

대웅제약은 거점도매 방식으로 의약품 공급 효율화와 함께 재고 관리 등 의약품 유통에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에는 ‘제약사→다수 직거래 도매→약국·병원’으로 의약품이 유통됐는데 대웅제약은 이런 구조를 ‘제약사→권역별 거점도매→약국·병원’으로 변경한 것이다.

국내 의약품 유통시장은 오랫동안 다수 도매업체가 참여하는 분산형 구조를 유지해왔다. 

분산형 구조의 핵심은 도매업체 간 거래인 이른바 ‘도도매’다. 예를 들어 약국이 특정 처방약을 주문했을 때 거래 중인 도매업체에 재고가 없을 경우 다른 도매업체에서 약을 확보해 공급하는 방식이다.
 
대웅제약 의약품도매상 반발에도 '거점도매' 고수, '데이터 주도권 확보' 전략 후퇴 없다

▲ 대웅제약이 거점도매 방식을 도입하면서 의약품 유통업체들과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삼성동에 있는 대웅제약 본사 모습. <대웅제약>


한국의 제품명 처방 체계는 도도매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의사가 특정 제약사의 특정 제품을 처방하면 약국은 해당 제품을 확보해야 한다. 도매업체 입장에서는 모든 제품을 상시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도도매를 통한 재고 이동이 공급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덕분에 약국은 필요한 의약품을 적시에 공급받을 수 있었고 지역 중소 도매업체 역시 다른 도매와의 거래를 통해 약국 공급망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유통업계는 도도매가 ‘재고 보완’과 ‘지역 공급’을 담당하는 완충 장치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한다. 

거점도매 체계에서는 이러한 도도매 기능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유통업계의 반발이 특히 거센 것으로 풀이된다.

대웅제약은 거점도매 방식을 도입하며 단기적으로 매출 하락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파악됐다. 거래하던 업체가 40곳에서 5곳으로 축소된 만큼 실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명선 DB증권 연구원은 “대웅제약이 1분기 전문의약품 유통망 재정비에 따라 일회성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통채널 변경에 따라 올해 상반기까지 전문의약품의 매출이 소폭 둔화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이 강공 기조를 유지하는 배경에는 ‘데이터’ 확보라는 목표가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기존 유통 구조에서는 의약품이 제약사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정보의 파편화가 발생했다. 특히 도매업체 간 거래인 이른바 ‘도도매’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국내 유통의 구조적 특성상, 제약사로서는 실제 의료기관에서 약이 소비되는 속도나 실시간 재고 현황 등을 제약사가 파악하기는 불가능했다.

대웅제약은 거점도매를 통해 유통 경로를 단순화해 제조부터 최종 소비 단계까지 이어지는 공급망 모든 과정의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방식으로 데이터를 확보하게 된다면 대웅제약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핵심 연료가 될 가능성도 커진다.

현재 대웅제약의 서비스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질환 예측과 환자 관리에 머물고 있다. 하지만 대웅제약의 궁극적 지향점은 질병의 예방부터 진단, 치료, 사후관리에 이르는 '전주기 건강관리' 시스템의 구축이다. 

의약품이 어떻게 이동하는지와 관련한 데이터는 지역별 처방 패턴이나 질환 발생 추정, 치료 반응 추적 등도 알 수 있어 인공지능 예측 정확도를 개선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대웅제약의 신사업 성장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거점도매가 특정 업체의 판매 독점을 위한 구조가 될 수 없고 의약품 유통의 투명성과 품질관리 및 배송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운영 모델”이라며 “거점도매상과 도매상의 거래에 관해서 대웅제약이 관여하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