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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의 이란 핵심 인프라 공격을 예고한 강경 발언과 협상 시한 연장이 반복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충격은 과거 오일쇼크처럼 에너지 가격 상승에서 출발했지만, 환율·물가·금리가 동시에 압박하며 금융시장까지 확산된다는 점에서 전이 속도와 파급 범위가 더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 전쟁의 격화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서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으로 인해 증폭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이란 핵심 인프라 공격을 예고하며 ‘48시간’ 시한을 제시한 뒤, 협상 시한을 이달 7일까지로 세 차례 연장했다. 이란을 ‘석기시대’로 돌려놓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과 협상 시한 연장이 반복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날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재 미국과 이란 사이 협상에 뚜렷한 진척이 없다는 점에서 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고 이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재료로 작용할 것”이라며 “협상 데드라인 이후 미국과 이란 사이 군사충돌이 격화한다면 유가 추가 상승 등으로 원/달러 환율도 추가 상승 압력에 직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위기의 출발점은 중동발 공급망 마비 우려에 있다. 이란을 둘러싼 군사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 불확실성이 확대됐고 국제유가는 빠르게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중동은 한국 원유 수입의 약 70%,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의 최대 30%를 차지하는 핵심 지역이다. 전쟁 장기화로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막힌다면 ‘비싼 가격’을 넘어 ‘공급 중단’이라는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에너지 수입 결제를 위한 달러 수요 증가는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수입 물가를 자극하는 1차 충격으로 돌아온다.
재계 관계자는 “원자재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경기 침체 국면”이라며 “기업들은 마진율 하락과 수요 위축이라는 ‘양면전쟁’을 치러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곧바로 물가상승으로 전이된다. 수입 원가 상승은 제조·유통·식품·건설 등 산업 전반의 비용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미 가공식품, 외식, 공공요금 등 생활물가 상승 압력이 누적되는 가운데 전기·가스요금 추가 인상이 더해질 경우 체감 물가는 더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더 큰 문제는 금리다. 물가가 상승하면 중앙은행은 이를 억제하기 위해 금리인상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금리 인상은 가계와 기업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가계는 이자 부담 증가로 소비를 줄이고, 기업은 투자 축소와 비용 절감에 나서게 된다. 이는 결국 내수 소비를 위축시키는 2차 충격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처럼 환율 상승(고환율), 물가 상승(고물가), 금리 상승(고금리)이 동시에 진행되는 ‘3고 쇼크’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이 같은 악순환 구조는 한 번 형성되면 정부의 비축유 방출이나 물가안정 대책 등 정책적 대응만으로 끊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 견해다. 특히 글로벌 공급 충격에서 비롯된 인플레이션은 금리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책적 난도가 높다.
이에 시장의 시선은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으로 향하고 있다. 원가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생존 전략’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대응 전략에 따라 움직임이 갈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과 같은 수출 주도형 기업은 고환율을 수익성 개선의 기회로 삼는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삼성전자와 CJ제일제당 등은 원가 절감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 사이의 미세조정을 고심하고 있다. 한진과 같은 항공·운송업계는 치솟는 유가 폭탄을 견디기 위한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결국 이번 3고 쇼크는 한국 경제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기업별 경쟁력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원가 상승폭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거나 수출 시장에서 환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은 살아남겠지만, 내수 의존도가 높고 비용 전가 능력이 낮은 기업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허원석 기자